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

  • 한명석
  • 조회 수 278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7년 1월 17일 19시 17분 등록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한국의 글쟁이들'과 yes24에 연재된 저자인터뷰를 보면, 굉장히 좋습니다. 오늘 하루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길이 보이지요. 카이스트 정재승교수의 경우는, 전문적인 지식과 대중적인 글쓰기가 연합될 때 가져오는 무한한 에너지를 보여주었어요. 젊은 연구원들이 꼭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봅니다.
--------------------------------------------------

한국의 글쟁이들/(16) 과학 저술 정재승 교수 “내 할일은 과학 안내자 ”

단 2권만으로 이렇게 주목받은 필자가 또 있을까? 정재승(34·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가 쓴 책은 데뷔작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1999년·동아시아 펴냄)과 후속작 <정재승의 과학콘서트>(2001년동아시아 펴냄)뿐이다. 이 두 권으로 정교수는 최고의 ‘블루칩’ 필자로 떠올랐다. 2004년 9월 <국민일보>가 출판전문가들을 상대로 국내 필자들의 브랜드가치를 조사한 결과 정교수는 과학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2005년에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청소년출판 편집자들을 상대로 벌인 ‘청소년 출판의 전범이 될만한 저자’ 조사에서는 과학을 넘어 전부문 통틀어 1위로 뽑혔다. 청소년 책을 한 권도 쓰지 않았는데도.


세월이 다소 지난 지금, 정교수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지금 우리 출판계가 가장 탐내는 필자가 바로 그다. 정교수의 책들이 거둔 반응을 보면 그만한 과학 저술가, 아니 교양저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첫 책 <물리학자는…>가 15만부 이상, 방송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던 출세작 <…과학콘서트>가 35만부 가량 팔렸다. 교양 과학책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힌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제목에 ‘정재승의~’라고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 출판시장에서 이름을 내걸 정도의 필자는 실로 극소수인데도, 과학책 시장이 조그만데도, 책 한권 낸 필자인데도 제목에 이름이 들어갔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당시 앞 책 <물리학자~>로 인지도가 충분하다 생각했고, 두번째는 의도적으로 젊은 과학저술가인 정 교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신예 필자를 앞세운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독자들은 지은이 정교수 자체에 호감을 나타냈다.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나온 20대 박사, 27살에 교수가 된 당시 스물아홉살 과학자. 누가 보더라도 이공계 지망생들이 역할모델로 삼을만한 이력이다. “그의 이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고 올린 한 독자의 인터넷 서평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정씨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책의 내용과 정재승식 글쓰기였다. 정교수는 물감을 흩뿌리는 현대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으로 카오스 이론을 설명하고, 통계학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를 오제이 심슨 사건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물리학자들이 경제 영역에 뛰어든다든 등 당시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과학을 설명하는 소재로 등장했다. 문화와 과학, 경제와 과학을 연결해 과학을 설명하는 책은 그동안 없었기에 독자들은 열광했던 것이다.


‘과학적 범죄수사’ 후속작 소재로

두 책 이후 정교수는 이후 필자보다는 오히려 ‘책 전도사’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에 고정출연해 좋은 책들을 골라 소개하는 역할을 계속해왔고, <한겨레>에 과학책 서평 칼럼을 쓰고 있다. 도서관 운동 등에도 힘을 보태왔다. 하지만 책이나 과학과 관련없는 프로그램에는 절대 출연하지 않고, 이벤트성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 원칙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지명도에 비해 인터뷰도 극구 사양한다. 실제 정재승 교수가 인터뷰에 응한 것이 이 ‘한국의 글쟁이’ 시리즈로 <한겨레>와 한 것이 처음이다.


정교수의 글은 책이든 짧은 서평이든 칼럼이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가지 지식을 종횡으로 엮어 내는 것이 특징이자 최대 매력이다. 이는 정교수가 학창시절부터 오랫 동안 영화와 음악, 폭넓은 독서를 즐겨온 덕분이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결국 한 우물만 파는게 아니라 우물을 두 세 곳을 파고, 그 우물 사이에 지류를 내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읽기에요.”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정씨의 특징을 한마디로 ‘명민함과 기동성’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은 물론 외국 잡지에 나오는 논문이나 기사들을 꾸준히 파악해 신속하게 글쓰기감으로 활용하는 ‘기동성’, 그리고 이런 여러가지 정보를 엮어 완결된 글로 만들어내는 ‘명민함’을 갖췄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교수의 저널리즘 감각과 기획력, 그리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읽어내는 판단력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형보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장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아는 점”을 정교수의 힘으로 꼽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와 아닌 작가의 차이는 글쓰기 능력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독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이 시기에 무엇을 작가 말해주어야 하는지를 알고 책으로 쓰는 기획적 사고에 달려있다”며 정교수가 바로 그런 필자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 과학책들은 과학대중화가 어려운 과학을 쉽게 설명하고 일반 독자들이 꺼리는 숫자를 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정교수는 달랐다. 과학이 인문학, 사회학, 문학과도 통한다는 이야기를 쉽고 풍부하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낸 것이다.”


네이처 논문도 베스트셀러도 도전

정교수 본인도 “첫책 <물리학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남들이 쓰지 않아 스스로 글을 썼던 것이고, <과학콘서트>는 사람들이 정말 읽고 싶어하는 책이 이런 책일 것이라고 생각해 쓴 것”이라고 설명한다. “상대성 원리를 이야기하는데 교향곡 이야기로 출발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두가지를 이어서 뒤통수를 치는 글을 좋아하고, 쓰고 싶어요. 동떨어져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잘 묶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거죠.”


