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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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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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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3일 08시 33분 등록

연구원이 된 지 열 달 정도 되었다. 그동안 쓴 북리뷰가 50편, 잡문이 50편이니 사흘에 한 편씩 쓴 셈이다. 적은 분량은 아니구나, 스스로 대견해진다. 연구원 활동 기간은 산만한 독서력 몇 십년과 맞먹는 기간이었다. 그만큼 취미로 하는 독서는 느슨하고 산만했다.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독서범위의 확장, 리뷰하는 습관,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 을 들 수 있다. 필독서를 통해 평소의 독서습관으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딱딱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뒤늦게 읽은 니체가 좋았고, ‘소유의 종말’이나 ‘부의 미래’도 좋았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습관이 자리잡았다. 읽은 것을 글쓰기에 펼쳐놓을 때의 기쁨은 큰 것이었다. 게다가 누군가 내 글을 제대로 읽어주었을 때의 기쁨은 짜릿한 것이었다.
1주일에 책 한 권과 리뷰, 그리고 컬럼 한 편이라는 과제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이 정도 분량을 견지할 경우, 만만치않은 자산이 되어 쌓일 것을 믿는다. 지난 열 달간 몰입과 희열, 습관과 전망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2006년 8월말로 하던 일을 정리하게 되었고, 6개월 정도 휴지기를 가질 계획이었으므로, 이 시기에 책을 쓴다면 여러모로 의미있으리라 생각했다.
누구나 첫 번 째 책은 자신에 대해 쓴다고 했던가. 나는 “너 자신의 문제를 책으로 써라. 우선 너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로써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어라” 하는 소장님의 지론을 내면화할 수 있었다. 연구원프로젝트는 내 인생의 전환기와 정확하게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시니어시티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으므로, 책의 주제나 글을 써 나가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목차를 짜면서 전에 썼던 컬럼을 조립하듯 끼워넣었기에 새로 써야 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나의 관심사라는 게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의도한 것처럼 글의 아귀가 맞았다.


4개월간 집중했던 원고를 일단 마무리하고 싶다. 사람이 커야 글이 크는 것인데, 방금 내 속에서 빠져나온 글을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잠시동안 옆으로 밀쳐두고 냉각기간을 갖고 싶다. 세상에 이론적인 글은 많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진솔한 개인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다. 나야 솔직담백 빼면 시체 아닌가. ^^ 가감없이 한 개인의 반생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이론으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시간과 시행착오에서 배운 것을 펼쳐보이고 싶었다. 늦되지만 우직한 내 경험들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쓰다보니, 내 생각 만으로 책을 쓴다는 일이 민망했다. 내 안에서 트랜드를 찾는 일도, 내 안에 막강한 레퍼런스가 쌓여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간결하고 멋대가리 없는 문체도 마음에 걸렸다. 충분한 이론적 탐험, 체험적 고심없이 쓰여진 글은 조금 엉뚱해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밀어두었다가 다시 전면적으로 다듬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선 거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고,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전무한 상태이므로, 프리랜서로 가기위한 좋은 출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니,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심지어 어느 출판사에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겨우 열 달 간 집중해서 읽고 쓰기를 했을 뿐이다.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을 알고 있다. 오래 가야 한다. 그리고 이미 오래 간다는 것은 외부의 자극없이도 내 안에서 자가발전하는 욕구로 자리잡았다. 꾸준히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다만 너무 외롭지 않을 만큼의 작은 반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 프리랜서로 가기위한 작업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적절하게 상생하는 생업을 찾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렇게 살지 않았다면 달리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프로그래밍된 인간인 것이다. 오늘 하루도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IP *.81.9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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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1.13 11:33:10 *.152.82.31
먼저 축하합니다.
아무도 이렇게 빨리 첫 책을 위한 원고를 완성한 이는 없었네요.
빠른 성취, 적합한 주제,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문체 등등
미탄님의 베스트셀러를 위한 축복이라 여겨집니다.
더 많은 사색과 고민들이 ...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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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1.13 14:41:54 *.140.145.93
부럽습니다.. 그리고 축하 드립니다.. 진득하게 사람들이
찾는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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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1.13 21:36:23 *.81.19.244
에고~~
자로님, 기찬님, 옥균님의 덕담에 감사드립니다.
저 진도빠르다고 칭찬해주십사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구요, ^^

이론이나 경험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채, 목소리만 큰 제 글이
민망하기도 하고,
제가 그렇게 싫어했던, '이론'의 위력을 깨닫기도 하고,
근거없는 기대와 자괴감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겨우 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름대로 소회가 없지 않았거든요.
겨우 하나 깨달았다고, 그것이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빙산의 일각처럼 많은 직간접의 체험이 필요하다...
아직 멀었다... 뭐 그런 것들을 느꼈으면 많이 배웠다고 봐야 하나요?

모처럼 기차타고 나가서 실컷 놀다 들어왔네요.
경부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로 9명 사망... 이런 뉴스가 있네요.

우리의 살아있는 시간에 서로가 좋은 조역이 되기를,
그리하여 우리 생애가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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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1.14 07:36:05 *.18.196.31
대단하십니다.

언제 원고를 다쓰셨어요
저희들은 이제 목차달고 있는데

그동안 늘 솔선수범 해주신
한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첫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벗이 되길
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따라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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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1.14 12:57:02 *.81.94.222
명수님, 저는 요즘 일을 안하잖아요.
에고~~ 그저 제 심정을 쓰고 싶었는데, 소장님이 흉보시겠어요.

오히려 명수님이 직장생활 하시면서, 원칙적으로 글쓰기에 관한
공부를 하시는 걸 뵈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세상은 아마 명수님처럼 성실한 분의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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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1.14 20:34:18 *.72.153.164
축하합니다. 기대됩니다.
님의 글을 읽다보면 시원하게 읽힙니다.(제가 모르고, 관심없는 분야는 예외^^) 딴 생각없이 빠져들게 됩니다. 하나의 글에 하나의 문제만을 실어서 그런지 읽고나서 뭘 읽었는지 알겠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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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오성민
2007.01.15 12:05:15 *.200.97.235
한명석 선생님의 빠름은 처음 연구원 생활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이시군요.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한선생님께서 큰 자극을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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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1.16 09:39:26 *.77.30.97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결코 뒤로가지는 않는다" -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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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1.17 13:10:23 *.153.212.81
한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젠 본인을 위한 성찬을 차리실 준비가 된 셈이시네요-

최인호 작가 (62)가 최근 '유림' 전 6권을 완간하고,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제 소설은 아직 폐경을 맞지 않았습니다. 작가적 열정을 지속하게 하는 입덧도 여전하고요.”

늘 승리하는 하루 맞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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