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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9일 05시 34분 등록
'발전시켜야할 무언가가 있으면 해롭다. 해체와 파괴만이 이롭다' _칼 융.

'강점 위에 구축하라' _ 피터 드러커.

주철환 피디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매형이다. 대학가요제를 제작할때, 사회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매형이 부탁하면, 들어줄만도 하다. 손석희는 거절한다. 손석희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위해서 일주일 동안 준비한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에 참석하는 정치가는, 한결같이 긴장한다. 

일이라는 것이 막상 해보면, 자잘하게 손을 볼 것이 많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이런 디테일을 간과하거나 쉽게 생각한다. 안이한 사고방식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주변 사람은 짜증이 날 것이며, 당사자의 신용은 떨어진다.예전에는 영화배우가 일년에 10여편의 영화를 찍었다.당시는 영화 자체가 신기해서, 스토리가 아니라 배우 얼굴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배역에 몰입하고자 훈련을 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시대가 전문화되었기에, 오로지 하나만 충분히 준비하는 전략은 더 필요하다. 

마켓팅에서는 'Less is more'라는 표현을 잘 쓴다. 클라이언트는 되도록 많은 상품과 메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경영자의 뇌구조가 원래 그렇다. 하나의 상품이 힛트하면, 비스무리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경쟁사도 가만 있을리 없다. 대수롭지 않는 특징을 내세우며, 차별화하고자 하지만 이미 처음의 신선함은 사라져 버린다. 소비자는 혼란스러워한다. 인간이 혼란을 느낄때 취하는태도는 복지부동, 즉, 구매하지 않기다.  다소 상투적인 퍼포먼스가 있다. 광고 기획자가 클라이언트에게 여러개의 공을 동시에 던진다. 던지는 사람은 몇개의 공을 던질 수 있어도, 받는 사람은 한번에 하나만 받을 수 있다.

몇년전, 입사 면접을 보다. 그는 나를 아는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하더라. '당신은 일본어 조금하고, 동영상 조금 찍고, 그 밖에 뚜렷이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면접에서는 떨어졌는데, 그의 말은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저 사람을 보면, 어떤 단어가 생각나는가? 이것이 브랜드이며, 마켓팅 전략이다. 마켓터는 웬만하면 범위를 좁히고, 수량을 줄이고자 애쓴다. 경영자는 그 반대다. 생산라인을 늘리고, 여러개의 메세지를 동시다발적으로 던지고 싶어한다. 그들은 그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이 많고, 기능이 많으면 사람들이 더 구매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과연 그런가? 소비자는 기능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전자 회사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면 미덥지 않게 생각한다. 장어집에서 고기 판다고 하면, 메뉴가 다양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음식점 주인만의 생각이다. 대다수 손님은 둘다 맛없거나, 자신이 없기에 메뉴를 늘린다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짜장면, 짬뽕집 때문에 동네 짜장면집은 문을 닫게 생겼다. 프랜차이즈 짬뽕집은 기존 중국집처럼 거창한 요리가 없다. 일반적인 탕수육만 있을 뿐이다. 메뉴가 적기에 다루기가 쉽고, 인건비도 높지 않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동네 중국집은 필요이상 인건비가 높다. 과연 동네에서, 삭스핀 같은 요리가 얼마나 팔리겠는가. 메뉴가 적으면, 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줄고, 재고정리도 간편하다.  덕분에, 동네 짜장면집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짜장면과 짬뽕을 공급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동네 짜장면집은 어떻게 될까? 그것은 내가 알바 아니다. 살고 싶으면, 무언가 바꾸어야 할 것이다. 헌데, 지금은 산업 전반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똑똑한 경영자는 다른 사업을 하고 싶으면, 다른 브랜드를 런칭한다. 

