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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1일 22시 48분 등록
남이섬.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일러스트레이트 페스티벌'한다. 작가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눌 생각이었다. 맘에 드는 작가가 있다면, 단가도 물어보고 섭외도 한다. 일이 있어서 오후 2시에서야 매장에서 나왔다. 전화를 하다. 대표전화를 받은 아줌마 직원은 '일러스트레이트 페스티벌'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대표전화라니.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다. 가평에 내린게 오후 5시. 어두워질려는 분위기를 느끼고, 그때서야 다짜고짜 찾아가는 내 습관을 뒤돌아보았다. 이런 습관은 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기자 기질이 있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가서 묻는다. 가장 좋은 공부는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때는 경험자에게 묻는다. 과거 삼성 이병철 회장도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해나갔다. 전문가를 불러서, 묻는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고, 철저히 준비한다. 그에게 기업이라 함은, 업을 기획하는 것이다. 일을 꾸린다.는 의미다. 준비를 철저히 하면, 파죽지세로 몰아붙일 수 있다. 지금이야 상황이 변했지만, 찾아가서 머리 조아리고 물어보는 미덕이 나에게 있음에 감사하다.

이번에는 성급하게, 길을 나섰다. 

가평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50분 뒤에나 버스가 온다. 걸어가기로 하다. 한 할아버지에게 길을 묻다. '저기 보이는 곳이야'라고 말씀. '저기 보이는 곳'은 그리 멀어보이지 않는다. 버스 기달릴 시간이면, 충분히 간다고 덧붙여 주셨다. 할아버지께 읍하고 걷다. 걷고 걷는데, 욕이 나온다. 멀다.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했을때 1분의 오차도 없이, 버스 기다릴 시간이 걸렸다. 이미 사방은 어두워서, 그림과 작가보기는 틀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텔이 보이고, 닭갈비집들이 있었다. 눈에 띄는 철제 구조물이 있었는데, 아마도 신문에서 본 그것인것 같다. 

강주현 남이섬 대표는 10년전 남이섬으로 와서, 애물단지 섬을 상상의 공화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장사꾼인 나는 상품의 요란함에 흔들리지 않을려고 한다. 먼저 보는 것은, 실적과 매출이다. 10년이 넘은 지금 그는 10배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과 엘지, 공무원들이 그의 경영방식을 배우고자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겨울 소나타' 특수가 있기는 해서, 실제로 가보니 일본인과 중국인이 꽤 된다. 그래도, 그의 인덕이 있었기에, 드라마 촬영지로서 섭외도 가능했으리라. 

철제 구조물은, 그의 상상력중 하나이다. 배 타고 가는 대신, 하늘에서 섬으로 오라는 의미다. 여기까지 걸어서 왔는데, 그냥 가자니 억울하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도착하다. 이제 파장 분위기라 배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다. 그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다. 나무 밑의 조명이 길을 안내했는데, 그 길은 푸근했다. 고즈넉한 음악을 들으며 삼림욕하니, 머리가 맑다.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라는 음악이 나오자, 숫자로 바쁜 머리가 수박 갈라지듯이 쩍 벌어졌다. 그 사이에서 고교때 추억이 뽀롱뽀롱 나왔다. 행복하다. 총각때 뭐했을까? 여자랑 이런데 안오고. 

식당에서 '남이섬 헤럴드'라는 자체 신문을 보았다. 강주헌 대표의 그림이 보인다. 그는 본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동화 작가이다. 남이섬이란 그에게 14만평 짜리 캔버스와 같다. 주목한 것은, 남이섬을 상상과 매출이 공존하는 섬으로 만든 수완보다는, 그의 인생과 돈벌이의 조화로움이다. 일러스트는 보지 못했지만, 더 큰 그림을 보다. 집에 돌아와서 그의 기사를 검색해 보다. 

'특별한거 없어요. 싫으면 치우고, 없으면 만들고, 안 되면 다시 하죠, 뭐. 상상한 것들을 무조건 해보라. 돌은 미리 던져 놓고 후에 길을 물어보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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