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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7일 12시 1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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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발걸음을 어머니인 듯한 여인이 걱정반 기대반의 표정을 지으며 곁에서 지켜 보면서 동행하고 있다.

인도자로써, 길잡이로써, 모델링으로써, 수호자로써.

 

어릴적 철모르는 나는 공부 보다는 집앞 골목에서 놀기만을 좋아하였다.

딱지치기, 훈장 따먹기, 오징어 가생, 여자들 고무줄 끊기, 소타기 말타기, 구슬치기 등 다채로운 놀이에 날새는줄 몰랐다.

숙제를 팽개친채 열중을 하다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깨어난다.

“승호야 들어와 밥먹어라.”

그런 그녀가 성가시고 귀찮았다. 재미나게 노는데 왜 야단이람.

 

연신 흐르는 콧물을 닦기위해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자랑스럽게 매달고 사회로의 관문인 학교에 입학한 첫날.

남들은 모두 함께 동행 하였지만 나의 손에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잡혀 있었다.

그녀는 왜 오지 않았을까. 이런 중요한 날에.

 

병원. 그녀는 강도가 휘두른 칼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잔뜩 부은채 나를 불렀다.

나는 무서웠다. 평소에 보아왔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하듯 뒷걸음질을 쳤다.

왜 저런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있을까.

 

어느해.

그녀는 몇주동안 소식이 없다가 몸과 정신을 놓은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다녀 왔을까. 무엇을 하다 온것일까.

꺼져가던 그녀는 세상을 끝없이 더욱 원망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았다.

시대적 아픔과 희생양의 산물에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함께하고 온 것을.

 

인고의 세월속 언제나 그러했듯 하루의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을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오늘도 시장으로 향하는 그녀.

세월의 풍상과 아픔을 고스란히 안은채 이제는 그 시간의 무게를 감당 하기에는 버거운 나이가 된 그녀.

살아간다는 것이 찬미가 아닌 고난의 날들 이구나 라는 것을 뿌리깊게 세뇌를 시켜준 그녀.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여러 가지이다.

밥을 차려 주었던 사람.

굴곡 많았던 나의 십대 과정을 함께 하였던 사람.

애비 없는 자식은 자식복도 없다고 하였던 사람.

세상 사는게 왜이리 힘드냐는 푸념을 한평생 입에 달고 다녔던 사람.

삶에 지쳐, 풍파에 지쳐, 사람에 지쳐 이제는 노쇠한 몸을 이끌기에도 벅차 보이는 사람.

빈손으로 왔다가 이제는 빈손으로 가야할 시기임에도 그것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는 사람.

그런 그녀가 나를 세상에 낳았고 키우고 성장 시켰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

그런 그녀의 영향력이 끝없이 나를 지배함에 한스러워 하며 저항과 탈출만을 꿈꾸는 나는 어린아이.

 

손을 잡아야 할때인가.

아픈 가슴을 안아야 할때인가.

 

‘박하사탕’ 영화에서의 설경구가 그러했던 것 처럼 돌아가고 싶다.

아무 생각 없었던 그때의 그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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