범위가 좁으면 좁을수록, 컨트롤하기 쉽다. 소비자가 기억하기도 쉽다. 무언가 기능이 하나 첨가되면, 본래의 고유성은 희석되고만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거나, 맛보고 싶은 욕망은 참기 힘들다. 본업 보다, 주식 시세를 보고, 본업 놓아두고 부업을 알아보는 태도는 오늘날 일반적인 직장인 모습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는 나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배우고자 하는 욕망은 바람직하다. 배우는 목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배우는 것이 좋아서 배울 수 있다. 나도 어려서 그림을 배웠고, 커서도 그림을 배웠다. 영상을 찍고, 촬영기법을 워크샵에서 배운 적이 있다. 동영상 편집도 배웠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일했는데, 근무가 끝나면, 수업에 참석해서 듣고 또 들었다. 웹디자인을 배우고, 타이포그래피 쪽에 껄떡대다가, 북아트에 빠졌다가, 액션스크립트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잠깐 건든 적이 있다. 지금도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를 배우고 싶어서 벼르고 있다. 내년에는 1년짜리 과정을 과감하게 도전하고자 방금까지 생각했고, 이 생각은 벌써 3개월간 계속해오고 있다. 

옛말에, '재주가 많으면 배 고프다'라고 했다. 수준이 프로가 아니기에 돈받고 일을 맡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할 줄 알기에 해달라는 부탁은 많다. 바쁜 사람이 된다. 대신, 뭐하는 사람인지는 점점 희미해진다. 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강철 같은 카테고리다. 어설픈 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

더 단단히 결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기업이 마켓팅 수단으로 인간을 슈퍼맨으로 만들려고 한다.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앱은 날이 갈수록, 인간을 잔재주에 옭아맨다. 기술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서, 기술을 즐기기도 하고, 무언가 필살기가 하나 늘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파레토의 법칩은 차치하고서도, 인간이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좁다. 인간이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그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할 줄 아는 것이 많아도, 그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은 적다. 도구가 많아지면 생각이 많아진다. 할 수 없으면 생각조차 안하는데, 어설프게 하면 또 어설프게 생각한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한가지만 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해 뭉게고 있다가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응용 프로그램이 많으면, 시스템 메모리는 줄어든다. 버벅거린다. 한가지만 하자. 그것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건, 그렇지 않건, 제대로된 한가지가 없으면 비참해진다. 

어떻게 제대로된 칼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이 한분야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 힘만으로는 안된다. 자기 내부의 결심만으로는 성장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공회전만 할뿐이다. 업무는 작업의 다발이다. 현재 작업중 가장 피드백을 많이 받는 것을 선택한다. 혹은, 자신이 맘에 들어하는 작업을 택한다. 그 분야를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용해서 상대나 주변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리사는 요리를, 작가는 작품을 내놓고 피드백이 필요하다. 피드백이 없으면 발전도 없고, 한점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피드백이 있어야 열심히 하려는 성장동력을 얻는다. 내 전공은 일본어다. 그나마 제일 오랫동안 연마한 기술이다. 운이 좋게도, 지금 운영하는 사업장, 음식점, 화장품점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온다. 그렇다면, 일본어를 많이 쓸 일이다. 일본인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말도 많이 건다. 내지는 일본어를 통해서, 성과를 낼 무언가를 자꾸 시도한다.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일본어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중에는 일본어를 완벽하게 못하는 사람도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좋다. 적어도 자기 밥줄 하나 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리저리 집적거리는 것은 좋지않다. 그저 그렇고 그런, 궁상 맞은 인간을 만들뿐이다. 

피터드러커의 '강점위에 구축하라'는 말은, 이건희 회장의 '기초를 더 튼튼하게 하라'는 말과 같다.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방법은, 강점을 자꾸 사용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피드백 받고, 자극 받으면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며, 더 열심히 공부하면, 더 능력이 강력해지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할 줄 아는 것이 많으면, 그 결과물이 좋을리 없다. 좋을리 없기에 피드백도 없다. 그저, 이것저것 조합해서 색다르고 야리꾸리한 것으로 사람들 이목을 끌 생각만 할 뿐이다. 

사회는 만만치 않으며, 먹고사는 일은 힘들다. 프로페셔널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휘둘리며 가족들을 고생시켜야 한다. 삶이 지긋지긋하다면, 특별해지고자 노력하지 않은 본인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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