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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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학기제 진로 독서 두 번째 녹화영상에서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를 같이 보고 나는 어떤 때인가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직접 얼굴을 보며 하는 강의였으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요. 질문하고 생각하고 답을 하는 시간은 각자 해보라고 했어요. 과제를 너무 많이 내주면 안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과제는 100세까지를 24시라고 생각하고 각자 본인이 지금 나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쓰는 것이었어요. 과제를 받아보니 공통점이 있었어요. 무엇이었을까요? 모두 오후 시간이 없었다는 거예요.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이건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어떤 것이 정답인 것은 없어요. 한편 우리 교육이 정답이나 남과 다른 답을 하는 것을 허용해줬던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래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요.
오전 10시 45분 : 아직 정오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고 중학생이므로 점점 정오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 아직 어리긴 하지만 나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시기인 것 같아서 오전 9시로 정했습니다.
새벽 2시 : 100세로 생각하면 나이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 하루를 위해 잠을 자는 것처럼 지금은 인생을 위해 준비하고 잠을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전 7시 : 저의 현재 인생 시간은 7시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7시에 일어나는데 지금 나이는 인생의 시작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전 6시 : 아직 중학생이기도 하고 앞으로 오래오래 살 거라서 오전 6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전 11시 : 인생의 반인 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벽 2시 :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기에 이렇게 시계를 그렸다.
자정 12시 : 매일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12시 정각으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했던 일에서 내일이나 또는 미래가 변화하는 시기기 때문입니다.
새벽 4시 : 12시가 50이라면 6시가 25라고 생각해서 6시로 천천히 가고 있는 4시 같다.
학생들 과제 보시니 어떠세요? 전 학생들이 보내온 과제를 보며 인생 시계를 몇 시로 정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그 이유를 보며 다 다른 생각을 하는 것에서부터 배움이나 시작하는 시기라고 여기니 희망적이구나 싶었어요. 물론 단편적인 글로만 판단할 수 없지만, 이렇게 이유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생각하고 고민하고 글로 써보는 것들. 이런 시간과 기회가 없었기에 표현할 일이 없었을 수도 있죠.
제가 강의를 잘해서가 아니라 이런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밌고 좋다는 피드백을 하는 것 같아요. 학교 교사들도 과제를 보며 좋아한다고 해요. 어려운 책이 아닌 그림책으로 생각을 열어주고 거기서 질문들을 던지고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여겨요. 이런 작업을 해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은 많은 무의식이 작용하며 변화를 만들어요. 말과 글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 써보는 것들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순간에도 작동해서 삶을 바꿀 수 있어요. 목표를 글로 써서 보이는 곳에 둬라. 대표적인 실천법이죠.
몸을 다친 운동선수가 끊임없이 운동하는 생각을 머리로만 했는데 진짜 운동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는 사례도 있었죠.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못해서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어요.
학생들이 쓴 글들이 작은 씨앗이 되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선한 영향을 미치는 실마리가 된다면 진정한 진로 교육이 아닐까요. 제가 하는 강의 중 가장 적은 강사료를 받지만, 어느 강의보다 즐겁고 하고 싶은 강의에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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