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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4일 16시 57분 등록
배움은 정신의 일부가 되어야 현장에서 작동한다.
2004 11 월, success story , 컬럼 1

변화경영의 방법론도 유행을 탄다. 한때 일본식 품질관리 기법인 QC나 TQM등이 일본의 성공과 함께 세계의 유행이 되었다. 일본의 침체가 이어지고 미국식 경영이 다시 힘을 받게되자, BPR, Bench Marking, CRM, 6 Sigma, Restructuring 등이 앞다투어 소개되었다. 그러나 그 방법론이 모두 영험한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 실패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신의 것이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방법론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지 유행과 이론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선반 위의 처방을 가지고 유사한 병변을 보이는 질환에 써서 모두 효험을 볼 수는 없다. 같은 병이라고 증상과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음미해야할 매우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조나라에는 조괄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반짝이는 비상한 젊은이였다. 그의 아버지 조사는 당시 가장 위대한 장군 중의 하나였다. 조괄은 소년 시절부터 아버지의 병서를 공부하였다. 이윽고 아버지 조사 역시 군사에 대해 토론을 하면 아들 조괄을 당할 수 없게 되었다. 조괄은 스스로 군사에 대해 말하라면 자신을 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잘한다고 칭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조괄의 어머니가 그 이유를 묻자, 조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 전쟁이란 목숨을 거는 것이오. 그러나 괄은 전쟁을 쉽게 말합니다. 만일 조나라 왕이 괄을 장군으로 삼아 등용한다면 반드시 조나라 군대는 파멸을 당하고 말 것이오.”

조괄의 어머니는 이 말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당시 전쟁은 일상이었다. 모든 나라들이 서로 합하고 흩어지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적군이었고, 동시에 우방이기도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맺기도 하고. 다시 이해 관계를 따라 흩어져 적대국이 되기도 했다. 마침 조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에 돌입했다. 당시 이 전쟁을 지휘하고 있던 조나라 장수는 진나라 군대가 싸움을 걸어와도 나가 싸우지 않고 보루를 쌓아 지키는데 주력했다. 싸움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진나라는 이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첩자를 활용하여 조나라 조정의 여론을 조장했다.
“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것이다 ” 조나라 왕은 첩자가 만들어낸 이 말을 믿게 되었다. 조괄이 장군이 되어 떠나려 할 때, 그 어머니가 왕에게 글을 올렸다. 대략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 제 아들을 장군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조괄의 아버지가 군대의 지휘권을 가진 장군이었을 때, 그가 직접 먹여 살린 사람들이 수 십명이었고 친한 벗이 된 사람들이 수 백명에 이르렀습니다. 조정에서 내려준 상을 받으면 군대의 장병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출전의 명령을 받으면 그 날부터 집안 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아들은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높은 곳에서 인사를 받지만, 군대의 장교들 누구도 제 아들을 존경하여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왕께서 내려주신 돈과 비단을 집으로 가져와 감추어두고, 날마다 이익이 될만한 땅이나 집을 둘러보았다 사들입니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 아이를 그 아버지와 같다 여기십니까 ? 아버지와 아들은 그 마음을 쓰는 것이 다릅니다. 부디 제 아들을 보내지 마십시오”

왕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는 말하지 마십시오”
조괄의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만일 왕께서 굳이 그 아이를 보낸다면, 그 아이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를 그 아이의 죄에 연루시켜 벌하지 마십시오”

왕은 약속했고, 조괄은 전쟁터로 갔다. 싸움터에 이른 조괄은 전임 장수로부터 지휘권을 인계 받은 후 군령을 모두 바꾸고 장교들을 모조리 교체하였다. 진나라의 장군은 거짓 패하여 달아나고, 조괄의 군대는 뒤쫒았다. 진나라 군대는 되돌아와, 병참로를 끊어 조나라 군대를 둘로 나누었다. 40 여일이 지나자 조나라 군대는 굶어 죽어갔다. 조괄이 정예부대를 이끌고 직접 싸우러 나갔지만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조괄의 군대는 싸움에 졌고, 수십만의 군대는 항복했다. 진나라 군대는 이들을 모두 땅에 묻어 죽였다. 이 싸움의 전후로 조나라가 잃은 군사의 수는 45만명이나 된 것으로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기록되어 있다.
이듬해 진나라는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한단은 1년 동안 포위에서 풀려날 수 없었다. 겨우 다른 나라의 도움을 얻어 한단의 포위망을 풀 수 있었다. 조나라 왕은 과거의 약속 때문에 조괄의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다.

