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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8일 16시 48분 등록

새로 이전한 사무실은 예전과 달라 보였다. 80평대의 크고 넓은 공간에 새로 꾸민 책상과 중간 통로 지역에 제품 디스플레이어를 배치한 것이 새롭고 참신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시 발매식이 거행될 때에는 무대 앞자리에 세팅을 하는 것이 정석인데, 저런 방식으로 운영하니 좀더 친화적으로 참석자들이 접근할수 있을것 같다. 역시 00사장님 다웠다.

“이거 누구 아이디어세요. (시침을 뚝떼고)”

“누구긴 누구여 나지.”

특유의 자신감과 자부심 넘치는 멘트로 화답을 하였다.

그러했다. 그녀였다.

 

모든 업종을 떠나 사업을 하는데 있어 당사자의 역량과 자질은 무엇보다 중요시 된다. 개인의 인프라가 구축이 될 때 원하는 규모의 사세로 성장과 발전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녀의 능력은 탁월하다로 표현할수 있다. 개인기, 자기 관리, 인맥, 스킬, 언변, 화법 등 무엇하나 남보다 뒤쳐질게 없는 그녀이다. 거기에다 자신만의 당당함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이런 조건에서만 보면 그녀는 외형적인 매출에서 분명히 Top을 하고도 남을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남들이 더큰 성장세로써 3억, 5억, 10억대의 매출로 치고 나가고 있음에도 그녀는 1억대 매출의 턱걸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 리쿠르팅을 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만 가끔씩 들릴 때마다 느끼는 점은 그녀의 사업장은 오래 근무한 고정적인 사람들 보다는, 새로운 사람의 모습이 눈에 쉽게 띄인다는 것이다. 이점은 신규 입사자가 고정적으로 있다는 강점을 보이는 반면 그녀와 함께 호흡을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나가는 직원은 드물다는 점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성장의 여지가 분명히 있는 분인데 왜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가 마지노선 일까. 그렇다고 목표달성에 대한 신념과 더잘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는것도 아닌데 왜일까? 궁금증이 드는 와중에 오래전 그녀와의 첫대면 모습이 떠올려 졌다.

 

“패션쇼요? TV에서 나오는 쭉쭉빵빵 여자들이 하는 그런 쇼 말인가요.”

“그정도로 거창 하게는 하지 않더라도 그런 형식을 빌린 답니다.”

연말이 가기전 그녀가 자체 송년행사에 본사 영업본부 직원들을 초대 하였다. 카운슬러들에게 화사한 옷차림과 워킹 등을 연습시켜 고객들 앞에서 제품 홍보 및 식사도 하는 그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보듯 그렇게 때깔나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아이디어와 참신함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저렇게 연출할 수도 있구나 라며 한수 배울수 있는 행사였던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뜨거운 박수와 함께 주인공이 등장 하였다. 그녀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온갖 화려한 치장을 한 그녀는 앞으로의 비전과 포부를 이야기 하였다. 당시만 해도 사업은 탄탄대로 였기에 이대로만 간다면 향후 그녀는 우리 조직 내에서 최고가 될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굿뉴스 만은 아니었다. 조직이 깨졌다느니 계속 직원들이 바뀐다느니 악재가 반복이 되었던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개인의 자질 만으로 본다면 탁월한 분인데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이런 상념에 접어 들다보니 나에게 강사로써의 화두(話頭)를 던져 주었던 분과의 장면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브리이언 트레이시 ‘성취 심리’ 책의 역자 홍성화 님과 식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승호 씨는 강사는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하세요?”

뜻밖의 질문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다음과 같은 즉답을 하였다.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 아니예요.”

그분은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강사는 부족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부족한 사람요?”

나는 언뜻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대중 앞에서 자신의 사고와 의견을 설득력 있게 어필하고 공유 시킨단 말인가. 의아한 나의 표정이 전달 되어서인지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써 화두의 끈을 잡아 나갔다.

“하고있는 강의 등 현업에서 앞으로 은퇴를 하고나면 이후에는 골프 코치를 하고 싶어요.”

“골프를 잘하시는 모양 입니다.”

“아뇨. 골프는 10년 전에 배웠었는데 나는 내가 그렇게 골프를 못치는 지를 그때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러세요. 그런데 왜?”

나는 의아스러웠다. 골프 코치가 될려면 골프를 당연히 잘쳐야 되는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 못한데도 코치를 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내가 잘 못쳐 봤기 때문에 골프에 입문하는 초보자 들의 마음을 오히려 잘치는 사람들 보다 더잘 이해하고 공감해 줄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랬다. 곱씹어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 지는 말이었다.

