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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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하야오의 그림과 이야기는 보편적이면서도 개성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제작비 절감에 있습니다. 어디에서 그림을 많이 넣어야 하는지, 적게 넣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납니다. 이 능력은 미야자키하야오만의 전매특허일 정도입니다. 제작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수요가 높은 일을 오직 한사람만 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입니다. 깊이 들어갔기 때문에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생각해 볼 것은 이런 능력을 그가 처음부터 의도했을까 입니다? 이런 능력을 목표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을까?입니다. 그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체득되었을 겁니다. 피터드러커는 '예기치 않은 성공'에 대해서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예기치 않은 성공을 분석해서 체계적으로 혁신을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예기치 않은 성공은 전력질주 하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습니다. 전력질주는 자기 능력의 120%로 일하고, 한 트랙만으로 달리겠다는 각오입니다. 여러 트랙을 처음부터 달리기 반복하는 삶은 혁신은 커녕 기초적인 성과도 올릴 수 없습니다. 트랙은 단순히 업종과 회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익은 공간, 낯 익은 사람들, 한손에 쥘 수 있는 업무 입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작은 부분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극작가 '장진'은 '글쓰기는 기능이고, 쓰면 쓸수록 더 잘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을 기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 익숙한 것이 강점이고, 좋든 싫든 강점은 지금 하고 있는 일입니다.
소설, '다산'에 이런 내용 나옵니다.
"자기의 일을 꾸준하게 준비하는 사람은 항상 그 일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고, 그 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늘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123p 한승원, 다산, 랜덤하우스 코리아)
철이 덜 든 사람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과 시간을 과소평가합니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자식은 그 원망하는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부모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 지 알지 못합니다. 삶이 녹록치 않은 것은 어떤 일이든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을 기웃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현업에 있으면서 전혀 다른 계획을 하고 있다면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지금 일에서는 비젼이 보이지 않습니다.
라쇼몽의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막히고 보이지 않으면 다리가 썩어 뭉게지도록 그 벽을 본다고 했습니다. 현업을 통해서 변화를 꿈꿉니다. 예기치않은 성공을 통해서 변화를 꾀합니다. 더 이상 할 것 없다고, 혹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그만두는 사이에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냉장고 디자인도 하고, 기인 이외수는 시트콤에 출연하고, 가수 비는 영화에 출연하고, 의사 안철수는 프로그래머, CEO로 성공하고, 앤디워홀이 그랬듯이,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기업과 손잡고 마켓팅에서 일합니다. 어떤 업이든 그 정점은 다른 업과 통하는 길목인 듯 합니다. 공병호 선생님의 '10년 법칙'에서 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눈감고, 딱 10년만 지옥같이 해보겠습니다.
방법없음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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