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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7일 06시 41분 등록

[졸업여행 2일차 : 2/24(토)] - 여행의 의미


  여행은 우리를 일상에서 벗어난 그 어디쯤으로 데려다 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낯선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화도 여행은 나에게 있어 최적의 여행 장소였다. 강화도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인천을 지나 강화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마치 아기공룡 둘리의 깐따삐야 행성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짙게 낀 안개는 이 곳 강화도가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암시하는 듯도 했다. 


  점심 나절이 지나자 변경연 11기 멤버들과 교육팀 선배들이 모두 모였다. 이번 졸업 여행의 멤버는 모두 12명이었다. 해물탕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들은 팀을 나눠 강화도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팀 별 미션도 주어졌다. 미리 준비 된 질문지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들이 가득했다. 그 힌트는 강화도에서 유명한 물건이나 장소를 뜻하는데 그것과 함께 사진을 찍고 정해진 장소에 약속한 시간 내로 도착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의외로 까다로운 질문지와 여행을 즐기는 신선한 방법에 팀원들 모두 들떠있었다. 여행의 전체일정을 준비한 뚱냥이형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했다.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또 다른 누군가의 설렘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숙소였다. 저녁 거리를 사서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낡은 숙소의 외관에 당황했다. 출입구 창문은 섀시가 휘어 반쯤 열린 상태였다. 웃풍이 심했다. 그리고 아무리 복층 구조라지만 2층은 아예 난방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것은 그 넓은 독채에 화장실은 하나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제일 불편한 내색을 한 것은 나였다. 펜션 사장님께 왜 미리 방의 상태에 대해 말을 해주지 않았냐고 당장이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다. 나의 불편한 내색 때문에 사장님도 불편해하고, 일정을 잡은 뚱냥이형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하지 못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 때 였다. 내가 느낀 불편함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나는 여행 부적격자 였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원래부터 불편한 것인데도 말이다. 편하기는 원래 자기 집이 제일 편하다. 그런데 그 편한 집을 떠나 여행을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의 불편함쯤은 감수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불편한 상황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난 이유에 더 집중 했어야했다. 내가 불편해 한다고 숙소의 상황이 달라 지는 것은 아니다. 추위가 물러가는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느낀 불편함을 드러낼 수록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그 불편함이 전염 되기만 할 뿐 그 상황자체는 개선되지 않는다. 그것은 혼자서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떠난 곳에서 일상에서 누리던 편안함을 그리워 한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아직 진짜 여행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몸은 떠났으나 마음은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 


  여행은 공간적인 이동 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인식의 이동에 가깝다. 낯선 환경 속에 자신을 두고 스스로를 더 알아가겠다는 다짐 이자 기대다. 여행은 원래 불편한 것이다. 그런데 불편한 상황보다 우리를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마음이다. 그것은 몸은 일상에서 떠났으나, 마음은 아직 일상이 주는 안락함에 얽매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여행을 통해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강화도 여행 이틀 차 아침이 밝았다. 진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불평은 줄이고, 온 감각을 열어 오늘 하루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눈부시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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