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7년 4월 22일 21시 32분 등록

왜 여행을 떠날까? (42번째 칼럼)

11기 정승훈

 

5월 초엔 징검다리 연휴라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여행객은 작년대비 30% 증가했고 국내여행은 2.5배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사정이 어렵다. 가계소득이 줄었다 하지만 여행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만큼 힘들고 피곤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피곤을 자처한다. 왜 일까?

 

한국은 1983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됐다. 50세 이상의 국민으로 200만원을 1년간 은행에 예치시켜 놓아야 해외여행이 가능했다. 일본여행가서 코끼리 밥통을 사오던 때였다. 그 후 점차 완화되다가 198911일에 해외여행 연령 제한이 전면 폐지되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에겐 배낭여행이 로망이 되었다.

 

한국의 여행문화는 국내 관광버스 여행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다.

마을마다 친목계, 부녀회 등등의 명목으로 모임을 하고 봄, 가을로 꽃구경, 단풍놀이를 한다. 계속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시댁으로 들어와서 그런 모임들이 신기했다. 형님, 동생 하는 호칭도 입에 잘 붙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일찍 관광버스가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다. 그러면 모임의 총무는 먹을 것들을 차안에 싣는다. 아침 요기꺼리로 김밥과 떡을, 그리고 술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술이 있으니 안주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출발부터 술을 먹기 시작한다.

 

관광철에 사고가 나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서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그땐 관광버스에 노래방기기가 있었다. 술 먹고 돌아가며 노래하고 그러다 흥에 겨우면 모두 버스 복도에 서서 춤을 췄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지만 그땐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당시 나는 안 논다고 형님들께 눈총 꽤나 받았다. 나에겐 버스에서 추는 춤이 형님이란 호칭 못지않게 어색했다. 그러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없어진 관광버스 놀이 문화가 되었다.

 

시골동네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관광여행이 해외로 확대됐다. 한번쯤 동남아시아, 중국은 다녀왔다. 그러면서 나이 드신 분들은 힘들고 비용 많이 드는 해외보다 다시 국내를 선택하더라. “가봤더니 별거 없더라. 힘만 들더라. 가봤으니 됐지.”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젊은 층들이 더 많은가보다.

 

여행문화도 바뀌었다. 예전엔 돈 많고 시간 많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떠남과 만남]에서도 저자가 나이도 어린데 벌써 돈을 벌어 여행을 다니니 부럽다는 말인가 보다. 미안한 일이다.” 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는 결혼하고 애 낳으면 그저 앞만 보고 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젊은 층들이 사고가 달라졌다. 조카를 봐도 보너스와 돈을 조금씩 모아 휴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결혼한 젊은 부부도 아이까지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그리 넉넉하지 않음에도 평소에 아끼고 여행을 선택하더라. 심지어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그 여행을 위해 참고 일한단다.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어떤 삶이 옳고 어떤 삶이 그르다 할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의 소신과 주관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삶이 윤택해진 건 맞는 것 같다. 일상의 탈출을 위한 여행이든, 여행을 위한 일상의 참음이든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음은 즐거운 일이다.

 

예전에 어느 강의에서 강사가 수강생을 대상으로 질문을 했다.

나이 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대답들이 나왔다. 책을 읽겠다. 여행을 하겠다. 운동을 하겠다..

그러자 다시 강사가 물었다.

그럼 지금은 하고 있으세요?”

아니라고 대답하자 강사가 다시 말했다.

지금하고 있지 않다면 나이 들어서 하지 못해요. 하고 싶으시면 지금부터 하세요.”

 

바쁜 일상에 쫓겨 뭐든 나중에 하지 뭐하지만, 결국 나중엔 못하게 된다.

 

 

IP *.124.22.184

프로필 이미지
2017.04.23 20:04:56 *.5.22.92

여행을 다녀온 날.

공과금과 세금 등 쌓인 청구서가 나를 반긴다.

뭔가 달라질것 같더니만 그대로이다.

그럼에도 나는 또 배낭을 챙긴다.

왜?

프로필 이미지
2017.04.25 11:06:19 *.18.218.234

나이 들면 단순히 체력저하로 여행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호기심, 흥미, 설레임 등이 없어지는 것이 문제인 듯요.

뭐든 할 수 있을 때 당장 저지르는게 정답.

그래서 우린 여름에 어디로 여행간다고요? ^^

프로필 이미지
2017.04.26 04:27:43 *.106.204.231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지금의 여행과 나중의 여행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결론은 지금도 가고 나중에도 가자.  

프로필 이미지
2017.04.26 17:50:21 *.81.34.124

'지금하고 있지 않다면 나이 들어서 하지 못해요. 하고 싶으면 지금부터 하세요'

여행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혹시

'나중에'

' 다음에' 라고 미루고 있는지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군요. ...~~

 

프로필 이미지
2017.04.26 18:45:42 *.129.240.30

지금~!! 라잇 나우 바로 지금해야 합니다. 젊어서 놀아야 합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12 나 만의 특별과제 2 -새로 알게 된 것들 박혜홍 2018.07.26 958
5011 # 8. 커피 이야기 3 file [3] ggumdream 2017.06.12 959
5010 #13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_이수정 [2] 알로하 2017.07.31 959
5009 <뚱냥이칼럼 #13> 일상으로의 초대_2 [1] 뚱냥이 2017.07.31 959
5008 칼럼 #14 시계 도둑은 말이 없다 [2] 윤정욱 2017.08.07 959
5007 #16 -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 제주 - 여행의 뒤에서(이정학) file [5] 모닝 2017.08.21 959
5006 #21. 군대에서 시작하는 변화이야기 [2] ggumdream 2017.10.09 959
5005 #32 태극기 집회를 만나고 (윤정욱) 윤정욱 2018.01.29 959
5004 칼럼 #10 전셋집을 구하며 [5] 윤정욱 2017.07.03 960
5003 칼럼 #22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마지막편 (정승훈) [1] 정승훈 2017.10.14 960
5002 #35_망개떡 아저씨 (윤정욱) 윤정욱 2018.02.11 960
5001 8. 굿바이 엘렉트라 [6] 해피맘CEO 2018.04.30 960
5000 6월 오프수업 후기(정승훈) [4] 정승훈 2017.06.20 961
4999 <칼럼 #9> 국가대표 답게 플레이 합시다 [1] 뚱냥이 2017.06.26 961
4998 7월 오프모임 후기_역사의 시작 뚱냥이 2017.07.18 961
4997 <뚱냥이칼럼 #19> 뚱냥이 에세이 - '마당 넓은 집' 외 1편 [4] 뚱냥이 2017.09.18 961
4996 마지막 수업(김기상) [4] ggumdream 2018.01.16 961
4995 #4. 낭송의 힘(김기상) [6] ggumdream 2017.05.08 962
4994 나도, 나로 살았으면 좋겠다 [4] 송의섭 2017.05.08 962
4993 5월 오프모임 후기_이수정 [5] 알로하 2017.05.23 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