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이기찬
  • 조회 수 438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8년 10월 30일 11시 37분 등록

요동치는 강마에의 자아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던 강마에 인생에 본인도 낭패스러워할만큼의 위기가 찾아왔다. 더러운 성질에도 불구하고 묘한 감정변화의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제어해왔던 그도 음악적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자 시장과 하수인의 비아냥에 속수무책일 만큼 통제되지 않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야 만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곤혹스런 감정에 대처하는 방식도 강마에답기는 하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일단 부정으로 일관하거나 그럴싸한 포장으로 위선을 떨겠지만 그는 보는 이가 놀랄 정도로 노골적으로 자신의 찌질한 감정을 드러냈음을 직설적으로 인정해 버린다.

 

 

나는 강마에의 감정적 폭발이 그에게 안겨줄 자괴감과 더러운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확인하는 것만큼 후회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특히나 강마에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완벽한 자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욱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퉁명스럽고 역설적인 표현방식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견지해 왔던 인격의 품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앞으로 꽤 오랫동안 그 자신을 괴롭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두루미가 있는한 강마에는 무너지지 않는다

 

시장과 눈치밥 하나로 먹고산다는 김계장은 강마에가 처음으로 드러낸 허점에 신나하는게 역력하고 리틀 강건우 역시 자신의 잘못이상으로 극단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스승의 모습에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한다. 그에 반해 두루미는 이들과 비교할 때 마지막까지 강마에의 진정한 자아를 지켜줄 보루로서 손색이 없는 대응을 보여준다.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는 강마에의 야유에 가까운 독설도 그녀를 아프게할 지언정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을 훼손하지는 못한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멈추지 못하는 불도저같은 강마에의 독기도 그녀앞에서는 매번 브레이크가 걸린다. 두루미만큼 강마에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는 없다. 그녀는 강마에를 이해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진심을 확인하는걸 잊지 않는다. 평소에는 눈치코치 없기로 유명한 강마에도 그걸 아는지 그녀가 원하는 최소한의 화답을 보여주는걸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마에와 두루미는 '재능'과 '하고싶은 일'에 대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다. 가능성 없는 일에 헛품팔지 말라는 강마에의 독설에 두루미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 못 찾은걸꺼예요.. 그쵸?" 맞습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만을 기준으로 우리 자신안에 있는 재능과 꿈의 가능성을 속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죠. 두루미처럼 아직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은 우리 미래의 가능성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포기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자신만의 가능성과 조우할테니까요.

 

 

현실의 끈을 놓치지 않는 홍자매의 시선

 

한밤의 연예가섹션님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반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강마에가 그동안 쌓아온 카리스마가 흔들리는 상황, 그동안의 크고 작은 해프닝으로 충분히 그를 이해하고 지지할만한 단원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들이 마음에 안드시는 모양이다. 심정적으로는 나 역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둘러싼 현실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전개가 나는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말마따나 항상 돈걱정부터 할 수 밖에 없는 소심한 가장인 박혁권이 보여주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다. 조카라는 특수한 관계때문에 리틀 강건우를 더욱 감싸고 도는 정희연의 모습도 그렇고 자신의 핸디캡을 매번 건드리는 박혁권과 강마에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다가도 금새 사람좋은 웃음으로 다시 돌아오는 배용기의 모습도 그렇다.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우리들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세계에 가깝다. 강마에가 보통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역시 이런 감정상의 동요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상황과 맞딱드리게 되었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다를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듯이 강마에답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어떻게 설득력있게 전개되는냐가 관건인 셈이다.

 

 

불타는 갑판위에 선 강마에의 선택

 

예고편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강마에는 더욱 사면초가의 입장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홍자매 작가는 그를 이도저도 못하는 불타는 갑판위에 선 한 남자로 만들 결심을 굳힌 것 같다. 그가 만약 이제까지의 자아에 집착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불타는 갑판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어두운 바다속으로 용기있게 뛰어들지 못한다면 그가 스스로 진단했듯이 자기안에서만 완벽한 영원한 주변인으로 자조하며 살아가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면 강마에는 이미 성공한 위치에 선 사람이다. 그가 어떤 의미로든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자나 믿고따르는 단원 하나 없이 독야청청하는 오만한 오케스트라 킬러로 남는다고 해서 이전의 강마에라면 아쉬울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예전의 강마에가 아니다. 자신의 음악적 성공과 맞바꿔 왔던 관계의 소중함을 이미 맛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로 와 또 다른 강마에의 자아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자신의 음악세계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애써 무시하고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기로 결심한다 해도 한번 일어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성숙한 지혜를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혼자하는 음악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음악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히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내려 또 다른 의미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안정이라는 교묘한 매트릭스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법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안정과 생존을 위협하는 절망과 시련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자기다움을 회복하고 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절박한 의지를 만들어준다. 불편하지 않으면, 강력한 부대낌을 느끼지 않으면 우리는 용기를 내서 무언가 시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다.

 

그런 순간이 시시각각 강마에에게 다가오고 있다. 강춘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파렴치한 새로운 시장의 도발과 제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생존을 건 도전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그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우리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과정과 계기를 통해 강마에가 해법을 찾아가고 이를 얼마나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느냐가 남아있을 뿐이다. 홍자매 작가의 환상적인 지휘가 끝까지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p.s 역시 배용기스러운 대사 하나가 잊혀지지 않는다. "공사때문에 확실히 망한거야. 한자에도 있잖아. 공사다망. 공사때문에 다 망했다", 그리고 박혁권 아내의 심호흡을 지휘하는 강마에의 귀여운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박혁권 딸한테 한번쯤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줄만도 한데 끝까지 흔들림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강마에는 진짜 강적이다..^^ 

 

IP *.105.212.7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