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2010년 4월 29일 11시 41분 등록

[제목] COP 혁명 (Cultivating Communities of Practice)
[저자] 에티엔느 웽거, 리처드 맥더모트, 윌리엄 M. 스나이더 (황숙경 옮김)
[출판] 원서는 2002년. 국내 출간은 2004년 9월 (현재 '품절')

[서평]

시장은 하루가 다르고, 기술은 눈부시다. 민첩한 환경은 늘 조직 앞에서 달린다. 준비한 (전략적) 계획은 쉽게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기업이 비즈니스 전략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책 ‘CoP 혁명(=Cultivating Communities of Practice)’은 비즈니스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지식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식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에서는 비즈니스 전략과 더불어 ‘지식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가 되었다. 하지만 많은 조직들이 아직까지 명확하고 통합된 지식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지식전략의 실체로 CoP를 제안한다.

지식전략을 개발하라

CoP(Community of Practice)란 실천 공동체 또는 지식 공동체를 말한다. “동일한 관심사와 일련의 문제, 어떤 주제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면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지식과 전문성을 보다 깊이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즉,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내 커뮤니티를 가르킨다. 이 책의 공동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에티엔느 웽거(Etienne Wenger. 1956~)가 <상황학습(1991)>에서 처음 소개하였다. 당시에는 ‘초보자가 전문가에 접근하여 자연스럽게 업무를 익히고 업무공동체 일원이 되어 가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식공유나 학습의 필요성을 느껴 모이는 자발적 소집단’으로 개념이 정리되었다. 조직 입문자의 도제식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과와 연계한 문제 해결 쪽으로 발전하였다.

이 책은 조직의 학습에 혜안을 제시한다. CoP는 “지식을 관리하는 업무의 틀을 만드는 실제적인 방법”이자 “학습하는 조직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조직의 하부구조를 제공”한다.  조직이 학습하려는 이유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자기 개발’ 개념이 그대로 조직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CoP는 조직의 자기개발 프로그램이자 공부하는 시스템이다. 조직 전체의 학습력과 유연성을 키움으로써 변화에 대응하는 힘을 제공하는 공급원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기존 ‘팀’ 조직은 비즈니스 목표 달성이 최우선인 매우 기능적인 구조이다. 목표와 경계가 명확하고 구성원은 상호 보완적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통찰력 있는 지식을 창출하거나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가능에 가깝다. 채워야 할 목표가 눈 앞에 있는데 암묵적 노하우를 명시적 지식으로 만들라니… 수많은 혁신 활동이 현장과 실무로부터 저항을 받는 대목이다. 그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주어진 목표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야 하기에 ‘당장의 목표’ 이외의 다른 일들은 관심이 없거나 피상적 연대에 그친다. 조직에서도 학습이 가능한 구조, CoP라는 직장내 자발적 소모임을 ‘조성(cultivating)’ 하려는 목적이다.

학습하는 조직으로 진화하라

문제는 CoP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이다. 무엇으로 구성원들의 참여와 열정을 이끌어 내고 어떻게 ‘P’를 위해서 ‘C’를 조직하느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제안을 장황하지만 들어보자.

“지식조직을 개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접근방법들을 검증해가면서, 그리고 시간 경과에 따라 경험을 축적해가는 진화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설계요소의 배합은 작용과 반작용의 사이클을 통해 점차 개발되는 것인데, 자세한 것까지 나와있는 청사진은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논리적이고 포괄적인 청사진이 요구된다. 우리의 모토는 ‘디자인은 적게, 구현은 많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목적과 상황에 맞는 다양한 원형들을 조직에 심어놓고, 조직의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스스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구조는 ‘스스로 그 모습을 찾아가도록’해야 한다.”

