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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 이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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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8일 20시 01분 등록

이른 아침에 바닷가로 나가 본다.

새벽의 어둠은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적당한 기운으로 공중을 맴돌고 있다. 아주 얕은 안개가 수면 위에 깔려있다. 이런 안개 속에서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관측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나는 주머니 안에서 가지고 온 망원경을 꺼내든다.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물속에는 파도타기를 위해 나온 열 댓명의 사람들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각자마다 원하는 크기의 높은 파도를 기다리며 바다 저쪽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광경이 목격된다.

보드를 깔고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자연의 한 모퉁이를 바라보고 말없이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고도를 기다리는> 구도자들의 모습이다. 또는 자기의 오르막을 간절하게 염원하는 진지한 표정들로 비쳐진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수평선 만을 응시하며 지루하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각자가 선택한 푸른 파도에 경쾌하게 몸을 싣는다. 그들 중에 어떤 이는 하지만 자기가 선택한 파도가 오랫동안 타기에는 너무 작아서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헤엄쳐 돌아와 또 다른 파도를 기다려야 할 순간이 있다. 잘못된 선택에는 언제나 수고가 따른다.

또한 어떤 다른 이는 자신이 선택한 파도에서 자지러지게 스릴을 맛보기도 한다. 나는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의 표정을 얼른 다가가 바라다 본다. 그런 자지러질 듯한 순간의 느낌을 위하여 그들은 그렇게 한동안 묵묵히 기다려야 함도 배워야 하는 것이리라.


어떤 파도가 나에게 잘 어울릴 것이냐는 그때마다 또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분명히 자기만의 파도가 있다는 것이고, 또한 바로 그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자기의 그 파도에 몸을 내맡겨야 함을 배운다.

주위에서 경제가 좋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또 한편 사업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는 나중이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여러 실물지표가 보여주는 것이 현재를 잘 넘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희망 없음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들 인생에서 오르막이 있고 또 언젠가는 내리막이 있듯이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수치의 오르고 내림이 영원히 반복되는 끊임없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또한 경제생활이란 한마디로 그러한 경제수치의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내가 끼어들 시점을 스스로 냉철하게 결정하는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지닌 재화와 에너지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잘 투자하느냐에 따른 결과를 정당하게 보상받는 행위이고 보면, 지금이 과연 희망 없는 불황인가 또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적기인가는 결국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본다.

불경기를 현실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자기가 지닌 최선의 능력을 찾아내서 발전적인 힘을 길러낸다면, 또한 그 같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을 키워간다면, 그에게는 분명히 남이 보지 못하는 자기만의 스릴 넘치는 파도가 넘실대며 다가오는 것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타고 있던 배가 조난을 당하면 젓 먹던 힘을 내서 육지 쪽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가야 한다. 노를 저어가며 기도해야 한다. 그저 배 안에 앉아서 하늘을 향해 도와달라고 기도만 한다면 분명히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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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9.10 19:20:49 *.46.147.2
공감이 가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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