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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7일 09시 48분 등록

지난 목요일 11 23 6개월간의 대장정(?) 이었던 "4차산업혁명 기업혁신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진행된 과정은 한양대학교에서 이루어졌는데요. 과정이 끝날때 쯤 왠지 모르게 아쉬움도 생기면서 그 옛날 학교를 떠날때 같은 감정이 되살아나더군요. 정식 학부나 대학원 과정도 아니었고 그냥 1주일에 한번씩 학교에 와서 강의를 들었을 뿐인데도 말이지요. 느낌의 어딘가에 학교다닐 때의 어떤 것이 되살아 났던 모양입니다. 수료식때는 대학원졸업과 비스무리한 의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졸업식 복장과 학사모를 쓰고 대학총장님 인증서도 받고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20년만의 새로운 졸업식 같은 재현이었습니다. 지난 20년전의 그때가 생각나더군요.

참고로 저는 IMF때 졸업을 했습니다. IMF가 뭔지도 몰랐고, 아무 생각도 없을 때, 아무 생각없이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인 채 졸업을 했었지요. 그때의 심정으로 저를 보내보면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기 까지 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대안이나 대책이 없었으니까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무엇이 변했을까?’ 의식의 차원에서 비롯된 삶의 기반이, 두려움을 조금은 떨어뜨려 놓았다고나 할까요. 피하고 싶지만 피해서는 답이 없으니, 어느정도 안고 두려움 안으로 들어가는 심정적 변화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렇게 하면서 한발 한발 내 디딘게 오늘이라는 결론 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의 의식이나 생각이 과거 대학교때 가졌더라면…’ 부질없는 것인 줄 알지만, 가능성과 동경에 대한 현재의 해석인걸 알지만 뭔가의 따뜻함이 위로하는 거 같습니다.  부질없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발전시켜 앞으로의 20년 후, 바보같이 살지는 말자로 이어지더군요. 제 자신에 충실히, 조금은 지혜롭게 오늘을 살고 싶은 열망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이부영교수님의 「그림자」를 읽었습니다. 자기, 자아,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낯선 단어들을 접했습니다. 낯설다는 건 그 만큼 접촉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역사서나 고전이 버거웠던 건 이 낯설음에 있지 않았었을까 합니다. 다양한 책을 접하지 않은 저의 불찰도 있겠지만, 학교다닐 때 이과나 공대로의 진학은 한쪽을 가로막고 있었더군요. 머 어쨌든 용어나 표현이 낯설었지만, 지난 주 「내면아이」에서 처럼 과거의 기억과 경험으로 들어가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은 늘상 저와 함께 했던 것을요. 지나 간 것은 지나고 끝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감추고 싶은, 도망치고 싶은, 피해버리고만 싶은, 외면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러면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를 되뇌였습니다. 그림자에 빛을 쏘이듯 나의 어두움을 현실로 끌어내 어울리게 하고, 내가 보다 귀중한 존재라는 걸 현실과 화해 시켜야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그런 어설픔이 이번 책을 통해 배운점 입니다.

 

과거의 어떤 경험은 되풀이 되고 지금의 어떤 사건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사는 일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할 겁니다. 그리고 또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사건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달리 한다면 삶을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항상 그런대로 뭐 있겠어? 다 그런거지라고만 한다면 누구의 말대로 사는대로만 생각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내용입니다만, 20년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조금은 다르게 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인식에서 비롯된 생각이 지금을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20년 후. 아마도 또 다른 생각이 또 다른 저를 만들겠지요. 문득 가수 이승환의 「나는 나일 뿐」이란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후반부를 잠깐 옮겨보면서 오늘의 칼럼 줄입니다.

 

네가 곁에 있지 않아도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어느 땐 서로가 필요함을 알게 되면

네가 했던 모든 일들에 말 없이 웃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키가 자란다면

 

내가 나로 커가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키가 자랐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겨울로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차가와 졌습니다. 건강유념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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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16:36:44 *.106.204.231

저도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이 의식과 생각을 예전으로 가져간다면...'입니다. 형님 말대로 부질없는 것이지만

상상의 즐거움은 큽니다. 그러나 우린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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