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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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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일 09시 44분 등록

리더의 철학! / [11-1 컬럼]

눈물은 가장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가녀린 여인의 하염없는 눈물에 온몸이 감응하고, 강직한 남자의 굵고 정직한 눈물이 높은 마음의 성벽을 쉽게 무너뜨린다. 9월 1일부로 원무팀장 발령을 받아, 제일 먼저 한 일은 전체 구성원과 일대일로 심층면접을 한 것이었다. 고심 끝에 면담을 위한 질문지를 만들어 일대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그런데 면접중에 근속기간이 오래 된 여직원이 눈물을 흘렸다. 중간관리자와의 불편한 관계, 인격적 대우의 요청,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문화의 부재 등...원무팀도 조직생활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들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런 개선의 노력 없이,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눈물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묘한 도전의식이 내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원무팀으로 가기 전, 3가지의 부담이 있었다. 기획팀만 15년을 했고, 원무 업무를 처음 접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첫 번째였고, 22명의 많은 직원의 리더가 된다는 것이 두 번째, 원무업무만 20년이 넘는 연장자 3명의 존재가 세 번째 부담이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 한다는 것을 스스로 절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부담이 가장 컸던 것 같았다. 여름의 어느 술자리에서 스승님에게 부서이동 계획과 ‘업무에 통달한 연장자의 존재’에 대한 부담을 말씀드리자, 아주 가볍게 말씀해 주셨다. “예의를 지키면 된다.”

이상하게도 그 간단한 말씀이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라는 격언이 생각나면서 힘을 보태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장에 투입되자 그런 걱정들은 더 큰 문제에 가려져서,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면접에서 도출된 팀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우선순위에 맞추어 문제해결을 진행해 나갔다. 매일 변화일지를 만들어 팀의 변화를 주도하였고, 기획팀의 근무경력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팀 교육을 통해, 우리가 왜,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를 설명하면서, 스스로도 꽤 뜨거운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와 교사의 두가지 역할은 조직생활의 피곤함과 탈진을 뛰어넘게 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열정은 논리라는 잣대로는 측정되지 않는 뛰는 번개’라고 했다. 이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내 기질과 강점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난 두 달은 나의 강점테마인 공감, 조정자, 개인화, 최상주의자, 학습자를 골고루 사용하며 지내왔던 시간들이었다. 면접을 통해 전체구성원과 깊이 공감하고, 소통이 안 되던 부서의 해묵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조정하며 해결하고, 팀의 비전과 전략을 설정하고, 학습커리큘럼을 구성원에게 개별적 맞춤형으로 제시해주었다. 특히, 연구원의 커리큘럼이 9월과 10월 모두 경영과 관련한 부분이어서 책에서 얻는 이론을 바로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었고 그 진행과정과 결과를, 배움으로 간직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왜, 자신의 강점을 삶의 전략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내가 연구원이 아니었더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나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연구원 생활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비전 설정’ 이다. 방향설정은 누구에게도 위임하기 어려운 리더의 고유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위대한 구루들이 펼쳐놓은 지혜의 밭을 헤맨 탓인지는 몰라도, 어렵지 않게 팀의 비전을 설정할 수 있었다. 결과는 어찌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혼자서만 만족하는 비전은 아니라는 것을 구성원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변화와 혁신의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 위대한 스승들의 모습을 통해 깨닫게 해 준 것이었다. 리더는 희망을 팔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남을 잘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가진 재능과 기질을 매칭하고, 가진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스승님은 연구원의 미래 플랜을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결과에 기여하는, 영향력 있는 리더의 양성’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씀하셨다. 가슴에서 공감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쩌면 나도 그 결과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맛난 음식을 먹으면 좋은 사람들에게 같이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년에는 연구원 과정을 벤치마킹하여, 팀 내에 도서학습공동체(CBO /Community Of Book-learning)를 만들어 볼 욕심도 생겼다.  

내가 바라는 리더십은 같이 꿈꾸는 것이다. 조직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비전을 제시하여 구성원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온몸으로 즐기며, 그 꿈의 여정에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올바른 방법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창출하는 길로 초대하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리더십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족함을 느꼈다. 무언가 2% 가 부족했다. 경영과 전략과 목표관리 같은 기법은 책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첨예한 갈등이 걸린 의료분쟁,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순간적인 의사결정 등은 책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무엇일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에게 리더의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한 회사를 이끌던, 팀이나 가정을 이끌던, 자기 자신을 이끌던, 리더에게는 철학이 필요하다. 리더의 주요업무는 의사결정인데, 책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기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후회하지 않는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고, 진정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남의 것을 가져다 그냥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빌려오더라도 자신의 철학은 결국 자신이 완성해야 한다. 
 

