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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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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8일 05시 34분 등록
100일 창작 - 나만의 선 찾기

(몇몇 지인들을 만나니 왜 요즘은 그림이 안 올라오냐고 그림 보고 싶다고 해서 '뜨끔'했습니다.  엄청 놀다가 그림은 별로 안그렸거든요. 그동안 끄적끄적 연습한 거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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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에서 창작드로잉이란 수업을 받으면서 '선'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싸인(Sign)을 보면서 그 사람은 성격이 어떨 것이다라고 짐작을 하게되는데, 선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잊고 지냈습니다. '묘사를 잘 하고 싶다'는 '묘사'를 잘하지 못하는 제게 그림 그릴 때마다 끼어드는 생각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손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수업에서 시간을 단축시켜가며 작은 드로잉을 해보고서야 제가 얼마나 빨리 선을 긋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묘사하며 차분히 천천히 긋는 선은 제 기질에 맞지 않는데 전 늘 그것을 갖고 싶어했지요.
같이 수업받는 사람들과 서로의 그림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묘사'와 '자신의 흥'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을지를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런점에서 '그림 그리기' 또한 '자기발견의 과정'입니다.

손을 꼭 고무장갑처럼 그려 놓았는데 웬지 끌리는 그림, 펜이 종이 위에서 마구 돌아다니는 것 같아 보기만 해도 시원한 그림, 일부분을 꼼꼼하게 묘사하여 집중을 하게 하는 그림. 그림들에는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몇차례를 지도 하시면서 자신은 여러가지 기법을 알려줄 터이니 그 중에 자신에게 끌리는 것을 선택해서 10주차 수업을 마쳤을 때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하십니다.
늘 가운데서 부터 그리는 사람은 외곽선부터 해보는 것을 포함해서 순서를 바꿔보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달리해보고, 손에 힘을 잔뜩 주거나 혹은 연필 끝을 잡고 물흐르듯이 펜을 휘둘러 보고, 때로는 선을 끊지않고 때로는 선을 부분부분 힘을 주어 끊어가면서 그림을 달리 그려봅니다.  나중에는 연필 잡는 법을 바꿔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을 틈틈히 적용해 봅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중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림을 잘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지기에 제가 선호하는 선을 찾는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합니다.  또 차 한잔을 시켜 놓고 친구를 기다리는 사이에 몇장을 끄적여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선을 찾아갑니다.


p_20100317-내손-s.jpg

그리기에 제일 만만한게 저 자신입니다. 저랑 같이 다니니 늘 곁에 있고, 누군가에게 그린다고 눈치를 볼 일도 없으니 때때로 제 왼손이 모델이 됩니다.


p_20100327-다리1-s.jpg
지하철에서는 앞모습을 잘 그리지 못하겠어요. 그릴려면 계속 쳐다봐야 하는데 미안해서 뒷모습이 독특한 사람들을 그려봅니다. 다리 선이 긴 선을 그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몰래 뒤태를 잡아두었습니다.


p_20100327-다리2-s.jpg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바지 주름

p_20100327-바지주름1-s.jpg
양복바지에 선을 잡아서 다린 것이 아래쪽에서 자연스럽게 접히면서 제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지하철 흔들림을 따라서 2분이 되기 전에 움직여 버려서 빨리 그리기 연습하는 데 좋았습니다. 자꾸 움직이니까 가장 중요한 선을 먼저 잡아내야 했거든요.



p_20100327-내손-s.jpg
그리기 제일 만만한게 제 왼손입니다.



p_20100327-드로잉-s.jpg

드로잉 수업중에 그린 것입니다.  전 사실 이 그림을 상당히 잘 그렸다고 기분이 좋아라 하고 있었습니다. 4분동안 그리기라는 것을 따로 해본 적이 없었고  부담이 별로 없어서 기분이 좋았죠.
수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4분동안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같은 대상을 보고 그렸으니 그림 속에는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났습니다. 전 이 그림 속에도 제 개성이 드러났을 거란 걸 모르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알았습니다. '4분을 다 안 쓴것 같다'구요. 실제로 그랬죠. 8절지 안에 단색으로 그리고 4분을 준다니 전 그리기 이전부터 단순하게 그릴리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4분도 짧은데 전 2분 30초 정도 섰나봅니다. '다음'이란 말이 나오기 한참 전에 마쳤으니까요.
물론 펜을 놓기 전에 콜라병에 선을 더 넣을까 하다가 전체적으로 단순한데 거기에다 선을 더 넣으면 콜라병만 세부묘사 될 거 같아 피했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 선이 없어서, 콜라병에 쓰여진 로고 글자가 없어서 콜라병처럼 안보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되었습니다. 환타병같이 그리고는 거기에 Cola라고 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한글로 '콜라'라고 쓴 사람도 있었는데 그 글자 때문에 콜라병으로 보이더군요. 설명없이 그림으로 드러낸다는 것을 다시 또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잘 그려서 그림으로 뭘 전달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p_20100403-운동화-s.jpg
형태와 자유(개성)은 계속 따라 다닙니다. 오디오 이퀄라이저 좌우, 저음고음 조덜하듯이 이쪽저쪽을 어느 비율로 섞을 것인가는 늘 따라다닙니다. 펜 들고 긴장하고, 어느 정도까지 세부묘사를 할 것인가는....
지하철 모델들은 금새 움직여서 짧은 시간동안만 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에 '자세하게 묘사해야 잘 그린 그림'이란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합니다. 저에겐 그 상황이 무척 다행입니다.


p_20100406-모래시계2-s.jpg
상표글씨를 써 넣으면 못그려도 그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부러 써 넣었습니다. 하하하. 글씨도 그려 넣어야 하는데 비슷하게 써 넣었습니다. 하고 나니 시원하네요.

p_20100406-냅킨-s.jpg

가는 나무가지를 엮어서 만든 냅킨통을 그리면서 나도 이런 걸 그리는 구나 하고 칭찬해 줬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꺼리는 편입니다. 무늬를 세세하게 그려넣어야 하거나 질감을 살리기 위해 패턴을 넣어야 하는 것은 끔찍했거든요. 대충그릴 수 없는 것을 조근조근하게 그려넣는 사람보면 '이런 미친'이란 말이 절로 나왔었습니다. 그 말속에는 부러움도 있었죠. 기질적으로 세세한 작업을 꼼꼼하게 잘 해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제가 갖지 못한 거라 많이 부러워합니다.

p_20100406-모래시계4-s.jpg


p_20100406-검은사람-s.jpg

'크리스마스의 유령'을 만든 팀 버튼의 드로잉북, 스케치북을 본 적이 있어서 그게 떠올라서 편안하게 그렸습니다.

팀버튼의 사람들은 모두 크리스마스의 유령처럼 생겼습니다. 같이 100일 창작하는 친구는 '조커같은 얼굴', '팀버튼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팀 버튼은 그만의 스타일을 가졌네요.

'선'이랑, '얼굴' '사람'에도 저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은데, 그건 계속 찾아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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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08 20:05:50 *.129.207.200
선이 정화 선배 답네요. 많이 그려야, 나만의 선이 드러나는 듯해요. 글도 많이 써보아야, 내 문체가 드러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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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4.10 05:40:25 *.72.153.59
어떤 점이 저 같은가요?
필압이 낮아서 난 까맣고 두꺼운 선이 나오는 펜 종류가 좋더군요.
맑은 님의 손글씨를 한번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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