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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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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25일 20시 03분 등록

3. 너는 누구냐 -1


백장 회해(百丈懷海)는 선종(禪宗)의 체계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위대한 선승(禪僧) 중 한 명이다. 그는 94세를 살았는데 그의 긴 인생만큼 흥미로운 일화도 많다. 다음은 그 중 짧은 한 토막.

한번은 어느 중 하나가 백장에게 물었다.
“부처는 누구입니까?”
백장이 되물었다.
“너는 누구냐?”

선의 오묘한 의미는 접어두고라도 백장은 “너는 누구냐?”는 간단한 문(問)을 통해 본래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만약 백장이 그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그대는 뭐라 대답할 것인가?

“너는 누구냐?”

그대는 “나는 ○○에 다닌다”거나 “○○ 일을 한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늘 같은 일을 하다가 밤 9시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돈을 벌고자 중국집 배달, 신문배달, 식당 점원을 전전한 28살의 청년은 아닌가. 군대를 다녀와 복학하고 이제 졸업을 앞둔 지방대학생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직장을 서너 번 옮기고 보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직업훈련원에서 ‘실업자 재취업 과정’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에 재능이 있지만 지금은 컴퓨터 게임에 미쳐있는 22살의 미대 여학생일 수도 있고,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거쳐 꽤 괜찮은 기업에 들어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대는 위 이야기들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주 다양한 상황이 있다.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두자. 현재의 모습이 그대의 본 모습은 아니다. 또한 그것은 과거의 산물일 수는 있지만 그대의 미래 역시 아니다. 따라서 ‘너는 누구냐?’에 대한 대답으로 과거나 현재의 모습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 그대는 과거 이상의 존재다. 그저 지난 세월에 묻혀 없어질 존재가 아니다.

그대가 모르는 ‘가’, ‘나’, ‘다’ 세 사람이 있다고 하자. 세 사람은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맞히기로 내기를 했다. 그래서 각자 그대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가’는 그대에게 “그대의 ‘서재’를 보여달라. 그러면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제안하고, ‘나’는 “그대의 ‘취미’에 대해 말해 달라”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다’는 “그대의 ‘핵심 가치’에 대해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

자, 과연 세 사람 중 누가 그대의 본모습에 가장 근접할까? ‘가’의 경우 그대가 읽은 모든 책을 보여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줘도 그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대는 읽은 책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적어도 서재를 본 ‘가’보다는 조금 더 정확하게 그대에 대해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다’는 그대의 전부는 아니어도 셋 중에서 가장 그대다운 모습을 알려줄 것이다. 결국 내기의 승자는 ‘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있다. ‘다’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대가 자신의 핵심가치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는 ‘핵심가치’가 ‘책’이나 ‘취미’보다 찾기 힘들고 보여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일반적인 우리 상태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대의 핵심가치를 찾으면 그대의 숨어있는 본모습도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가치를 찾게 되면 우리는 백장의 ‘너는 누구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그것도 우리의 본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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