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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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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0일 06시 07분 등록


얼마 전에 비디오를 통해서 사하라 사막의 횡단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미화 약 6000불 정도의 돈을 참가비로 미리 내고 일주일 동안 펄펄 끊는 사하라 횡단에 도전하는 약간은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계 35개국에서 몰려든 752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대회에 참가하는 저마다의 뚜렷한 이유와 동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최근에 소중했던 가족과 재산을 사고로 한꺼번에 잃고 전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의 의지를 시험해 보고자 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하여, 다른 어떤 이는 인생에서 그 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열정을 되찾아 보려고 참가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아예 시각장애자입니다. 함께 뛰는 사람과 끈으로 연결하여 도전합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보다도 차라리 함께 뛰어주는 사람이 더 위대해 보입니다.


한국인들도 네 사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들 모두 40대 중반의 가장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들 인생에 잊지 못할 전환점을 만들려고 대회에 참가한다고 말합니다. 각자 어떤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시작했던지 자연의 공포와 미지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이들 모두가 사막에서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했던 건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 아닐까요?


화씨 110도가 넘어 펄펄 끓는 열사의 뜨거움과 싸우고, 틈나면 주저앉고 쉬고 싶은 자기자신의 유혹과 싸우고, 신기루가 보이는 죽음의 환상과도 싸우고, 발톱이 빠져나가는 아픔과 발가락이 곪아 터져서 한걸음도 더 옮길 수 없는 육체의 고통과 싸우며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헤쳐가듯 황량한 사막을 그렇게 한발씩 건너갔습니다.


야간행군이 있던 날 밤에는 사막의 어둠과 바람이 몰고 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몇 명의 사람들이 자연의 공포 앞에 몇 시간씩 길을 잃고 헤매다 끝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시합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한발의 신호탄으로 포기를 알리면 어디선가 이내 헬기가 날아와 후송해줍니다.


또 어떤 이는 야간행군 중에 길을 잃고 헤매게 되자 과감하게 그 자리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무리해서 길을 찾다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으니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는 복지부동의 지혜를 발휘한 것입니다.


약간의 낙오자만을 남겨둔 채 221Km의 극한 싸움에서 생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디어 마지막 날에 복받쳐 오르는 감격으로 결승점에 도달했습니다. 결승점 테이프를 끊으며 몸은 비록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마침내 스스로 해내었다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성취감에 전율하며 눈물범벅 모래범벅이 뭉쳐진 울음을 입으로 토해내며 인터뷰에 응해줍니다.


그들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발견할수 있었는데, 그것은 마라톤 시합중에 무엇이 가장 힘들고 참기 힘든 일이었냐는 질문에 대한 그들의 공통적인 답변이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말하는 한결같은 대답이란,

견딜 수 없이 제일 무서웠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독이었노라고.


이전에 읽었던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한밤중에 계곡 물을 건너며 느낀 두려움을 이야기한 것이 생각납니다. 대낮에는 여러 차례 물을 건널 때도 하나 몰랐던 것이 밤중에 물을 건너려 했더니 그 물 흐르는 소리가 어찌나 크고 무서운지 오금이 저려 건널 수 없음을 말하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말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짐작하기 어려운 경제의 앞날도 하나의 두려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것은 불경기이고 불황인데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몇 달 앞을 내다보고 또는 몇 년 앞을 전망하고 투자를 해야만 하는 일은 분명 고독하고 외로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이란 싸우고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무엇을 끊임없이 버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꺼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서로에 대한 배려로 격려해 가면서 주어진 시련의 시간을 이겨낸다면 지금 사막을 건너는 우리 모두 감격의 결승점에 함께 도달할 수 있음을 믿어봅니다.
IP *.227.1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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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8.21 09:51:35 *.169.188.175
사막 언젠가 한 번 쯤 도전해 보고 싶은 곳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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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And
2008.08.28 16:42:41 *.244.22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독이 제일 무섭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비단 사업을 경영하시는 분 아니라 일반 샐러리맨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요.
더 열심히 살려고 해도 매번 부딪히는 장벽에 쉽사리 무너졌는데
저도 한번 뭔가 큰 변환점을 찾아 활력을 되찾아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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