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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10시 51분 등록

 

2004년 베트남 호치민에 개인 자유여행을 다녀온 후 거의 14년 만에 다시 호치민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번엔 첫 방문과는 다른 출장이었다. 목적이 다르니 여정을 준비하는 태도랄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긴 했다. 10년도 휠씬 지난 후에 방문이니 당연히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호치민은 많이 변해 있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은 여전했는데 예전에 비하면 차량 역시 오토바이 숫자만큼 많이 늘어난 듯 하다. 베트남에선 세금 문제로 차량 가격이 아주 고가라고 한다. 소나타의 경우 6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2,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서민이 쉽게 살 수 없는 가격인 듯 하다. 그럼에도 호치민 시내에는 한국차량뿐만 아니라 일본차와 독일 고급차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한 도시를 이렇게 10년 간격으로 방문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 듯 싶다. 너무 자주 가게 되면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너무 오래되면 변화 자체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10년이면 변화를 체감하고 비교해 보면서 어떤 것들이 바뀌고 새로워졌는지를 확인하기 좋을 듯 싶다.

 

2004년 호치민시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신비의 나라라고 해야 할까? 오래 시간 감춰진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는 듯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었다. 개발이 안 되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리고 조금은 불편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없었지만 그들은 불편함 없이 우리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었다. 거리 곳곳은 지저분했지만 사람들은 정감이 넘쳤고, 가난한 것처럼 보였지만 시민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시내 곳곳 어디에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어도 엽서가 될 만한 우리에겐 색다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2018년 호치민은 그때와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은 변한 모습이었다. 시내 곳곳에 고층 빌딩들이 올라가고 거리에는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의 프랜차이즈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시민들 모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곳곳에서 모바일로 영상을 보고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길을 찾았다. 그 모습이 우리네와 비슷해서 친숙하지만 조금은 서운하다. 베트남 호치민 같은 곳은 그래도 다국적기업들에게 자유로웠으면 하는 마음인데 역시 쉽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베트남 전체가 아닌 호치민시의 단편적인 모습일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활기차고 기운이 넘쳐나는 듯 했다. 아마도 U-23 아시아챔피언쉽 경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흥분과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아서 일수도 있을 것 같다. 거리 곳곳에 아직까지도 박항서감독의 모습과 U-23 축구팀의 이미지 프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베트남에서 만나는 누구나 다 박항서를 안다고 하면서 한국축구 넘버원, 엄지척이다. 정말 2002년 한국을 보는 듯 하다. 박항서감독은 그때의 히딩크와 비슷한 위상이다. 이번에 만난 베트남 제작사 대표가 지난 1 27일 결승전이 벌어졌던 호치민 시내 사진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시청 앞 광장 앞에 모여서 응원하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베트남에선 축구가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라고 한다. 전 세계 특히 유럽 축구 경기는 거의 모든 경기가 중계된다고 한다. 아마도 그 영향도 클 것이라고 한다.

 

U-23 아시아챔피언쉽 열기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물론 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이다. 베트남은 미국도 중국도 힘을 못 쓰는 동남아, 아니 전세계적으로도 특이한 나라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통해서 승리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영어가 미국인들의 언어가 아닌 영국사람들의 언어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중국과는 천년 이상 끊임없는 전쟁을 치룬 역사가 있으며, 중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뤄어낸 과거가 있다. 최근에도 중국과 일촉측발의 국경 분쟁이 발생할 위기까지 갔었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베트남에선 화교가 힘을 못 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국난을 극복해 냈던 지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베트남 국민들은 자신들이 해 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한다. 그런 믿음이 이번 U-23 아시아 챔피언쉽을 통해서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온 국민이 열광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보았기에 열광하고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듯 하다.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이를 현지에서 지켜보는 한국인들은 우리나라의 80-90년대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 속에는 최근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우선은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되었으며,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히 나와 비슷한 30-40대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그래서 아직은 기회가 있고 희망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이며, 3번째 교역국이기도 하다.

 

혼란의 80-90년대를 보낸 한국이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때는 기회가 있었다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일까?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1987’은 우리에게 지난 30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외침인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나요? 란 질문에

우리는 세상은 쉽게 변화하지 않고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디 더디 세상은 변할 수 있고 그 변화는 우리가 해낸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자부심 속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국 사람이건만 오히려 기회는 지금보다 80-90년대에 많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2018년 한국의 20대는 취업 전쟁에 절망하고 30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40대는 집 구하기에 낙심하고 있고 50대는 노후준비 공포에 빠져있다. 이제 한국은 사회적인 신분 변화가 어렵고, 자산 증식이 어려운 사회적 시스템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무엇이 또 문제일까?

 

이번 출장 일행 중 누군가 은행 금리가 12%라는 은행 앞 입간판을 보면서 ‘여기 투자하면 그냥 돈 벌겠네요’란 말과 함께 쓴 웃음을 보였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시민의 힘으로 사회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우리에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

 

3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베트남에서 다시 우리의 30년 후를 고민해 보는 출장이었다.

IP *.129.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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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12:55:30 *.18.187.152

행동반경 젤 넓은 모닝.

칼럼에 샌프란시스코, 제주, 베트남이 담겨 있네요. 창원 결혼식 생중계까지. ^^

덕분에 베트남의 열기를 훅~하고 느꼈어요(은행 금리 12%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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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9:25:00 *.129.240.30

작년 올해 정말 뜻하지 않게 출장이 많았네요 ^^.. 덕분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힘들었습니다. ㅋ 모든 일이 하려면 몰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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