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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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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3일 15시 09분 등록
2기 연구원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우리 2기 연구원들의 모임은 7단계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첫 번째가 설레임이었습니다. 선생님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한 달여 동안 그저 싸이트에서 글로만 접했던 사람들에 대한 첫 대면, 이 모두가 설레임이었습니다. 총각시절 사랑하는 여인을 보면서 가슴을 조아릴 정도의 박력은 아니지만 완만하게 솟구치며 점잖게 가슴벽을 때리는 심장 고동은 그 못지않은 뭉클함이었습니다. 그것은 처음으로 부딪힌 절실함에 대한 기대와 꿈의 공간을 갖게 된다는 희망의 매개체임을 알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두 번째는 푸르름이었습니다. 청춘은 나이와 무관합니다. 선생님을 볼 때마다 느끼는 일이 늘 그 분은 청춘이었습니다. 그 분이 좋아하는 색이 푸른색임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도 푸른 바다였습니다. 광활한 바다는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을 받아주는 따스함과 원대한 마음을 키워주는 스승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그 곳의 상징은 푸르름입니다. 젊음도 푸르름이요, 포부도 푸르름이요, 희망도 푸르름입니다.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푸르름으로 가득찬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만났습니다. 흐르는 세월이 우리 몸을 늙게 하지만 푸르름은 우리를 영원한 젊은이로 이 세상에 머물게 할 것입니다.

세 번째가 어울림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 짝인 듯 보였습니다. 살아온 환경이 달랐고, 나이가 달랐으며, 만남도 짧았습니다. 대학생부터 대학생의 부모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이질적 모임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변화를 바라고 글을 좋아하고, 작가를 꿈꾼다는 한 가지 목표는 같았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어울리게 했습니다. 우리는 첫 수업부터 마지막 수업까지 열 한번을 만났습니다. 잦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어울리는 데 손색이 없었습니다. 동일한 목적을 가진 우리는 언제나 어울릴 것입니다.

네 번째가 정겨움이었습니다. 서서히 만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좋고 나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끼 많은 젊은이와 꿈꾸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스승이었으며 제자였습니다. 선생님의 온화한 말과 따스한 가르침이 서로를 정들게 하였습니다. 날카로운 일침보다는 격려가, 회초리보다는 배려가 분위기를 주도했고, 상호이해와 동질성이 정겨움을 더했습니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소이었기에 우리를 더욱 정들게 했습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보면 볼수록 정드는 세상 그런 세상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그렇게 정들 것입니다.

다섯 번째가 기다림이었습니다. 바쁜 개인적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은 언제나 저에게 일순위였습니다. 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달에 한번 만남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숙제를 잘 했을 때는 달려가 알리고 싶었습니다. 숙제가 미진할 때는 가려는 발길을 돌리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늘 기다림 속에 나를 묻히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싱그런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곳에서 보는 얼굴들은 무엇인가 다른 것을 찾으려는 생동감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뵌다는 것, 연구원들을 만난다는 것은 나를 항상 기다리게 했습니다. 연구원 모임이 지속되는 한 기다림은 나의 마음속에 늘 함께합니다.

여섯 번째가 그리움이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정해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만나기도 했고, ‘마루’라는 까페에서 만나기도 했고, 강원도 산속에서, 몽산포에서(나는 유일하게 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음), 종로 예스러운 찻집에서, 노량진 까페에서, 전국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우리의 흔적을 남기곤 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선생님과 함께하며 만날 수 있는 모임을 갖기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그립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움이 더 할 때마다 우리끼리 만남을 지속했으면 합니다. 그 옛날의 추억을 더듬고 앞으로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임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우리를 맺는 모임이 그리움을 삭히는 모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가 아쉬움이었습니다. 수업이 종료하는 날 저의 책제목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한 달에 네 권의 책을 읽고 네 번의 컬럼을 실으면서 나름대로 글 솜씨나 문장력이 길러진 것은 사실이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일년동안 선생님이 정해준 책 30권과 내가 정한 책 16권을 모두 읽지 못했습니다. 자체 평가결과 75점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결과가 결국 한 권의 책을 쓸 자료를 만드는 데 역부족이었음을 느낍니다. 저는 저만의 느낌을 담은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한권의 책을 위한 글쓰기 작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 중 장학생인 한 명석 선생님만이 제대로 수업을 마쳤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분은 조만간 한 권의 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른 연구원들은 저와 다름없이 아쉬움을 남겼으리라 생각합니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우리 2기 연구원을 따라다녔습니다. 제가 더욱 솔선수범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아쉬움 속에 모든 것이 종료되었습니다. 앞으로 저의 바람은 아쉬움이 모자람과 부족함을 메워주는 촉매제 역할이었으면 합니다. 주마가편의 채찍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아쉬움이 종착역에 도착하는 승리의 여신이었으면 합니다.

지난 1년여간의 동고동락이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선생님을 위시하여 우리는 만났고 서로 배우고 세상을 좀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값진 교훈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를 토대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모든 연구원이 자신만의 세상을 담은 지식의 총아를 얻기 바랍니다. 그 날까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07. 3. 12

빛고을 광주에서 도 명수 드림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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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3.13 17:24:32 *.76.81.52
도 선생님-

맞습니다. 저 또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저 또한 문장력이나 글에 대하는 마음이 그닥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우리 2기 연구원들과 더 친밀해 지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도선생님과 말이죠.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더 친해지고, 이제부터 더 열심히 글쓰면 되지요 뭐-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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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03.14 09:01:47 *.221.178.61
재엽씨 말처럼, 1년내 모임을 갖고도 막역해지지 못한 것같은 아쉬움이 남네요. 명수님의 오도방정 춤도 보지 못했구요. ^^
이 서운함이 연구소에 대한 우리의 애정을 나타내는 것같아요.
가깝게는 3월 말 남해모임에 모두 참가하셔서, 나날이 성숙해가는 연구원의 커뮤니티를 자축했으면 좋겠구요,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내부에 강력한 재능의 원석을 갖고있는 만큼,
세공을 게을리 하지 않아,
성공할 때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네요.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친구'이자 '스승' 인 것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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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7.03.15 18:35:24 *.200.97.235
이렇게 글을 풀어가시는 모습이 도명수 선생님의 스타일 같아요.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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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7.03.17 08:01:37 *.18.196.15
재엽씨 놀라운 끼가 있으니 십분 활용하세요

늘 마지막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죠
앞으로 번개팅을 통해 자주 만남을 갖도록 해요.

한선생님에게 보여줄 오도방정은 없어요.
그저 즐겁고 열정적으로 춘 춤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간디님의 사고는 저와 흡사하죠. 긍정적 마인드를
통해 삶에서 고통받고 찌든 사람들을 구한다는 점에서..
21세기 트렌드는 그런 사람들이 승리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지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모아 나가자고요.

그리고 3월의 마지막 날 연구원 모두가 하나되는 만남을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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