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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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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일 04시 02분 등록

외국 그림책 작가들 중에 부부작가가 있어요. [돈이 열리는 나무]도 글은 아내인 사라 스튜어트가 쓰고 그림은 남편 데이비드 스몰이 그렸어요. 이 부부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 [리디아의 정원]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기도 해요. 편지글 형식을 배워보는 단원으로 소개되었지요. 그림책과 작가, 그 책이 나오기까지 내용을 알고 있다 보니 편지글 형식만을 알아보기 위해 실린 것이 아쉽기는 했죠.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으면 해볼게요. 이번엔 사라 스튜어트에 관한 이야기와 책에 관해, 그리고 중학생 아이들의 과제 이야기를 할게요.

 

사라 스튜어트는 어려서 약하고 마른 체형의 안경을 끼고 조용히 책 읽기를 즐기던 아이였대요. 아버지는 출장과 사냥 등으로 항상 바빴고 딸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이었어요. 술에 취하면 어른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팔과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어린 사라는 안정한 공간인 쓰지 않는 옷장에 숨어서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즐거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공포를 없애려고 했어요. 어린 시절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밀공간을 알고 있었고 지켜주고 애정으로 보살펴준 흑인 가정부 베아 아줌마가 있었다는 거예요.

 

표창원이 신창원 자신이 다른 것은 자기에겐 엄격하고 무서운 부모님이 계셨지만 언제든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던 따뜻한 옆집 아주머니가 있었고, 신창원은 주변에 그런 어른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전 사라 스튜어트에게 베아 아줌마, 표창원에게 옆집 아줌마가 있었다는 고백을 들으며 사람은 누군가 진정 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힘들어도 이겨내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게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과 함께요.

 

작가들은 자신의 책 주인공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어요. 사라 스튜어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도서관], [리디아의 정원], [돈이 열리는 나무]를 보시면 될 거예요. 어린 사라 스튜어트를 도서관에 데리고 간 사람 역시 베아 아줌마였어요. 할머니와 농작물을 가꾸며 자란 경험이 리디아의 정원에서 볼 수 있어요. 돈이 열리는 나무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고요. 실제로도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다고 해요.

 

[돈이 열리는 나무]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으로 이어져요. 책 내용은 우연히 마당에 자라기 시작한 나무가 돈이 열리는 나무였고 사람들이 그 돈을 가져가기 위해 몰려들고 밤낮없이 가져가는 모습에 이어 겨울이 되어 장작으로 베어버리며 끝이 나요. 어른인 제가 이 그림책을 보고 나선 든 생각은 ~ 이 주인공은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구나. 어떻게 돈이 열리는 나무를 두고도 이웃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로만 돈을 따고 저렇게 관심이 없을까?’ 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오히려 겨울에 땔감으로 베어 벽난로 옆에 앉아 미소 지을 수 있었겠죠. 그러면서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럼 아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였어요. 워낙 요즘 아이들은 건물주가 꿈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니까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녹화영상으로 보내고 과제로 받은 내용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로 구체적인 하루 일상을 적어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과제를 보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우선, 서로 보고 쓴 것이 아닐 텐데 너무도 비슷했어요. 늦잠을 자고 먹고 싶은 걸 먹고, tv나 유튜브, 영상물을 맘껏 보고 놀러 다닌다는 내용이었어요. 그중에 일부는 계속 이렇게 산다면 지겨워질 수도 있겠다는 내용이 있기도 했어요.

과제를 보며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못 하고 산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동안 배워보고 싶었던 것을 배우겠다는 학생이 몇 명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못 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일하겠다는 학생은 없었어요.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만 여긴다는 거죠. 분명 성인이 되었을 때라는 전제조건을 알려줬는데 아이들은 성인이 돼보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이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계획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주입식 교육과 짜여진 일정, 비슷비슷한 일상과 경험이 이렇게 비슷한 내용의 결과물이 나온 것이겠구나 싶으며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 어른이,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꿈꾸지도 못하고 그냥 맘껏 놀고먹고 싶다는 정도라니. 그럼 나는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저마다 다른 미래를 바랄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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