“강사도 마찬가지예요. 부족한 사람이 오히려 수강생 들의 마음을 더욱더 헤아릴수 있어, 자신의 내용을 전파 하는데 훨씬더 효과적일수 있지 않을까요.”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낮은데로 임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겸손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을 드러내 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섬기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잘난 사람보다 오히려 강함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그녀의 탈렌트가 사람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음 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닮은 100명 내외의 세일즈 조직을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거래처에서 볼 수 있듯 가정에서 솥뚜껑만 돌리다온 조금은 촌티 나는 사람들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말쑥한 옷차림에 도회적인 이미지의 여성들이 리쿠르팅의 1순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들어 오더라도 얼마 근무 하지를 못하고 퇴사하고 마는 것이 그녀 조직의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녀가 조회를 할때면 교육장 분위기는 긴장감이 넘친다. 공중파 TV 매스컴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그녀의 강의는 내가 봐도 배울 점이 많다. 카리스마 있는 강의를 듣노라면 여성들은 당연히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왜 한계성이 있는 것일까.

 

역설적 이기는 하지만 가진 재능이 그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 부터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 하였다.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에 수준과 의식 자체가 남과는 다르다. 외적인 치장을 좋아하기에 쇼핑을 좋아하고 골프도 시시한 사람들과는 라운드(round)를 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그녀가 소속된 모임만도 여러개이고 멤버들 레벨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녀는 그런 것을 자랑을 해댄다. 자신은 남과는 다르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녀는 프로다.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나에게 자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이승호씨. 결혼생활을 한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퇴근 해서도 남편 앞에서는 화장을 지우지 않아요.”

“아니 왜요?”

“다른 여자들 처럼 남편에게 나의 흐트러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일주일에 전문 피부 관리를 두 번이나 받는 그녀는 덕분에 오십이 되어가는 나이 임에도 아직도 탱탱한 피부와 미모를 자랑한다. 몸매 관리를 하는 덕에 체중도 40Kg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평퍼짐한 체중의 여성과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떠는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쪽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교육시 그녀는 곧잘 조직원 들에게 질문을 해댄다. 만약에 상대방의 대답이 막히면 여지없이 서슬이 퍼런 직설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 그것도 모르냐면서 그럴 것 같은면 다른 일을 찾아 보라는 멘트까지. 모든 것에는 일장 일단이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런 그녀의 강하고 곧은 모습이 조직원들을 이탈시키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었으리라.

 

방문판매 업종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그렇기에 리더가 빛나 보일수록 성공의 확률은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많은 않다. 뭔가 부족해 보이고 어설퍼 보이는 사람들이 성공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수 있는 것이다. 과연 저런 분이 잘할수 있을까 염려되던 사람이 몇해가 지나서 보면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오히려 그런 분에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직장의 조직생활 에서도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무장된 조직이 오히려 붕괴되는 모습을 종종 겪게 된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기보다 잘난 사람에게 부담감과 위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실패의 경험 등이 많지 않기에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는 탓이다. 아마 이런 점들에 그녀가 한계성을 돌파하지 못하는 Key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조회를 마치고 나서 식사를 해야 함에도 그녀는 여전히 바쁘다. 경리로 있던 직원이 다른 조직으로 이탈 되었기에 그 업무까지 볼려니 정신이 없는 것이다.

“사장님 새로운 사람 뽑지 않으세요?”

그녀는 손사레를 친다. 바쁘더라도 본인이 하는게 낫단다. 그러면서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사람들의 흉을 본다. 그런 와중에 비디오 기사가 사무실을 방문 하였다. 왠 비디오 기사람. 곁에서 주고 받는 말을 들으니 다음과 같았다.

“신입사원 교육할 때 편집한 영상물이 나와 주어야 되는데 아직 멀었어요?”

“다되어 가는데 오늘은 조금 힘들겠네요.”

“내가 TV에 나온 자료를 보여줘야 그들에게 내 소개가 멋지게 될텐데...”

 

그녀는 임계점(臨界點)을 뛰어 넘는 임펙트의 요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언젠가 테무친은 어느 병사에 대한 진급 건의를 거부하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예수타이는 어느 누구보다 용감하고 어느 누구보다 귀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오랜 행군을 해도 지치지 않고 허기와 갈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거느리는 장교들과 병사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고급 지휘권을 맡을 만한 적임자가 아니다. 장군은 허기와 갈증에 대해 생각하면서 부하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부하들과 동물들의 힘을 아껴 쓸 줄 알아야 한다.‘

- 에이미 추아 <제국의 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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