아직 나에게 이렇다 할 철학은 없다. 그러나 다짐은 있다. 그건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칭찬받는 리더가 되고 싶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리더는 팀의 성과와 팀원의 성장으로 말한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건강한 실패를 많이 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잘못된 경험을 배움으로 자산화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나만의 철학이 생길 것이다. 그런 철학이 생기면 셀프 평가를 해볼 참이다. 리더의 철학이, 구성원들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구성원들의 눈물 하나 닦아주지 못한다면, 그런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소똥'이 낫다. 
 

(원래‘개똥’을 쓰려 했으나, 은주의 눈길이 번쩍하여..ㅎㅎ)

 



 

IP *.30.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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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1.01 10:32:35 *.123.110.13
부족한 2%는,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채워지지 않을까요? 첨예한 갈등, 자신을 적절하게 변호하기, 부드럽게 상대를 제압하기, 이런 것들은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또, 체력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전에서는 논리 보다, 힘이 더 먹혀들어간다고 생각해요. 논리는 표면적인것일뿐, 실제 영향을 주는 요인은 힘이지요. 바쁘시지만, 체력 보강도 신경쓰시구요. 40대의 진검승부는 전문성 보다, 체력일듯 싶습니다. 

형에게 딱맞는, 위치에 가셔서 다행입니다. 눈코뜰새 없이 바쁘신줄만 알았는데, 재미있게 바쁘셨군요. 

연구원 활동을 벤치마킹 하신다면, 커리큘럼 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책보다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으면 팀원들이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리더의 철학, 이렇게 방향을 고민하고, 팀원들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철학이 아닐까요? 그럴듯한 문장으로 굳이 만들지 않아도, 형의 인품과 행동이 곧 철학으로 비추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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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1.01 12:25:50 *.203.200.146
CBO에 대한 오빠의 계획을 들으니 저도 학교내에서 그런 모임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까지는 학교조직의 밖에서 사람들을 찾았는데
이제는 내가 몸담고 있는 그곳에서 함께 교육철학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 또한 리더의 역할이고
교육현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철학있는 "사유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유난히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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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1.01 12:57:02 *.42.252.67
지난 번 컬럼에 썻잖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개똥에 민들레 씨가 앉아
거름이 되어 꽃을 피웠다고....
ㅋㅎㅎㅎㅎ 니 컬럼에 내 이름이 나와 무지 기뻤다.
오홋 !! 이번 칼럼 필을 받아 써 내려간 흔적이 마구 느껴진다.
이거 쓰면서 음 글이 좀 늘었나? 되는 것 같은데......하며 뿌듯해 했겠는데....
첫 문장에 낚였어.
내 눈길이 무섭긴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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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1.01 13:21:03 *.236.3.241
팀을 옮겨 일상이 많이 고단해졌지만 새로운 업무가
형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연구원 과정과 일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학교에서
배우고 일터에서도 배우는 시너지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요.
 
형의 칼럼을 읽으니 '에너지의 근원은 사람'임이 더욱 명료해지네요.
저도 회사에서 배운 것을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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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은
2010.11.01 15:13:03 *.182.146.75
'리더의철학'  저에게도 고민을 안겨주는 화두네요...구성원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리더가 될 수 있을지
저도 막막합니다.
그보다 먼저 '막걸리의 철학'을 저에게 가르쳐 주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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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1.01 17:16:56 *.10.44.47
배움이 현실을 이끌어가는 것을 느낄 때
그 때처럼 짜릿한 순간이 또 있을까요. 
글에서 희열이 느껴져요.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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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22:03:08 *.230.26.16
역시 가을이 깊어가는만큼 오빠도 깊어진듯하네요 ㅎㅎㅎ
이전의 의료경영에 대한 글보다 훨씬 좋습니다.
첫문장 좋고, 짧은 글은 흡인력이 있습니다 ^^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끌고가는 힘, 그것이 바로 철학의 힘이겠지요.
언젠가 밤새워 우리의 인생을 담은 서로의 개똥 철학 듣고 나누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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