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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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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8일 12시 03분 등록

그는 목수다. 전에는 미술평론과 전시기획을 하며 먹물냄새 팍팍 나는 책을 쓴 이력이 있다.  도시, 신화, 현대문명에 대한 책을 쓴 것으로 보아 그의 관심사나 내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같이 굵직한 행사를 기획했으면 꽤 잘 나갔었던 것 같은데 그는 생계를 위해 목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목수로 돌입한 지 3년 만에 쓴 ‘목수일기’였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골수 지식인의 수공업적 근성에 눈길이 갔는데,  어제 ‘상상목공소’ 출간기념강연회에서 본 그의 모습은 ‘정말 잘 노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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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재목이 아닌 천연목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나무 하나하나와 교감하여 그 안에서 꺼내주기를 바라는 정령과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이 의자의 이름은 ‘미꾸라지와 물웅덩이 의자’이다. 어느날 온 가족이 뒷골 물웅덩이를 한 시간이나 품어냈는데 달랑 미꾸라지 한 마리 잡은 기억이 이 작품에 스며들었다. 여체를 닮은 나무몸통을 다리로 받친 책상은 ‘야한 책상’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품은 소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일곱 번이나 했다니, 13년 전 마흔에 목수가 된 사람치고는 너무나 부지런하지 않은가.


그의 관심사는 소품에서 움직이는 인형으로 옮겨 갔다. 나무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움직이는 그의 인형들은 이 시대의 미친 속도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오래된 세계로 우리를 데려 간다. 삐그덕 삐그덕 손잡이를 돌려 작동되는 나무인형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놀이세계가 심상치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 간다.


자신의 인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잠자는 아이에게 자꾸만 뱀과 해골이 나타난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다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따진다. 왜 너희는 자꾸 무섭게 나타나는 거니?  날 무섭게 생각하는 건 너야. 난 결코 무서운 존재가 아니란다. 손잡이에 의해 뱀이 소년의 침대로 스며드는 이 인형의 제목은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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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바다로 뛰어든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이가 책으로 뛰어들 때 책이 아이를 안아주지만, 아이가 세상으로 뛰어들 때는 홀로 설 수 있다’는 코멘트가 돋보이는 인형은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인형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초미니 1인 제작 영화를 만들어냈다.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영화만드는 프로그램을 썼다는데 안정된 화면과 맛깔난 자막, 세련된 음악이 손색이 없다.


자신의 세계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그, 참 잘 논다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끝으로 졸업했을 호기심과 조작, 창조성의 단계를 평생 갖고 가는 그가 감탄스러웠다. 그의 창작론은 ‘잘게 저며라’.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는 똑같은 삶의 틈을 얇게 저민단다. 그러면 시간과 즐거움이 무한하게 늘어난다고. 집 주변에 피어난 꽃을 따서 이파리와, 암술 수술을 분리하여 죽 늘어놓고 스케치를 거듭하여 움직이는 꽃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성격급하여 겅중겅중 뛰어가기 일쑤인 나에게 ‘얇게 저미라’는 그의 진언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책벌레 전시회를 준비할 때는 1년 만에 150개를 만들었단다. 아무리 소품이라 해도 2,3일에 하나씩 만들어낸 것. 그걸 어떻게 해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대답한다. 벌레의 시각이 되니 쉽더라고. 메뚜기가 되어 보면 집채만한 빗방울이 얼마나 공포스럽겠느냐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에게 상상력은 공감력이다.


IQ가 104로 우둔한 편인 자신이 몇 권의 책을 쓰고 전시회를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오직 하나, 될 때까지 쥐어짜는 것 밖에 없단다. 그러니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글을 쓸 때도 보통 5,60번은 읽고 고친다니 글 안 써진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아니면 말고!’ 하는 정신으로 편하게 갈 때 막혀 있던 것이 툭 터진단다. 두루두루 귀담아 둘 부분이다. 


먹물 출신의 목수, 사연있는 소품과 움직이는 인형, 그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거기에 그림까지 그리는 김진송, 그에게서는 이야기가 샘솟는다.  삶을 던져 기질을 파고들며 자신의 세계를 얇게 저며갈 때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 이야기에서 밥도 떡도 나온다고 그가 말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실행력으로 결판내는 놀이정신으로 완벽한 자기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그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물어보게 만든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김진송의 움직인형 동영상 보기

http://munhak.com/community/Media_view.asp?brdcode=Mz001&idx=21513


IP *.108.8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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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4.28 13:39:44 *.198.133.105
http://blog.daum.net/_blog/ArticleCateList.do?blogid=03zlI&CATEGORYID=710775&dispkind=B2203#ajax_history_home

위에 클릭하시면 민들레마을 이야기 감상가능합니다.

강연 참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상상력은 창조다
 상상력은 감정이입 즉 공감능력이다. 공감은 생존능력이다.
 상상력은 소통과 넘나듦이다.
 상상력은 경계와 분야를 넘나들때 발생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즐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상상력을 키우게하려면 심심하게 만든다.(아이를 밥만주고 방에 4일간가둔다. 기막힌 방법... 내가 갖혀있어봤더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 마음을 보고 또보고 또 보니 보이더라구요.)
명석님 동감할 수있는 것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덕분에 우연에대한 생각을 다시해볼 수있었습니다.
아드님께서는 요즘 보기드물게 좋은 철학을 가직 계신것같아요.
그 중요한 시간에 그런 어려운것을 배우러 오다니 크게 칭찬하고 싶어요.
미래가 많이 기대됩니다.
혹여 명석님 건축하시는 소망을 보여주시면 도울수있을 것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꿈은 크게 실행에서는 작게 그럼 보다 쉽게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것같아요.
건축실행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때마다 욕심과 소망을 구분하면 문제는 기회로 보이고 새로운 창조로 연결되더라구요.

모자간에 같은 꿈을 공유한 것은 명석님에게 행운이고 아드님에게도 엄청난 기회인것같아요.
부럽습니다.
원하시는 꿈 꼭이루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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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4.29 05:44:58 *.198.133.105
작업장이 함께있는 아름다운 집 구경한번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담이 인가요? 저는 실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안에 살면 문제될 것없지요.
곧 그 런 삶이 구현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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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1.04.28 20:52:03 *.108.80.74
첫 눈에 아주 친근한 느낌이 들던걸요.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저도 김목수처럼 텍스트와 이미지 둘 다 관심이 있어서요. - 물론 단계는 미비하지만요-
아들은 저를 닮았구요.
자연적 지식, 경험적 지식, 언어적 지식을 아우르며 자연 안에 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차근차근 관심을 키워 가려구요.
덕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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