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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4일 20시 58분 등록
철저히 소모하라. 그리하여 껍데기만 남겨라.

아름다운 배여, 오 나의 기억이여
우리는 오래동안 항해를 하였지
술마시기에 불편한 파도위에서
우리는 오래동안 배를 탔지.
아름다운 여명에서 부터 서글픈 황혼녘까지 !

- 기욤 아폴리네르-

어려서 나는 낙타의 혹 속에 물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혹 속의 물주머니 속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서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다. 낙타가 오래도록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키로그램정도 되는 이 예비 식량의 덕이다. 물은 다른 방법으로 확보한다. 몸으로 부터의 수분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신체적 구조를 이루고 있고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으로 부터 수분울 차출해 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리터 가까운 물을 마셔 조직내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한다. 그래서 열사의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 갈 수 있는 것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바로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낙타이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되면 잘 먹지 못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든다. 혹이 점점 줄어들어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아마 혹은 껍질만 남고 속의 지방은 다 없어져 혹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른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 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한다. 40키로가 넘는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쥐세페 베르디는 1813년 생인데, 81살이 된 1893년에 마지막 오페라인 폴스타프를 작곡했다. 이미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그 나이에 아직도 힘든 오페라를 작곡하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가 베르디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평생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 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해 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

가죽만 남기고 모든 것을 소진하고 싶은 사람들, 즉 죽음이 찾아 왔을 때 빼앗겨도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들은 태어난 대로 생겨먹은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자신을 바꾸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성공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놓혀서는 안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 자신은 가장 알기 어려운 대상이다. 이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다. 점점 자기다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변화인 것이다.

화가 장욱진의 말을 기억하라.

"나는 내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 버리고 남을 살아주는 샘이되기 때문이다....먼저 자기 마음대로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된 자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

자기가 되어 살지 못한 사람은 다 못다한 삶을 산 것이다. 죽음이 찾아 올 때 너무나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겨두는 것은 위안이 된다. 피곤한 몸을 쉬며 아이들을 키웠던 오래된 집 한채 정도 남기는 것은 좋다. 그리고 약간의 저축을 남기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많이 남기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할 이유가 없다. 하고 싶은 일에 인생을 다 걸고 살다 죽으면 된다. 그리하여 초라하고 노쇠한 아까울 것 없는 껍질을 벗고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별빛 하나로 밤하늘에 달리면 된다.

어두운 인생에 둘러 싸여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베르디의 음악을 듣고 아흔이 넘은 피터 드러커의 눈부신 활동을 눈여겨 보라. 그리고 화가 장욱진의 그림을 가끔 보라. 그러면 이미 사라졌거나 인생의 마지막에 서 있는 이 노인들이 당신보다 더 젊고 치열한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다. 50살 쯤 된 중년은 자신이 그동안 하찮은 나이에 너무 목에 힘을 주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70이 된 노인은 틀림없이 살날이 아직도 창창하게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점 피 한방을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 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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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는 회복을 위해 최초로 해야되는 작업이다. 없애버리지 않으면 자원은 문제가 있는 곳에 계속 배분된다.

어떤 것을 없애는데는 언제나 극심한 저항에 부딪힌다. 어떤 조직에나 이미 낡아버렸거나 낡아가고 있는 것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조직은 성과가 있는 일보다는 문제가 있는 일에 가장 우수한 사람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나는 관리자적 이기주의를 위한 투자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폐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없애버려야 할 것들이 길에서 물러 나오지 않으면, 다른 아무 것도 길로 들어서지 못한다.

Peter Drucker , Post- capitalist Society 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참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혁신을 도와 줄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가 가져다 줄 혜택에 대하여 아직 모호한 그림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 강력한 적과 미온적인 동료 - 이것이 바로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이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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