조괄의 영특함은 아버지가 남긴 병법을 책으로 읽어 외우는 것에는 탁월하였다. 그러나 그의 병법은 책 속에 머물러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마음 씀씀이가 달랐고, 따라서 아들은 겉은 모방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본 받지는 못했다. 그것이 비극이었다. 똑 같은 병법이지만 아버지가 성공한 곳에서 아들은 실패했다. 이것은 마치 거문고와 가야금을 탈 때 그 현을 받치는 괘를 고정시켜두는 것과 같았다. 아버지의 병서를 읽어 이론에 밝고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마음 씀이 아버지를 당할 수 없어 군사들의 마음이 그를 떠나게 되었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그때마다 꺼내 써야하는 방법 또한 달라야 했지만, 조괄은 배운 것을 익혀 몸에 맞게 쓸 수 없었다. 그의 배움은 그의 정신적 일부가 되지 못했다. 그와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서로 돕지 못했다. 결국 몸은 먼저 죽고 나라를 망쳐 놓게 되었다.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과 현장에 적합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차별적인 처방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GE와 캐논은 서로 다른 방식을 썼지만 모두 성공했다. 자신의 몸에 맞는 처방을 썼기 때문이다. 1981년 잭 웰치가 GE의 회장으로 취임할 때, GE는 기록적인 매출과 수익을 거두었을 때다. 웰치는 사업의 실적을 재정의 했다. 즉 GE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모든 사업부들은 해당 업계에서 1위 혹은 2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성공의 기준이 되었다. 매출과 수익의 기준으로 성과를 가늠하던 세계에 새로운 기준을 들이댐으로써 GE 내부에 강력한 위기의식을 촉발시켰다. 1970년 말 당시 GE는 전세계의 최고 경쟁자들과 비교해 볼 때, GE 사업부 내의 상당수를 다시 포지셔닝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었다. 실제로 GE는 ‘업계 1/2위라는 성과의 재정의를 통해 상당수의 사업부를 재배치하는 변화를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해고되거나 다른 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잭 웰치는 결국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의 방식은 달랐다. 캐논 역시 카메라, 사무기기, 컴퓨터주변기기등 백화점식 조합을 가지고는 승산이 없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디지털카메라, 컬러복사기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사업부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캐논은 창업이후 고수해온 ‘종신고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의 구조조정은 단행했지만 인력 감축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력의 재배치를 통해 전략적 초점사업 안으로 이들을 받아들였다. 제품의 연구개발에 걸리는 오랜 기간을 고려하고,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충성도가 높은 직원들이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과 문화에 적합하다도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1997년부터 셀(cell) 생산방식을 도입해 생산혁신을 이루었다. 셀 생산방식은 숙련된 작업자가 처음 공정부터 마지막까지 완결 짓는 방식이다. 분업을 기초로 한 기존의 자동화 벨트라인을 철거하고 대체된 새로운 책임 생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종신고용이라는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에 그 동안 일본의 강점이었던 생산혁신을 연동시키고, 그 위에 가망 없는 부서를 가차없이 도려내는 미국식 구조조정을 절충한 퓨전경영은 ‘캐논적’이었다. 매년 연속적으로 순이익을 갱신해 가고 있는 캐논은 동종의 경쟁업체인 니콘을 멀리 따돌리고, 2003년 시가총액에서 ‘전자거인’ 소니를 누르고 일본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모방은 반드시 자신의 현장을 토대로 구축되는 창조적 모방이어야한다. 한가지 사례를 추종하는 것은 단순 모방이지만, 여러 가지 사례들을 잘 들여다보아 내게 적합한 처방을 찾아내는 것은 이미 모방을 넘어선 연구이며 창조라 할 수 있다. 훌륭한 경영자는 늘 자신의 방식을 찾아내는 창조자들이다. 이것이 아비를 능가하는 자식이며,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라 할 수 있다. 이들만이 새로운 경영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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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식
2004.12.14 19:58:23 *.190.243.174
나만의 방식?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한없이 높은 스승? 어찌하랴 차원 낮은 곳에서 하나하나 수행해야하겠지요? 언제나 좋은 가르침에 흥분합니다. 늘 건강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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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12:32:33 *.214.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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