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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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3일 04시 20분 등록

학림다방에 가다


카페 탐방을 나서려 목적 한 것은 아니다. 한 달여 전 검사를 한 병원에서 급작스런 호출을 해와 급하게 달려가야 했다. 진료 예정일에 인박해서야 문제점을 발견했나 보다. 다짜고짜로 이 날을 미루면 한참 뒤로 늦춰져야 한다고 하니, 그러면 다음 차례 진행하여야 할 일 역시 한가지로 미뤄져야 하기 때문에 귀찮지만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위 때문인지 간밤에 초저녁잠을 살포시 이루고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까지 깨어 있던 참이라 아침이 되니 다시 졸려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난다는 것이 그만 기상 시간을 훨씬 넘겨버렸다.

허둥지둥하며 고양이 세수를 겨우 하고서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당연 아침을 굶었다. 그런데 한 시간 이상을 전철을 타고 가서 땡볕을 걸으며 병원에 들어서니 허기가 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렇더라도 오전 중에는 검사를 마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하필이면 치과 검사이니 검사 전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땅치 않아서 일단 검사부터 마친 후에 섭취를 하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아래 위층을 몇 번 오르내린 후에야 오전 중에 간신히 검사를 마쳤다.

서둘러 대학로 쪽으로 나와 식사할 곳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자 몰려나오기 시작해 번잡스러움이 싫어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들어가 속을 편하게 하는 음식으로 위장을 달래고서야 정신이 조금 나는 것 같았다.

대학로에 나오니 카페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디를 들어갈까 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들어가 보고 싶은 곳도 많지만, 얼마 전부터 꼭 가보려 했던 오래된 찻집인 학림다방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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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다방은 1956년부터 영업을 해왔다고 한다. 문 앞에는 시인의 이런 글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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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자리한 그곳을 향해 계단을 오르려는데 오래된 목조 계단이 옛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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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은 복층 구조로 되어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우측의 밝은 창가에 이어 카운터 정면과 마주한 어두컴컴해 보이는 다락방 같은 곳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천장이 그리 높지 않아 더욱 침침한 구석으로나 보이는 이곳은 제법 그럴싸한 다락방의 분위기와 운치를 돋우며 학림다방다운 면모를 드러내는 듯하다. 찬찬히 훑어보지는 않았지만 다락방과 아래층 사이의 벽 공간에는 여러 사진 액자들이 고풍스럽게 일렬횡대로 걸려있다. 누구나가 알만한 인물들이겠거니 하며 그냥 지나쳤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이 가장 관건이었다. 게다가 이른 점심을 마친 직후에 곧바로 찾아 그런지 처음에는 몇 자리만을 차지하고 있던 공간이 금세 밀려드는 사람들로 메워지고 있어,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 순식간에 비좁아지는 느낌이었기에 내가 움직이며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그곳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 양 싶었다.^^

분위기가 고풍스러워 순간 오래전 자주 찾던 명동의 커피전문점「가무」가 더불어 생각났다. 그곳 역시 1980년대를 주름잡으며 싸롱화로 명성을 날리던 명동의 구두점 골목에 자리하여 꽤나 오래 명맥을 유지하던 다방이었다. 창가 쪽 대만대사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서 전문 메뉴인 비엔나커피를 주문하여 먹는 맛과 멋이란 제법 근사한 것이었다. 1980년대에 이어 1990년대 까지도 의기양양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어느 날엔가 사라진 것으로 기억된다. 더군다나 그곳의 비엔나커피는 주문 즉시 즉석에서 달걀 흰자위를 빠르게 손수 일일이 거품 내어 만드는 쥔장의 커피제공이 가히 일품의 장면일 뿐만이 아니라, 그래서 맛 또한 다른 곳보다 월등히 훌륭했다. 어느 곳의 호텔 커피 못지않았다고 함이 마땅할 것이다. 당시에 한참 유행하던 핫케잌의 제공도 비엔나커피주문과 함께 자동적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어서 갓 구운 핫케잌과 더불어 따끈한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입가를 감도는 하얀 거품을 넘기는 부드러운 맛이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커피 한 잔으로 인해 행복해 질 수 있었다고 해도 참으로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다. 지금도 나는 때때로 사라지고 없는 그곳이 몹시 그립다.

하여튼 이러한 생각으로 메뉴를 고르다가 그 옛날 명동의「가무」에서의 커피 마시기를 떠올리며 아이스비엔나커피를 주문하였다. 어떻게 줄지 매우 궁금해 하며 운 좋게도 창가를 마음껏 골라 앉은 곳에서 맞은편의 건물들과 오가는 행인들이며 달리는 자동차를 내려다보는 여유를 한껏 즐겼다. 언뜻 복잡하고 어지러우며 짜증스러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유리창에 코팅을 해둔 덕분인지 시야가 피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깥세상의 풍광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역시 창가에 앉기를 잘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곳 다방은 창가 자리가 매우 선호된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방문 첫날부터 운이 좋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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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이번 그리스 여행 중에 느닷없이 고장이 나서 들고 있던 아이폰의 카메라를 작동시키며 겨우 몇 장 찍어보았다. 아이폰 역시나 업데이트와 손을 보아야 할 것이지만 우선 리세트 후 작동하여 보니 깜짝 작동이 되어 매번 속는 기분으로 몇 장 찍어보았다. 터키 여행에서는 열을 받아서인지 카메라 작동이 되지 않아 그나마도 폰을 이용한 사진조차 못 찍었던 탓에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도 아쉬워 이렇게 아이폰을 이용한 사진을 첨부해 보는 심정이라니.^^

