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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10시 54분 등록

 

중학생이 된 이래 나는 글 쓰는 것이 두려웠다. 초등학생 때 글을 곧 잘 써서 작가가 되보라는 칭찬까지도 들었던 학생이 몇 년 만에 두려워서 글을 못 쓰게 되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뒤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생 때 글을 잘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때만큼, 아니 그 때보다 더 잘 써야한다는 부담감에 눌려 글 쓰기가 힘들어졌고, 나의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잘 쓴 것 같은 글을 흉내내다 보니 못쓰는 글이 됐고, 이에 대해 지적을 받다보니 다시 글쓰기가 싫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점점 글쓰기가 두려워지고 결국 글을 전혀 안 쓰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절필한지 10여 년이 지난 뒤에, 미국 대학원 입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로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말로도 못쓰는 글을 어떻게 영어로 쓸까. 여전히 두려움이 컸지만 용기를 내서 쓸 수 있었던 건 한번 더 아이러니하게도우리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글로 글을 쓸 때에는, 대학을 졸업한 나름 지성인 수준의 글을 써야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못 미치는 글을 쓸까봐 부끄러워서, 아예 글을 쓸 시도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아무리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다고 해도 모국어가 아닌데 잘 못 쓰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영어 원어민이 아닌 내가 ‘”개떡같이써도 원어민들이 찰떡같이알아들어야 하지 않나나는 이런 뻔뻔함을 갖고 영어 글쓰기의 두려움을 극복했다.

영어로 글쓰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가장 기본은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처음부터 문법적 오류가 없는 문장, 원어민같은 완벽한 문장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일단 시작했으면, 반은 한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개떡같이 쓸 수는 없다. 이제 어떻게 개떡을 찰떡같이 맛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영어로 글쓰기의 기본은 한글로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좋은 글을 만이 일어야 하듯이, 영어로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원어민이 아닌 우리는 어려운 책이나 신조어가 많은 인터넷의 글보다는 쉬운 책부터 읽는 것이 좋다. E. B. White의 책은 미국의 초등 고학년, 중학생을 위해서 쓰여졌지만 성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의 책 <Stuart Little>, <Charlotte’s Web> 등은 쉽고 단순한 구조의 문장일 뿐 아니라 재미있는 표현들로 구성돼 있어서 초보자들이 참고하기에 좋다.

 

두번째도 일반적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많이 써봐야 한다.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서 영어 일기쓰기를 해도 좋지만, 그보다 부담없이 자주 쓸 수 있는 방법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그때 그때 떠오르는 것, 생각나는 걸 영문장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먼저 한영사전을 찾아야겠지만, 이 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이를 영영사전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어 단어와 영어 단어, 그리고 표현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리말로는 너무나 당연한 표현이 영어에서는 말이 안 되거나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한영사전에서 맞는 단어를 찾았다 하더라도 실제 영문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단어의 뜻을 확인한 후에는 예문을 찾아서 본인이 원하는 의미로 쓰이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단어를 이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연습까지 한다면 오래지 않아 찰떡 같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영어로 생각해서 쓰기다. 우리말과 영어는 단어도 표현도 문장 구조도 전혀 다르다. 우리말로 먼저 생각한 후에 이에 일치하는 영문으로 번역하려 한다면 영원히 개떡(콩글리쉬)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처음부터 영어로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위에서 제안한 많이 읽기와 영영사전 찾기다. 영문 컨텐츠를 읽기만 하지 말고 좋은 표현이나 문장은 필사를 하고, 비슷한 예문을 만드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저절로 영어식 사고에 익숙해진다. 주변에 영어 글쓰기를 하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간단한 카톡 메시지 등을 영어로 주고받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나는 영어식 사고와 표현이 친근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한글 버전이 있는 웹사이트의 언어를 영어로 설정한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생각해서 글쓰기가 쉬워진다.

 

이제 글을 어느 정도 썼다면 교정을 받아야한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한번 나는 영어 원어민이 아니다. 못 쓰는 건 당연하다는 걸 기억해 보자. 우리가 아무리 영영사전을 찾고 영어책을 읽어가며 연습을 한다고 해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배워서 글을 쓰다보면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문법이나 글쓰기에 능숙한 원어민이 있다면 가장 좋겠다. 하지만 한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 글쓰기에 능하지 않듯이, 영어를 모국어로 쓴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글쓰기 선생님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 문법과 글쓰기를 오래 연습한 한국인이 더 좋은 글쓰기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주변에 그런 한국인도 없나?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검색해보면 유료로 작문을 교정해주는 사이트들 많고, 무료로 원어민들이 교정해주는 사이트(http://lang-8.com/) 도 있다. 글쓰기를 연습하는 초기에는 이런 사이트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우리말 글쓰기에 자신이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외국인이 한글로 쓴 글을 교정해주는 것도 좋겠다.

 

지금까지 영어로 글을 잘 쓰기 위한 몇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어떤 기술적 방법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두려워하지 말고 쓰자이다. 틀리면 안 된다는, 잘 쓰려는 두려움을 버리고 시작하면, 더 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이상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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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4:04:10 *.106.204.231

오~ 꿀팁 대방출이네요. 영영사전, 영어 언어 설정, 교정. 바로 실천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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