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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3일 22시 56분 등록

부모라 힘들어요

11기 정 승 훈

 

 전화 상담을 하며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가해자 부모든 피해자 부모든 모두 힘들어한다는 거예요. 그냥 생각하면 가해자 부모가 뭐가 힘들어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의 문제이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지극히 본능적으로 사고해요. 가장 최우선으로 내 아이를 보호하고자 욕구가 있어서 어떻게든 학폭위도 열리지 않았으면 하고, 처분도 가볍게 받기를 원해요. 그러다보면 피해자인 상대 아이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싶고 원이 제공을 했으니 내 아이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여기기도 해요. 피해자 부모님은 당연 말할 필요도 없죠.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됐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런데 당사자인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화해하고 심지어 기억조차 못하는 것들이 부모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학년 A가 공을 굴리고 B는 공을 발로 차는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BA의 손을 공과 함께 찼어요. 이후 A의 엄마는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고, B의 엄마는 진료비를 지불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더 나가 A의 엄마는 성장판을 다치진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성장판 도움을 줄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일부로 찼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B의 엄마는 화가 났지만 결국 비싼 약값을 지불했다고 해요. AB는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아무 문제없이 학교생활 잘 했어요. 미성년자인 아이의 금전적 배상 문제는 부모의 몫이다 보니 오히려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B인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그때 그런 일 있었지? 기억나?” 했더니 . 그런 일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 친구와는 어떻게 지냈어?” “... 그냥 잘 지냈는데요.”

 

 두 명의 초등학생 서로 피, 가해자로 되었지만 학교에서 같이 생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학폭위가 열리고 처분이 내려졌어요. 가해자의 처분이 약하다고 여긴 피해자 부모는 재심을 하고, 그러다 쌍방 고소를 하게 되고 결국 민사까지 가게 됐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인 아이가 집으로 전화가 왔대요. “아빠, 000이가 같이 놀자고 하는데 같이 놀아도 돼?”라고요. 그 순간 그 아빠는 그동안 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까지 했나하는 생각에 당황했고 혼란스러웠대요. 그래서 대답은 그래. 놀아.” 라고 했대요. 부모는 서로 법적 대응까지 갔지만 아이들은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죠. 그저 친구일 뿐이죠.

 

 두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라 힘들 수밖에 없는 과정과 상황들. 가해자, 피해자 가릴 것 없이 힘들어요. 내 아이를 대신해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예요. 그리고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최우선이에요. 사건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아요. 부모 성향도 다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해결하는 방법도 달라요. 상대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객관적인 강도가 아닌 절대적으로 주관적인 강도로 받아요.

이건 당사자인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아이들은 관계가 회복되면 잘 지낼 수 있어요. 하지만 부모들의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오히려 금전적 배상으로 사건은 끝날 수는 있지만,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돼요.

 

 자녀의 나이가 더 많아질수록 법적 절차 적용이 달라지고 사건도 심각하고 복잡해져요. 그러면 부모로 겪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생각지도 못한 고통도 느끼게 돼요. 그러니 학교폭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것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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