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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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외일 수 있겠지만 이건 또 다른 편견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죽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생각해야 하죠.
이번 수업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책과 영화를 가지고 왜 이런 제목일까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2명만 예전에 영화로 봤다고 하고 나머지는 전혀 책을 읽지도 영화를 보지도 않았더군요. 그럴 거라 예상은 해서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을 같이 보고 제목을 보고 드는 느낌만 이야기했어요. 느낌이 섬뜩하다는 것, 징그럽다고 했어요. 사람의 신체를 먹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카니발리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어요. 영상의 일부를 보여주니 나머지가 궁금하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웰빙, 웰다잉에 대해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니 다들 지루해하고 하품을 하더군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선택한 이유는 비슷한 연령의 이야기라는 것도 있지만 서로 정반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다른 사람의 삶이 바뀌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미비포유>도 그렇네요. 그리고 공통점이 남겨진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닌 자신의 죽음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톨스토이의 말도 들려주었어요. [바람이 숨결이 될 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 소개와 함께 죽음의 5단계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을 알려줬어요. <미비포유> 영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명 연장장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의사와 스위스로 가서 죽음을 선택한 이야기에도 별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유서 부분 영상을 보여주고 가상 장례식을 상상하며 15분 동안 유서를 작성해보게 했어요.
제가 4년 전 작성했었던 유서의 일부를 먼저 읽어주고 차례대로 발표했어요. 덤덤히 인사처럼 작성한 아이도 있었지만, 많은 아이가 가족과 친구에게 감사함을 표현했어요. “평소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학생의 발표를 듣고 책의 한 대목을 들려줬어요. “너를 좋아한다, 너를 싫어한다, 그런 모든 것을 남김없이 전하면서 살았으면 해. 그런 걸 미적미적 미뤘다가는 나처럼 어는 틈에 죽어버릴지도 모르잖아?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지만, 내 친구들은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꼭 서로 마음을 나눠 갖기를 빌게.”라는 내용이었어요.
오프라인수업 때 영상 만들기조차 안 하며 시시하게 여기는 것 같았던 학생에게 발표를 시켰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잘못해서 후회스럽다‘는 말을 하더니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감사하다고 한 아이들도 역시나 울먹이며 다 발표하지 못했어요. 저 역시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왜 그런지 느껴지니 울컥하더군요. 감성이 풍부한 시기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고 나의 죽음과 남겨진 사람에 대한 마음이 교차하며 생각이 많았겠죠. 발표하면서 작성해보니 어땠는지도 물었어요. 별생각 없다는 아이부터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는 아이까지 다양했어요.
서로의 발표를 듣고 같이 울컥하기도 하며 발표를 마치고 책 속 “나는 지금까지의 선택 속에서 나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라는 대목을 들려주며 어제와는 다른 삶이 준비되었고 앞으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여러분이라며 인생 시계는 다시 자정인 0시로 리셋되었다고 했어요. 후회된다고 했던 학생은 이번 수업을 계기로 다른 선택을 할까요? 한 번의 수업으론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까지 진행했어요. 이제 두 번의 수업만 남았네요.
다음 시간엔 10년 후를 상상하며 자신의 10대 풍광을 작성해보고 영상으로 만들어보는 것까지 해볼 생각이에요. 어떤 풍광을 그릴지 기대돼요.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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