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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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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3일 10시 34분 등록

승호씨, 오늘 컬럼 좋네요. 다른 팀들은 모두 사전에 의논을 해서 한 사람이 발표를 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잖아요?  사실 우리 둘의 접근 방법이 너무 달라서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야 할지 방안이 서질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 각자 사례를 수집하고 다음에 카테고리화 할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했었지요. 사실 아직도 어떻게 포커스를 좁혀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다만
‘놀이’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겠네요. 요즘은 ‘놀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더라구요. 장기적인 일, 단기적인 프로젝트, 취미, 사회활동... 모든 것을 망라해서 ‘즐겁게 유희성을 가진 것’이면 모조리 뭉뚱거려 사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일’이란 당연히 힘든 것이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렵고 수치스러운 상황을 견뎌야 된다는 인식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되네요.

우리 윗 세대가 ‘밥벌이의 지겨움’을 묵묵히 인내해 왔다면, 오늘 날에는 삶을 즐기고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조금 덜 벌더라도 삶과 분리되지 않는 일을 추구하는 거지요. 거대한 조직 속에서 나의 노동의 결과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든지, 내 가치관과 상반되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든지, 부당한 잔업을 고수해야 하는 것 등을 거부하고, 작아도 내 뜻대로 하는 일, 내가 기꺼이 신명 바쳐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거지요. 변경연에 모인 사람들도 대부분 그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보면  놀이 아닌 것이 없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공저 프로젝트, 강연놀이, 까페놀이... 이게 놀이인가?” 하는 승호씨의 의문이 풀렸기를 바래요.

놀이본능을 갖고 태어난 인간이 어떻게 조직 속의 일하는 인간으로 개조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한경애의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구요. “어렵고 뼈빠지게 일해야만 먹고 산다”는 전사회적인 강령을 뚫고 날아오른 ‘놀이 유형’에 대해서도 많이 나와 있어서 나는 아주 도움을 많이 받았답니다.

사실 승호씨가 먼저 가고 나서 내 마음도 조금 답답했습니다. 상황파악을 못하고 챕터별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어요. 그 미안한 마음으로 승호씨의 의문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해 볼까 하니, 조금이라도 승호씨의 의문이 풀렸으면 합니다.


‘소수면 소수지 꼭 창조적 소수라는 멘트를 넣어야 하는지?’

예, 그렇다고 생각해요. 왜냐? 그것이 이번 사자프로젝트의 주제이니까요. 흔히 ‘불알친구’라고 표현되는 지연.학연으로 맺어진 친구에게 결여되기 쉬운 비전의 공유, 삼삼오오 몰려다니기는 하는데 배타적이고 비생산적인 패거리문화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것을 창조해내는 소수’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개인별 창조적이 아닌 사람은 그럼 창조적 소수의 멤버에 들어가지를 못하는지?’

일단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아직 기회와 계기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세상에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갈수록 ‘창조’에 대한 기준이 넓어지는 동시에 모호해짐에 따라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힙합이 뉴욕의 빈민층 흑인청소년에 의해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진 것을 보아도 그렇구요. 주변에서도 아이들을 다 키운 후에 미대에 들어가 국전에 입선하는 사람도 보았구요. 그러니 고쳐 말해 보자면 ‘창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멤버가 될 수 없다’고나 할까요?

‘과연 창조적이란 기준은 있는 것인지? 있다면 그것이 과연 객관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물론 없습니다. 과거에 고급예술이 득세하던 경향도 파괴되고 있구요, -사실 고급,저급을 나누는 것이 어불성설인데도-, 평론가입네 하고 학파와 분파를 조장하는 세력들의 영향력도 쇠퇴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나는 ‘배우지 않고 스스로 깨우치는 예술’이라는 개념도 좋아하는데요.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관련학과를 다니며 장시간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른바 un-taught art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의 한 중년여성이 댐건설로 수몰되는 고향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보니 7만 장이나 찍었답니다. 그래서 사진전도 열고 사진집도 펴낸 것 같은 사례지요.

구선생님께서 즐기시는 그림판 그림처럼, 누구나 스스로 즐기고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창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생각만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겠지요. 내가 창조적이기 위해서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성과물을 창조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예술현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1336번 혁산의 컬럼에 최근의 동향과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는 것 같아요.

‘골격이 너무 딱딱하지 않는지? 이론서를 쓸것도 아닌데?’

초반에 이 책에서 다루어야 할 것을 모조리 파헤쳐 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론적인 토론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례를 분석하여 일반적인 범용성을 획득한 것이 ‘이론’일 테니까요.  철저한 분석과 심층토의는 하되, 그것이 편안하게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외양을 갖추어야겠지요. 나도 비슷한 생각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창조적 소수’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자구요. 나아가 이 프로젝트 자체가 ‘공저를 위한 창조적 소수로서의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가 토의하는 것들을 수시로 우리 팀 안에 적용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창조적 모델과 실패한 창조적 모델 케이스들을 집중 분석하여 책의 내용에 삽입해 보고, 실패한 케이스를 통해 멀리 가기위한 대안점을 제시해 보면 어떨까?’

가능하겠지요. 내용상 여러 챕터에서 사례가 언급될 텐데요. 사례를 선정하는 것은 각자에게 얼마나 깊숙히 와 닿은 사례인가에 따라 정해겠지요. 그런데 나는 성공/실패의 여부가 사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성공/실패와 상관없이 얼마나 ‘매혹적’인가에 따라 갈라질 것 같아요. 요즘 내가 ‘매력’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사람들은 강요는 물론이고 관리받기도 거부하잖아요?  "관리하지 말고 자극하라!"는 말처럼 창조적인 소수의 모델도 그렇고 우리 책도 그렇고 얼마나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지 그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 이번 주 컬럼에 쓸 것이 없어서 고민 중에 승호씨의 컬럼에 접하고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 봅니다. 어제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례수집만 되었지, 내용이 빈약해서 좀 더 내용을 보강한 뒤에 올리겠습니다.
승호씨, 설마 불편한 것은 아니겠지요? 나의 충심을 알아주기 바래요~~^^  

IP *.108.4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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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9.11.23 20:16:57 *.72.153.59
저 수첩가지고 왔습니다. 키워드 옮겨적고 밑줄 쫙~.
여기는 공부도 시켜주고.... 너무 좋아요. ^^*
저는 지금 여러가지 것들이 펼쳐져서 제 가닥을 못잡고 있거든요. 모호한 것을이 쪼금~ 정리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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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11.24 06:47:25 *.108.48.236
ㅎ ㅎ 내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내가 더 고마우이~~
오늘도 열공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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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11.30 09:55:28 *.168.109.154
이동중이라서 선배님 글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의 넓은 식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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