정교수는 “과학자는 자기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만큼 뒤로 돌아서서 일반인들에게 지금 과학계가 어디까지 와있고 어디로 가려 하는지 말하는게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연구 외에 자기 일의 10~20% 정도는 자신이 받고 있는 지식과 혜택을 일반인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그런 소통방법이 비단 책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정교수가 관심갖고 있는 것은 과학과 문화를 접목시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정교수는 실제 언젠가는 미국의 과학자이자 저술가 칼 세이건처럼 다큐멘터리로 대중들에게 과학을 알리는 날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역시 독자들의 뜨거운 ‘독촉’이 집중되는 차기작을 출간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과학콘서트>가 나온 지 4년 넘게 지났는데, 새 책이 늦어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정교수의 왕성한 지적 도전정신과 대중들과의 소통욕구 때문이다. 그의 활동폭이 넓어진 결과다. 그가 살짝 밝힌 후속작은 뜻밖에도 ‘범죄수사’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 “추리소설을 보면 탐정들은 논리추리나 심리추리를 하잖아요. 그러면 똑같은 사건을 과학수사 요원은 어떻게 범인을 잡는지 살펴보는 거죠. 제 전공(뇌 연구)과도 연결되는 것인데, 쫓기는자인 범인, 쫓는자인 수사관, 그리고 피해자의 심리를 각각 나눠 다루는 책이 될 겁니다.”


이 책은 그의 올해 목표의 한 축이다. 정교수가 세운 올해의 목표는 ‘<네이처> 게재 논문과 베스트셀러를 모두 쓰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과학계 후배들은 물론 이공계 지망생들을 위한 목표이기도 하다. 정교수가 되고 싶은 사람이자 우리 시대 과학자의 역할모델로 이런 유형도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책 집필과 함께 책 기획도 꾸준하게 계속해나갈 작정이다. 정교수는 지난해 이미 기획자로서도 첫 책을 선보였다. 여성 예비과학자 5명이 각 분야에게 성공한 선배 여성과학자들을 인터뷰한 책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거창하게 기획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제가 안쓰더라도 누군가가 써서 나왔으면 하는 책 아이디어들이죠.”


글쓰기 공동체 ‘꿈꾸는 과학’ 운영

이런 후배들과의 기획작업은 그가 남들 모르게 오랫동안 진행해온 ‘글쓰기 공부’ 프로젝트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정교수는 2002년 ‘꿈꾸는 과학’이란 글쓰기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의 연합 동아리인데, <과학콘서트>로 받은 상찬을 사회에 환원하고픈 생각으로 시작한 일로, 국내 과학 필자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 취지다. 전국 여러 대학에 다니는 40여명이 이 모임에서 글쓰기 강연을 듣고 토론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과학계에서 이런 일을 아직 하시는 분이 없는게 제가 하라고 남겨둔 몫 같았어요. 즐겁게 자기 분야에 대해 자기 의사표현을 잘하는 글쓰기를 같이 공부하자는 겁니다. 제가 글쟁이가 되고 대중들과 소통하게 된 것처럼 후배들이 대학시절에라도 글쓰기를 생각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신문에서
IP *.81.21.41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7.01.18 17:45:49 *.145.231.168
한겨레 신문에서 '한국의 글쟁이들'이란 검색을 하면 대표적인 한국의 글쟁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끔씩 들어가 그들을 만나곤 합니다.
이들의 생활은 극도로 단순하더군요.

집 -연구실(학교) - 집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 진정한 이야기쟁이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공병호씨는 매일 새벽 3시에서 8시까지 글을 쓴다고 합니다.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든답니다.
그의 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감히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원복 교수는 오직 집과 집필실 그리고 학교외에는 나가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시간도 남고 돈 쓸일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한참 보다 보면 구선생님에 대한 기사도 나옵니다.

꼭 한번 들어가 보세요.
연구원들 필독 코너일 겁니다.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1.19 10:47:45 *.104.127.146
이분이셨군요. ^^
언제 한번 찾아뵈어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연구원 두번째 모임 공지 옹박 2007.04.10 2304
67 '연구원 커뮤니티' 게시판이 생겼습니다. [2] 옹박 2007.04.09 2603
66 저자 탐색과 '내가 저자라면'이 뜻하는 의미 [2] 구본형 2007.04.06 2745
65 3기 연구원 첫수업 (남해) 사진 모음 [11] 신재동 2007.04.04 2827
64 -->[re]추가 단체사진 file [6] 옹박 2007.04.05 2305
63 사량도 사진 모음 [3] 신재동 2007.04.03 2624
62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4] 도명수 2007.04.04 2324
61 연구원 첫 모임 - 빛나는 기억 [13] 옹박 2007.04.02 3092
60 1년간 읽어야 할 책 [6] 구본형 2007.03.27 4377
59 3기 연구원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3기 연구원 합격자 통... [8] 써니 2007.03.27 2530
58 2기 연구원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4] 도명수 2007.03.13 2346
57 마지막 수업 일지 (2007년 3월) [4] 경빈조교 2007.03.07 2387
56 -->[re]2기 연구원을 수료하며 [12] 한명석 2007.03.07 2515
55 마지막 수업 [1] 정재엽 2007.03.05 2223
54 2월의 책 그리고 2기 연구원 마지막 수업 구본형 2007.02.04 3270
53 2기연구원 9차 전체모임일지 [5] 정경빈 2007.01.22 2581
» I-brand 로 가는 길, 정재승 훔쳐보기 [2] 한명석 2007.01.17 2783
51 첫 번 째 책을 위한 원고를 마무리하며 [9] 한명석 2007.01.13 2718
50 -->[re]정말 축하 드립니다. 오옥균 2007.01.13 2268
49 1 월의 책 그리고 과제 구본형 2007.01.05 3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