학림다방은 서울 문리대의 옛 축제명인 '학림제'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학림은 서울대가 동숭동에 자리하던 시절인 1956년에 문을 열었다. 그 후 철학, 문학, 예술을 논하던 젊은이들을 위한 그들만의 공간이 되어 문리대의 제25 강의실로 통하며 4.19 학생 혁명과 5.16, 그 이후의 민주화 운동시절 전민학련 첫 모임을 예서 갖는 등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로 우리 역사의 현장을 함께 지켜온 곳이기도 하단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이유가 뭘까?

카페 탐험을 하면서 특히 홍대주변이나 시내 쪽을 대략 더듬어 보자니 오래 명맥을 유지하는 곳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돈푼 꽤나 들인 그럴듯해 보이는 시가지 대로변에 자리한 유명 프랜차이즈점이 아니면, 대부분 고작 두 해를 넘기는 곳이 많지 않을 정도니 언제 무엇이 등장하였다가 슬며시 사라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스타벅스만 해도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하락기에 접어들어 영업실적이 상당히 부진하다고 외신은 보도를 해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호황기로 점점 많이 생겨날 뿐이다. 이러다가 언제 막판에 뛰어든 자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었노라고 하는 뉴스를 접하게 될지 몰라 때로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국내 경기가 그토록 내수나 제조업으로 할 만한 적당한 품목이 없는 지경임을 시사하는 바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하다 보니 계속 밀고 들어서는 형국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지경으로 이제 웬만한 동네 번화가에는 다 들어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자본 저 규모보다는 아직도 고 자본이 투여된 큰 기업의 이미지가 우리의 생활 전반을 인식시키며 선도해 나가는 실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개인 영세업자들의 입지는 그만큼 날로 심각한 지경에 빠져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는 카페를 호락호락 창업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꼭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요즘과 같은 날씨와 절기에는 카페나 공공기관을 이용하여 독서 등을 해나가는 것이 유익해 보인다. 집에서 종일 에어컨을 켜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제 상황이거나 여건이라면 말이다.

주문한 아이스커피는 첫맛이 대뜸 시큼하였다. 순간 예전「가무」에서의 비엔나커피 맛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 외에 근래에 마셔본 커피맛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부드럽기는 하였지만 신맛이 매우 강하였다. 무슨 커피냐고 물어보려고 하다가 계속해서 밀려드는 손님으로 인해 바쁜 종업원을 불러 세우기 싫어서 책을 펴들고 천천히 음미하여 마셨다. 확실히 맛은 부드러웠지만 어딘지 너무 순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진했더라도 아이스크림 때문에 강한 맛이 나지 않았으리라. 한마디로 싱거운 맛을 느끼며 잠시 머물다가 들고나간 카메라를 수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여 나왔다.

카페 탐험을 통해 카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자 카페와 커피 맛에 대한 궁금증이 잦아들지 않아 이렇게 짬이 나는 대로 쉬엄쉬엄 친숙해져 보기로 하면서. ㅎ~ ^-^*


IP *.36.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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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2010.08.25 17:06:04 *.149.3.114
카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무얼까요?
고게 있어야 지속가능한 경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마치 '글쓰기'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이 동력이 되어야 하느냐라는
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과도 같군요. ㅋㅋ

가보고 싶었던 '학림'에 조만간 다녀올랍니다. 
언제 함 같이 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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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8.26 11:33:23 *.36.210.47
그러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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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8.26 20:08:32 *.108.49.41
써니!  여행 잘 다녀왔지요?
재동씨 사진 어디선가 머리 올리고 꽃무늬 원피스 입은 처자가 분명 써니 같던데... ^^
10인 10색이라고 제각기 다른 시각으로 옮겨 주는 그리이스 풍경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써니표 풍경도 올려 주지요?

우리 동네는 오늘 완연하게 가을 기분 나던데,
새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 맞이하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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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8.27 03:45:41 *.36.210.47
책 쓰기 잘 되어 가시지요?

ㅋㅋ 네... 꽃 무늬 민소매 원피스도 입었네요. 30세 이후 전혀 못 해본 일인데 말이죠. 
밑 닦기 계획도 세워야 하고 고민도 있고 결정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은데 제대로 잘 못하고 지낸답니다. 그나저나 카페에 글 올리니 종종 제가 좀 있어보이는 착각이나 오해를 받는 것 같은데 이를 어쩌죠? ㅠㅠ

어쨌거나 심하게 잘 놀았으니 일도 하고 벌린 일 마무리도 해야지요. 그 방면의 고민을 해보는데 어떻게 수습이 될지요. 여튼 서둘러야겠습니다. 건필하셔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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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all
2011.05.19 20:50:33 *.161.9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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