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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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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11일 16시 19분 등록
* 자동차 리콜(recall)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


미쓰비시 자동차(Mitsubishi Motors)의 리콜 은폐 사건
2000년 6월 일본 운수성에 익명의 제보자가 전화를 걸었다. 제보자는 미쓰비시 자동차(Mitsubishi Motors) 가 자사의 자동차 리콜 정보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를 받은 운수성은 미쓰비시 자동차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였고 직원 라커룸에 숨겨져 있던 대량의 비밀장부를 찾아냈다.

장부의 리콜 요구의 접수 내역이 적힌 자료들엔 'H'라는 마크가 붙어 있었다. 조사결과 이 마크가 ‘비공개’를 뜻하는 암호임이 밝혀졌고 회사가 자동차 결함에 대한 대부분의 소비자 불만을 숨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법률에 따르면 제품결함이 발견돼 제조업체가 리콜을 할 경우 운수성에 보고해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미쓰비시는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회사는 서류 조작을 통해 전체 리콜 정보 중 20%만을 운수성에 보고하고, 나머지는 ‘H'표시를 붙인 뒤 담당자가 차례로 인계해 가며 비밀 리콜을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런 비밀 리콜이 30년 동안이나 계속 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은폐 돼온 제품은 일본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시장까지 포함해 2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제4위의 자동차업체이자 현대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통해 자동차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 회사로서는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당시 미쓰비시 관계자들은 기업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은폐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있는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회수하여 시정해온 만큼 소비자 안전엔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이 잘못됐음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드러나면서, 이제 사건은 겉잡을 수없이 커져 버렸다.

신차 판매는 급속히 줄어들었고 2000년 여름에는 한 번에 80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2001년 초에는 130만대의 추가 리콜이 실시됐고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미쓰비시는 2000년 회계 연도에만 당초 예상의 두 배 가까이 되는 22억 달러(27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량 20% 감축, 원자재 구매비용 15% 저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2003년까지 전체 직원의 14%인 9500명을 감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밖으로는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주식의 37%를 넘기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조치는 효과가 있었다. 미쓰비시는 2001년 120억 엔, 2002년 373억 엔 흑자를 기록하면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금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2003년이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북미시장에서 1000억 엔대의 손실을 기록한 데다 신차 판매도 급락했다. 2003년 미쓰비시는 총 153만대를 판매했는데, 이것은 2002년에 비해 12% 이상 감소한 수치였다. 설상가상으로 미쓰비시는 2004년 미쓰비시 트럭의 리콜 은폐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이 사건은 1996년 미쓰비시가 대형 트럭의 클러치 부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쓰비시는 대책 회의를 통해 클러치 부분의 결함과 관련된 37건의 사고를 접수했으나, 최고경영진은 제품의 결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리콜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경영진들은 2004년이나 2005년이 되면 이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70 ∼ 80건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지만, 문제가 발견되면 그 때 수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2년 문제 부위의 파손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후방 차량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사고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요코하마에서 주행 중이던 트럭의 바퀴가 빠지면서 사고지점을 지나던 29세의 여성이 즉사하고 두 아들이 크게 다 친 사고가 대표적이었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트럭 차체 결함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미쓰비시의 리콜 은폐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제는 클러치 결함으로 인한 트럭 16만대의 리콜로는 사태가 해결될 수 없었다. 우사미 다카시 전 미쓰비시 푸조 회장과 하나와 아키오 전 상무 등 임직원 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쓰비시 자동차는 트럭뿐 아니라 승용차의 판매까지 급격히 줄었다. 한 번도 아니고 잇달아 사고를 은폐한 기업의 도덕성이 문제가 되면서 미쓰비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미쓰비시는 2003년 2154억 엔(19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애초 내놓은 예상치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2004년 5월 미쓰비시의 자동차 판매대수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6.3%나 감소했다. 미쓰비시는 2004년에도 2300억 엔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어,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대 주주인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더 이상 미쓰비시에 대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회사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다. 미쓰비시는 다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2004년 4월 미쓰비시 그룹으로부터 4500억 엔의 자금 조달과 전체 인력의 22% 삭감을 골자로 한 경영회생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회생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냉담하기만 했다. 일본의 매일 신문(毎日新聞) 6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 자동차는 일련의 리콜 은폐 문제의 영향으로 금년도 이후의 국내 판매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추가적인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당초의 2004년도 30만대, 2005년도 34만대의 국내 판매계획을 각각 22만대, 26만대로 8만대 정도 하향 수정했다. 그리고 일반 사원, 관리직의 급료 5 ~ 10% 삭감, 임원 보수의 25 ~ 50% 삭감을 실시하고 2년간 613억 엔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등 총 726억 엔의 비용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6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 오카자키 공장의 폐쇄와 교토로의 본사 이전도 빠르면 2005년 중에 앞당겨 실시할 방침이다. 매일 신문은 기사에서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미쓰비시 자동차 재건의 행방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고 적고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리콜 정보 은폐 사건은 기업이 고객을 속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새턴(Saturn)도 미쓰비시처럼 리콜을 실시했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매우 달랐다.


1993년, 새턴(Saturn)의 자발적 리콜
1993년 6월, 새턴은 이해 4월 이전에 만들어진 총 35만 대의 자동차에 전선이 정확히 접지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리콜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처음에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이 발표는 점차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리콜이 정부에 의한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둘째, 신속하게 처리되었다는 점이다. 차량의 50%가 2주 후에 수리되었는데, 이것은 부분적으로 소매상이 구매자와 맺은 계약내용 때문이었다. 새턴의 경우와 달리 정부의 지시에 따라 실시된 자동차 리콜의 사례들은 대개 12개월 까지 약 30%가 진행되었다. 이런 수준의 리콜에 대해 구매자들이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소매상인들이 새턴의 리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한 소매상은 자동차를 수리하고 세차하는 동안에 버스를 전세 내어 야구경기를 구경시켜 주었다. 또 다른 소매상은 자동차를 손보는 동안 야유회를 열었다. 또 어떤 소매상은 극장표를 나눠 주었다.

새턴의 리콜 과정에는 새턴과 소비자의 강한 유대관계가 반영되었다. 새턴의 리콜에 대한 추적 연구에 따르면, 1993년의 리콜이 '소비자를 소중히 여기는' 측면에서 새턴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훌륭한 딜러'라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은 새턴을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 참고 자료:
* 매일경제신문: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04년 7월 16일자 기사
- 기사 제목: 미쓰비시 추락 풀 스토리
* 일본 매일신문(毎日新聞): 2004년 6월 16일자 기사
- 기사 제목: 미쓰비시 자동차 : 판매계획 하향수정 재건 추가책 발표(三菱自:販売計画を下方修正 再建追加策を発表)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Building strong brands, 1996), 데이비드 아커(David A. Aaker), 비즈니스북스, 2002년, 8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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