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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3일 11시 27분 등록

“세상에는 좋은 유괴가 있고, 나쁜 유괴가 있어”

<친절한 금자씨>에서 백선생은 이와 같이 이야기하며 금자를 꼬신다. ‘유괴’라는 반인륜적 범죄의 부정적 연상의 단어가 상황에 따라 좋은 녀석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언어는 인간의 의식 체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좋은 편과 나쁜 편 사이에 제각기 자리를 잡게 마련이다. 가령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 나의 경험을 비춰봐도 영어단어를 외울 때 뜻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이 단어가 좋은 축에 속한 것이었는지 나쁜 축에 속한 것이었는지를 떠올리며 단어의 뜻을 미루어 짐작했다.

‘옳고 그름’, ‘선과 악’ 의 아폴로의 대결적인 이원적 세계관은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종종 단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새롭게 재정의되고, ‘좋은 단어, 나쁜 단어’의 긴 나래비 속에서 새로이 위치 이동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쯤에서 ‘중독 (Addiction)’ 에 대해 다음와 같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상에는 좋은 중독과 나쁜 중독이 있어”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즉, 중독이란 습관적 행동 및 반응체계를 의미하는데, 그 뜻이 부정적인 이유는 행동과 반응의 주체가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쾌락에서 시작해 습관화되면서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의존적이 되고 병적으로 된다.

중독은 위험하고 부정적이고, 거친 연상의 단어지만 한편으로는 한번쯤 빠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실제로 종종 중독은 경우에 따라서 ‘좋은 중독’ 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중독이란 무엇인가? 

좋은 중독은 어떤 대상에 대한 ‘매니아적인 전념’ 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나쁜 중독과 다른 점은 그 주체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좋은 중독이란 ‘올바른 집착’이며, 종종 ‘몰입’ 이라는 말로 대체해 불리워지기도 한다.

좋은 중독의 시작은 ‘좋은 습관’ 이다. 습관 habit 이라는 단어는 habere 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갖다, 붙들다, 지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습관은 우리가 붙들고 있는 신념, 내재된 감정들을 겉으로 표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습관)의 결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창조적인 습관, 생산적인 습관은 자연스럽게 더 큰 몰입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중독으로 인한 희열을 가져다 준다.

내게 있어 가장 창조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놀이는 ‘나의 아이덴티티 찾기’ 이다. 이것은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이름으로, 다른 방식으로 평생에 걸쳐 이 놀이에 참여하고 있다. ‘나의 아이덴티티 찾기’ 놀이는 어쩌면 ‘나르시시즘’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나에게 넋이 나가 나만의 입장을 고수하고,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나르시시즘’ 이 아니라 나의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나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나르시시즘’이다.

중독은 자극에 대한 쾌락에 심취되어 생겨난다.
나쁜 중독은 동일한 자극이 반복되면 쾌락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지만,
이와 반대로 좋은 중독은 동일한 자극이 반복되도 쾌락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먼이 말한 바와 같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극 수신자이자, 쾌락 수집가이다. 나에 대한 매니아적 몰입,  좋은 중독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IP *.244.19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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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11:30:43 *.244.197.254
호랑이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나를 마케팅 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브랜드에 중독'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쳐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에 중독되기' 방법론에 대해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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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11:52:32 *.96.12.130
제가 쓰려는 책의 제목이 '행복한 중독'인거 아나요? ㅎㅎ '나에게 중독되다.' <-- 요거 좋은데요. 잘 읽었어요. 그나저나 우리 마음 편지팀도 으쌰으쌰해야 하는데...... 내일 이사 끝내고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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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16:24:37 *.250.117.172
중독에 철학적 관념이 접목되면 몰입이 되고
거기서 더 깊어지면 한 분야를 일구는 장인이 되거나 통찰력있는 혜안을 지니게 되거나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쎄이의 나르시즘은 놀이는 좋은 중독에서 출발하고 있기에
세월과 함께 세상에 꼭 유익한 너만의 세계 일구리라 언니는 믿는다.
그 바쁜 일들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쎄이가 얼마나 기특했는지 말이야.

쎄이야, 변함없이 이 겨울에도 그 에너지 그대로 홧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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