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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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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1일 23시 29분 등록

 중학교 1학년들과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했어요.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하루 일상을 적어보고 풍요선언문까지 작성한 것을 과제로 받아봤었기에 사실 기대를 했어요. 녹화영상을 보고 작성한 과제물임에도 성실히 해줬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학교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했고 아이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학교 진로담당 선생님이 들어와서 계속 오디오를 켜놓고 아이들에게 지시하고 전화통화를 하고. 어수선하고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였죠. 조용히 오디오, 비디오 켜지 않고 출석체크를 하고 채팅으로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었어요.

 

여튼, 수업은 시작되었고 미리 [아무튼 양말]을 읽어 와야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아무도 읽어온 아이들이 없었어요. 다 읽어오진 않아도 몇 명이 읽어오면 이야기 가능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준비한 자료와 영상을 같이 보고 아무튼 시리즈를 출판하게 된 계기부터 아무튼 양말의 작가가 양말가게 취업까지 하게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아무튼 식물]의 작가는 라디오 방송 진행을 하게 됐다는 것도 포함해서요. 그런데 아이들은 별 반응이 없었어요. 제가 기대가 컸던 걸까요.

 

제철 양말을 고르는 티끌만 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행복은 양말이다. 양말과 함께라면 행복은 언제나 제철이다.” 라는 [아무튼 양말]의 한 대목을 읽어주며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라는 것도 알려주었어요. 그러면서 어떨 때 행복한지 물었어요. 아이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친구들과 있을 때”, “노래 들을 때”, “그림 그릴 때”, “학원 쉬는 날”, “맛있는 음식 먹을 때”, “좋아하는 책 읽을 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TV 볼 때”, “동생이 친구네 갔을 때”, “동생 없이 엄마와 외출할 때등이었어요.

행복한 때를 떠올리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기분 좋다고 했어요.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거죠. 그래서 이어서 그럼 각자에게 아무튼은 무엇인지 그동안 출판된 아무튼 시리즈의 제목을 보여주고 각자 [아무튼 000]으로 제목을 정해보고 책의 목차도 작성해보라고 했어요. 아무튼 시리즈를 보면 ~ 나도 책을 쓸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괜찮아요.

 

시간을 주고 작성하고 그것을 돌아가며 발표했어요. [아무튼, 디저트] [아무튼, 색연필] [아무튼, 음악] [아무튼, 엔시티] [아무튼, 크리스마스] [아무튼, 게임] [아무튼, 동생] [아무튼, 친구] [아무튼, 애니메이션] [아무튼, 태권도] [아무튼, 레고] [아무튼, 미드] [아무튼, 놀기] [아무튼, 간식] [아무튼, 그림] [아무튼, 내 꿈] 등이었어요. 그동안 출판되지 않을 것들로 제목을 정했더군요. 그리고 목차를 발표했는데. 역시나 책이란 걸 써보지 않은 사람들의 공통점인 모든 걸 담겠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디저트란 무엇인가? 디저트의 종류 이런 식인 거죠. 아무튼 시리즈를 읽지 않았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제목에 해당하는 것을 정말 개인적인 에세이 형식으로 쓰는 건데 다들 교과서 같은 형식으로 나열했어요.

 

그래도 저와 함께하며 이렇게 생각해보고 적어보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면, 혹은 내가 생각만 해도 행복한 것을 찾아본 것이 틀에 박힌 수업보다는 흥미 있지 않았을까 해요. 저도 [아무튼, ]로 기획서를 써서 출판사에 투고했다고 이야기해줬어요. 너무 성급하게 투고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그리고 써보니 저 정도로는 덕후 수준까진 안 되겠구나 했어요. 그냥 취미로 하는 정도니까요. 제가 출판사라도 연락하지 않았겠다 했어요.

 

어쩜 그날 저와의 수업으로 계기가 되어 수업한 아이 중에 나중에 작가가 나올지 모르죠. 너무 멀리 갔나요. 중간중간 교사 두 분이 발표하는 것 기록한다며 많이 발표하라고 하고, 선생님이 관찰하고 있다고 채팅으로 하시면서 중간중간 흐름을 끊고 분위기를 망쳐(?)놓아서 별로였어요.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싶어 우려되고 외부 강사에게 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오프라인으로 수업할 때도 고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더군요. 그 시간만큼은 제 수업시간인데도 불쑥불쑥 끼어들기도 해요. 그래서 차라리 교사가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아이들도 신경 쓰고 있는 게 느껴졌거든요. 이 활동들이 생기부에 기록되다 보니 교사도 지켜볼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좀 더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더군요.

 

이로써 8회 수업 중에 절반인 4회 수업을 마쳤어요. 5회는 직접 오프라인으로 가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다음은 5회 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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