‘진화 프로세스’를 적용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이 TOP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떤 혁신방법이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이 바로 TOP의 경영철학이자 리더십이다. TOP은 조직의 자원을 배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OP의 관심과 지원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CoP 투자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TOP이 CoP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CoP가 조직성과에 기여하고 새로운 통찰로 조직을 혁신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저자들은 조직 내부의 커뮤니티가 점점 더 많이 확산되고, 영향력을 얻어갈수록 커뮤니티를 측정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초기단계에서는 측정과 관리방법이 직관적이며 임시방편적지만, 시간이 지나고 투자가 증가하게 되면 점점 더 엄격해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직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식을 측정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실천공동체의 산출물이 ‘OOO보고서 몇 건’ ‘업무 개선 수 몇 건’과 같은 정적인 측정에 그쳐서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논란이 예상되지만 끊임없이 그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CoP 조성에 진화 프로세스를 적용해도 남는 문제가 있다. 바로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이다. CoP는 구성원의 자발성에 근거해야 한다. 강압에 의하고 평가 제도만 앞세울 경우 자발성은 요원하고 CoP는 형식적이 될 것이다. 바쁜 직원들이 현업과 함께 CoP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가치가 분명해야 한다.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가치를 발견 할 수 있어야 한다. CoP가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될 것이라는 분명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구성원은 커뮤니티를 통한 자기개발과 성과창출에 기여하고자 할 것이다.

“조직적으로 지식 이니셔티브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밖에서부터 안으로 생기발랄함을 제조해서 투여할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들어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지식을 내면화하기

CoP는 ‘조직 전체의 학습력과 유연성’을 키우는데 바람직한 조직체계로 보인다. 기존의 ‘학습조직’과 ‘지식경영’에 대한 대안이자 이들의 진화모델 이기도 하다. 학습조직에 학습이 빠지고 지식경영에 지식이 빠진 반쪽만의 혁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곰곰이 생각할 해 볼 문제이다. 이미 많은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CoP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지만 혹시 Practice가 빠진 Community만 있는 것은 아닌지, 그 Practice가 성과와 연계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CoP는 직장이라는 제약적인 수련장에서 자신의 지식을 전문화 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 본다. 초경쟁의 시대 ‘나의 생존’은 결국 ‘나의 학습력’에 달려 있다. 몸담고 있는 조직이 CoP를 운영하고 있고, 그곳에 명확한 ‘P’가 있다면 ‘C’를 위해 공헌하고 헌신하여 참여해보자. 학습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만 있을 뿐이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 불감증에 걸릴 지경 아닌가?

[내가 저자라면]

  • 미국에서는 CoP를 활용한 시민사회 운동이 활발하고 성과도 인정받는 듯 하다. 카페 프로젝트에 CoP 개념을 적용하면 어떠할지 생각해 본다. 공정무역과 티벳 구호 활동과 연대하는 ‘가배나루’, 대안학교와 지역문화 활동과 연대하는 ‘이상북’ 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 사진, 영화, 미술, 도서, 공예 등을 주제로 한 컨셉 카페들이 많다. 이들 주제가 바로 Practice이자 그 카페의 학습 주제이다. 아울러, 사람과 정보와 지식, 공통의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이미 카페는 CoP 였다. 아니 CoP가 카페를 본 떴다면 억지일까?  이 책을 통해 커뮤니티와 프랙티스를 조금 더 이해했다.

  • 카페 책을 COP 처럼 쓰면 책은 딱 2권이 팔릴거다. 나와 써니 선배 ㅎㅎㅎ

  • 학교 수업시간에 읽었던 ‘CoP’가 재미있어 이 곳에 공유하고 또 다른 무엇을 상상해 본다. 특히 지금의 까탐 프로젝트에서 맡고 있는 PM 역할을 CoP 개념에서 해석하니 나의 미흡함을 돌아볼 수 있어 좋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변경연은 Practice가 분명한 Community이다. 필살기를 연마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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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29 15:04:00 *.36.210.153
“조직적으로 지식 이니셔티브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밖에서부터 안으로 생기발랄함을 제조해서 투여할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들어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경영 모색에서 까페까지
창조놀이에서 변경연커뮤니티까지
서울에서 미국까지
효정에게서 구사부에 이르기까지(?)


모색의 다양한 접근과 합목적성의 시도가 좋다.
딱 변경연의 변경인이네.
까탐 하나로 인생을 송두리째 통섭하여 찬란한 부적응자가 되고야 말 정렬과 열정의 화신!!!

뭐, 딱 두 권 팔리겠지만 읽기는 많이 읽을 것 같은데... 우리가 우선적으로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공헌력 아닐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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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5.13 10:32:48 *.35.254.135
오늘 다시 읽어보니 흥미롭고 쏙쏙 들어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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