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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11시 39분 등록

2018, 두가지 큰 변화를 맞으면서

2018년도 두 달이 지났다. 까지 보냈으니 진짜 2018년도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남쪽나라 경주에 살고 있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수도관 동파, 보일러 동파는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이번 겨울에는 직접 몸소 체험까지 했다. 국방부 시계가 가듯이 이 겨울도 이제 끝자락에 서있다. 이번 설 연휴는 봄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은 따뜻한 날씨였다.

44번의 봄을 맞고 있지만 이번 봄은 나에게 특별하고 각별하다. 바로 두가지 큰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바로 민간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면 사람이지 그 사람을 다시 민간인이라는 말로 나눈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달리 어떻게 말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제 군인에서 민간인이 된다. 사관학교 4, 군 생활 20. 도합 24년을 군인으로 살았던 사람이 이제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군대에 적籍을 두고 있었기에 완전한 민간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진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1년이라는 완충적 시간이 있었기에 심리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슴 한 켠에 웅크리고 있는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 바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이다. 누구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밥이 해결되었으니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 한창 일할 40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무엇보다 나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쉬어도 괜찮다고, 그럴 만한 자격도 있다고, 얘기하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시는 그 어떤 조직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어디라도 들어가는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이번 주 김경집의 <생각을 걷다>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를 연구하면서 저자의 인생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얘기한다. 자신의 삶을 세 등분으로 나눠 25년은 배우고, 25년은 가르치고, 25년은 글 쓰며 살기를 꿈꾼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살고 있다. 나도 어떻게 하다 보니 저자가 말한 세번째 지점에 서있다. 단지 차이는 저자는 그 삶을 준비하면서 살았고, 그런 능력도 갖추었다는 것이고, 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삶을 살지 몰랐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이기에 그릴 것은 많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비록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아쉽고 아쉽지만.

파엘로 코엘료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라고 얘기한다. ‘라는 배가 그동안 항구라는 조직속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배는 본디 항구에 머물기 위한 존재는 아니다. 험한 파도와 세찬 비바람을 겪고 우리가 꿈꾸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라는 존재 역시 이제 나의 꿈과 희망을 찾아 항구를 떠나야 한다. 떠나면 고생인 건 분명하다. 가다가 난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난파되더라도 그 파편은 흘러흘러 어느 땅에 다다르고 만다. 온전한 상태로 도착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한 조각이라도 목적지에 도달한다면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변화는 연구원 1년차 과정이 끝난다는 것이다. 연구원 내신을 하면서 설마 합격 하겠어? 그냥 내는 데 의의를 가지자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붙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1년 동안의 과정을 해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제 그 마지막 과정에 와있다. 완벽하게는 꿈도 꾸지 않았지만 충실히, 성실히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마저도 잘 지키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1년간을 버티어 냈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해내야만 할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칸트가 말했다. 나에게는 이 1년의 과정이 칸트의 그것과도 같았다. 꼭 해내야만 한다고. 그리고 결과론적으로 해낸 것 같다. 2년차가 남아있지만.

그런데 2년차가 사실 걱정이다. 과제가 있었고 마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데 이제 그 마저도 없다. 사실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자율적으로 해본 일이 없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해야만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오던 인생이다 보니 이제 내 앞에 주어지는 자율성에 과연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을까?라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을 걷다>의 저자는 얘기한다. “나 자신을 어떤 울타리에 가두는 것, 그것이 바로 한계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해야 깨뜨려야 할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다행이다.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한계를 깨뜨리는 일 만 남았다.

두가지 변화는 나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인생의 성공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라 했다. “너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석가모니의 이 말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라고 한다. 석가모니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경계하고 깨우치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불을 밝히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을 비추는 거대한 불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가족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라도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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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20:47:44 *.18.218.234

그러게요. 기상씨한테 이번 해는 민간인이 되는 뜻깊은(?) 해네요.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 막막하고 불안하긴 할 건데.. 

나라면 산티아고를 가겠어요. 질러요. 

걸으면서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고민하는 건 어떨까? 


가족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라는 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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