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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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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8일 22시 11분 등록

일곱 번의 수업을 끝내고 마지막 여덟 번의 수업은 10년 후의 10대 풍광을 글로 쓰고 영상으로 만든 것을 발표하는 것이었어요.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절반의 학생만 10대 풍광을 글로 썼고 영상으로 만들어 온 학생은 1명밖에 없었어요. 1교시는 글을 안 쓴 학생은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영상을 안 만든 학생은 영상을 만들기를 했어요.

 

영상 만들기는 제가 알려준 퀵 앱이 아닌 각자 사용하는 앱으로 해도 된다고 했어요. 앱을 설치하려면 부모님 동의해야 하는데 어머님이 산에 가셔서 연결이 잘 안 된다며 결국 앱을 설치 못 해서 옆 친구의 핸드폰으로 영상 만들기를 했어요.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이 많이 생겨요. 핸드폰 데이터가 있음에도 앱이 실행되지 않아서 영상을 못 만든 학생은 글을 발표했고, 중국에서 유학 온 한 명만 빼고 모두 발표했어요.

 

직접 나와서 자기소개와 각자의 영상을 실행해서 설명하고 진로수업에 대한 소감도 함께 발표했어요. 처음으로 발표한 학생은 유일하게 영상을 만들어 온 학생이었고 그 학생이 다음 발표할 학생을 정했어요. 처음엔 부끄러워하면서도 영상을 보여주고 소감도 이야기하며 모두 발표를 끝냈어요.

 

항상 제일 먼저 발표하겠다고 하는 남학생이 장례식 유서 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수업이 아니었으면 해보지 못했을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경험이 좋았어요.”라고 하더군요. 유서쓰기 발표는 덤덤히 했던 학생이었는데 그렇게 말해서 의외였어요. 대부분 새로운 경험이 좋았다는 이야기와 꿈이 없었는데 꿈이 생겼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아마 반복되는 일상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죠.

 

모두 발표를 끝내고 각자의 이름표를 한 책상에 올려놓고 나눠준 스티커 5장을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이름표에 붙이게 했어요. 이렇게 하자고 제안한 것도 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학생부터 3등까지 선물을 준비했어요. 슬레이트와 미니 마이크, 리모콘이 있는 셀프삼각대를 1등부터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했어요. 10표가 넘게 나온 두 명이 공동 1등이었어요. 초콜릿을 보더니 몇 등 주냐고 물어봤어요. 모두 다 준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했어요. 외부 음식이라 학교에서 먹는 것은 안 될 것 같아 수업 끝나고 먹으라고 했죠.

 

10대 풍광으로 건물주가 되었다는 학생부터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있었어요. 농담처럼 나중에 정말 그렇게 되면 모른척하지 말라며 증거사진 남겨야 한다고 단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더니 다들 흔쾌히 웃으며 찍었어요. 사진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 역시 좋다고 하고요. 마지막 수업이라 아쉽고 즐겁게 끝냈어요.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교실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니 강의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수업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톡을 받았어요. 요즘 초등, 중등, 고등까지 전 학령기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데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10년 넘게 부모교육을 했고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수업하거나 가끔 특강 정도였거든요. 부모, 성인교육도 좋지만 학생들과 하는 수업은 또 다른 의미가 있네요. 저와 만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과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한 시간이 계기가 되었다거나 진로를 정하는 데 방향키를 했다면 어떤 강의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거니까요. 너무 큰 기대일까요? 그래도 학창시절 경험하지 못할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이로써 8차시의 진로수업이 모두 끝이 났어요. 다음 주부턴 다른 반 학생들과 다시 8차시를 진행한답니다. 학생들이 다르고 녹화영상이 아닌 온라인, 오프라인 수업이니 또 다른 반응들이 있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1차시를 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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