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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교육
ISO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교육을 받으면서 매주 한 차례씩 직원들 교육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은 제한 시간 10분.
더 이상 하게 되면 지루하기도 하고 직원들이 쉬지를 못하게 되니까 고민 끝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2주 전에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지난주에 첫 교육을 시작했지요.
첫 날이니 만큼 절대로 10분을 넘기지 말자고 지도위원이랑 약속을 굳게 했습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그림 한 장을 꺼집어 내더니 이 그림의 의미를 물어 보더라구요.
사람 얼굴인데 바로 보면 인상을 쓰고 있고, 뒤집어 보면 웃는 얼굴인 그림입니다.
“왜 제가 이 그림을 보여주는지 아십니까?”
“······”(직원들은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지도위원이 뒤집어 보여 주면서
“이번 그림은 어떻게 보이나요?”
이번엔 어떤 직원이 대답합니다.
“웃는 얼굴이네요.”
“그렇죠. 웃는 얼굴입니다. 왜 제가 이런 그림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다른 직원 왈
“그거야 식당에 일하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손님들 잘 모시라고 하는 뜻 아닌가요?”
“또 다른 분은 어떠세요?”
“·····”(잠잠 모드)
“맞습니다. 다들 생각하시는 그런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이 그림만 보여주고 여러분들의 생각이 어떤지 들어보려고 한 것입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편하게 보시고 생각해 보시라고 보여 드렸습니다. 다음 주에 올 때 다시 말씀을 더 드리도록 하죠.”
시간은 금방 10분이 넘어 교육은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 뜬금없는 교육이죠?
제가 생각해도 서먹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오늘 두 번째 교육을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다시 만났네요. 오늘도 가능하면 10분을 넘기지 않을테니까 조금만 참아 주세요.”
다들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도위원을 바라봅니다.
“혹시 지난 주에 보여 드렸던 그림을 기억하시나요?”
“예.”(다들 큰 목소리로)
“그럼 그 그림이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다시 잠잠 모드.
“말씀은 하시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고 손님도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즐겁게 식당생활을 하자는 뜻이겠죠. 그리고 웃는 얼굴이 보기도 좋을 뿐 아니라 피부도 좋아진데요.”
다들 빙긋이 웃습니다.
“이번 주에는 웃는 얼굴을 위한 간단한 훈련방법을 알으켜 드릴까 해요.
그러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위한 운동방법을 설명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즐거웠던 일을 떠 올려 봅니다.
아무 것이라도 기분 좋았던 일을 생각해 보세요.
한 순간 근심도 잊고 미소가 잔잔한 얼굴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향긋한 위~스~키로 입끝을 정겹게 올려 주세요.”
다음은 얼굴 근육 운동입니다.
그러면서 눈썹을 위아래고 움직여 보고, 눈동자를 좌우 그리고 위아래로 굴리며,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고 좌우, 위 아래로 움직이는 방법을 지도합니다.
다들 따라 하느라 가지가지 바뀌는 모습에 서로 싱긋이 웃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손님이 무척 싫어하는 것이란 제목의 몇 가지 내용을 읽어 드릴텐데 잘 들어 보시고 우리 식당에서는 몇 가지나 해당되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26가지나 되는 항목을 읽어 주었습니다.
다시 지도위원이
“마실에서는 몇 가지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까?”
이번엔 몇 마디 말들이 나옵니다.
전체적으로 보니 약 10~15가지의 항목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내용들이 줄어들어야 마실이 잘 되겠죠.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내용들부터 조금씩 같이 얘기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네요.”
다른 직원이 왈
“지난 번 그 그림하고 오늘 말씀해 주셨던 내용을 프린트해서 주시면 붙여놓고 볼께요.”
아니 벌써 이런 말을 하는 직원이...(사장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
그렇게 2주차 교육도 10분 안에 마쳤습니다.
역시 교육은 짧고 굵게 끝내야 합니다.
당연히 박수소리도 크게 났지요.
뭐 이런 내용들이 달랑 10분 안에 무슨 효과를 보겠습니까만 그래도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프로그램을 잡아 매 주 조금씩 하는 교육 속에서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기 위한 노력들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따로 지도위원님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세월에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하다 보면 끝나는 때가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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