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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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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6일 22시 43분 등록
12. 전문가의 세 가지 책임


우리는 21세기가 지식사회라는 것을 별무리없이 받아들인다. 지식사회는 무엇보다 지식이 핵심인 사회이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전문가의 시대다. 전문가는 '지식'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 산업시대에서 근로자는 공장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나 나이키처럼 공장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지식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제조업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지식기업의 힘은 전문가 집단에게서 나온다. 빌 게이츠가 '핵심인력 20명만 빠져나간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렵게 될 것'이라고 고백한 것은 엄살이 아니다.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core competent company)은 핵심 역량을 가진 개인(core competent human)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떤 분야든지 전문가는 존재한다. 전문가는 한 분야에 정통하여 그 일을 매우 잘하며 핵심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전문가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인가? 우리는 이런 의문을 품어야 한다. 앞으로 조직과 사회의 발전은 전문가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개인의 관점에서도 레스터 서로(Lester C. Thurow) 교수가 주장했듯이 전문지식을 보유한 사람만이 '부의 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지식사회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나는 전문가로 우뚝 서고 싶다. 그대 역시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문가로써 입문하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철저한 수련과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는 입문과정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전문가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전문가는 더 이상 전통적인 직장에만 머물러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조직과 전문가 집단이 나타날 것이고 '1인 기업'으로 창업하는 전문가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름이 곧 브랜드'인 시대는 이미 와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가는 더 이상 조직의 뒤에 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문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핵심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핵심은 언제나 간결하고 명쾌한 법이다. 전문가는 '물고기같이 생각하는 낚시꾼'이나 '범인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형사'이다. 그 자신이 핵심과 일체가 될 수 있어야만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려운 전문용어의 뒤에 숨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는 길게도 말할 수 있고 짧게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전문가는 자신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개념을 누구보다 먼저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바로 세우지 않고 남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전문가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핵심가치(신념)를 굳게 믿어야 하고 강점과 약점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에서 통해야 한다. 지금부터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도록 하자. 백지 한 장을 꺼내 원 세 개를 그려보라. 교집합처럼 세 원이 공통되는 부분이 있도록 그려보라. 원의 바깥에는 자신의 '핵심가치'를 적는다. 그리고 하나의 원에 '좋아하는 것'을 적고 두 번째의 원에는 '잘하는 것'을 적는다. 마지막 원은 '경쟁력'(시장에서 통할 것인가)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의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시장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두세 개를 적는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원의 공통부분을 찾아나간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연결해보고 그 결과가 핵심가치와 부합되는지 살펴보라. 그리고 경쟁력의 관점으로 바라보라. 일정한 순서는 없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만만하지 않다. 몇 번의 시도로는 공통부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명확히 구별되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방법 역시 하나의 예이니, 자기 나름대로 변형해보라. 그렇지만 기억은 해두라. 그리고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될 때 시험해보길 바란다.


둘째, 목표달성에 대한 책임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통 조직보다 더 오래 산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이 채 안되지만 전문가에게 나이는 제한요소가 아니다. 앞으로 평균수명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할아버지 전문가'(사실 그들은 할아버지로 보이지도 않겠지만)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지 못하는 전문가, 즉 목표달성을 책임지지 못하는 전문가는 나이에 상관없이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전문가는 조직의 뒤에 숨을 수 없다. 전문가는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이고 '1인 기업가'로 존재한다. '조직인간'은 조직의 뒤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여 면책을 받을 수 있지만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Free Agent Nation)의 저자인 다니엘 핑크가 제시한 전문가의 노동윤리(노동신조)에 '책임감'이 포함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의 무기는 지식이다. 지식은 행동으로 연결되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전문가는 '성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전가할 수도 없다. 전문가는 더 이상 '컨설턴트'(consultant)가 아니다. 그(녀)는 컨설턴트이자 '결과'(성과)로 말하는 '리설턴트'(resultant)가 되어야만 한다.


셋째,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는 기업에게 점점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돈 잘 버는 기업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1960년에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부자가 전체 부의 70퍼센트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것이 1990년에는 85퍼센트로 올라갔으며 지금도 올라가고 있다. 현재 10억 명의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빈부의 격차와 함께 지식의 격차는 점점 더 양극화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 국가는 이들에게 뭔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어떤가. 1999년 홍콩의 한 경제연구소는 아시아의 27개 국가 중에서 가장 부패한 대표적인 다섯 나라를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베트남 그리고 한국이다. 이 발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조사하는 모든 연구에서 한국은 언제나 '부정부패의 천국'이다. 서양의 어느 기자는 한국을 'ROTC'라고 불렀다. ROTC는 보통 '예비 장교 훈련단'(Reserve officials' training corps)을 말하지만, 그 기자는 '전체 부패 국가'(Republic of total corruption)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 유아 교통사고 사망률, 일일 물 사용량 역시 세계 수위를 앞 다투는 나라. 전체 쓰레기에서 음식물이 차지하는 비중 30% 이상. 먹는 것 중 3분의 1은 버리면서 결식아동은 증가하는 나라.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가? 정부에 맡겨 둘 것인가?(작은 정부를 외치면서?)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미국이 해줄까?(미군 범죄나 줄여라!) IMF에게 도움을 한 번 더 받을까?(그 정도로 될까?) 나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건다. 나 역시 그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최근 미국 기업의 엄청난 규모의 회계부정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01년 말 에너지 거래 기업 엔론은 파산했다. 엔론을 도운(?) 아서 앤더슨은 사실상 퇴출됐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도 같은 길로 가고 있다. 월드컴의 주가는 2002년 6월 25일 기준으로 1달러도 안된다. 시티은행은 부정대출 의혹을 받아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투자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적 경영은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됐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자랑스러운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기업이 갖춰야 할 3대 자본(경제적, 정신적, 도덕적 자본)을 주창하셨는데, 그 중 하나가 '도덕적 자본'이다.

이건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다니엘 핑크는 '현재 조직이 독점하고 있던 권력이 개인으로 이동 중'이라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은 더 이상 기업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생산 수단과 권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는 조직이 요구받는 사회적 책임(앞으로는 그 이상)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존경받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돈 잘 버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존경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 '돈은 존경을 쫓지만 존경은 돈을 쫓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돈벌 궁리만 하는 기업과 거래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마찬가지로 돈벌기에 급급한 전문가와는 어떤 인연도 맺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 스스로의 평가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엄격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평가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평가는 때로 자신의 숨통을 끊는 '사약'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 목표달성에 대한 책임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이 하나의 기준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세 가지 책임을 생명줄로 삼기로 다짐을 한다. 이것 중 하나라도 놓치는 순간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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