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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0일 12시 12분 등록
#1. 생명의 진화

지금부터 38억년 전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 그리고 5억 3천만년 전, '태초의 빛'과 함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란 용어처럼 다양한 생명체들이 갑자기 지구상에 등장했다. 이후 바다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에게 새로운 기회 또는 위기가 닥쳐왔다.


*피카이아

5억년 전 지구에 일어난 거대한 지각 변동으로 인해 흩어져 있던 대륙이 한데 합쳐지면서 산맥이 생성되었고,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로 산과 산 사이에 강과 골짜기가 생겨났다. 강물은 자연스레 바다로 흘러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가 형성이 되었고, 이 곳은 당시 바다의 포식자인 앵무 조개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원시 어류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었다.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 민물은 천적이 없어서 좋았지만, 염도가 없어 삼투압의 차이로 세포막이 파열되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신체 구조가 필요했다. 이런 구조 조정에는 유연한 신체를 가지고 있던 피카이아(Pikaia) 종이 유리했다.


*케이롤레피스

피카이아의 후손인 원시 어류들은 염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비늘로 둘러싸고, 신장을 발달시켜 펌프의 압력으로 삼투압을 막아내었다. 또한 민물에는 칼슘, 마그네슘 등의 광물질의 농도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이를 저장하기 위해 척추를 만들어내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 결과, 3억 9천만년 전 최초의 담수어이자 모든 물고기들의 조상인 케이롤레피스(cheirolepis)가 나타났다.

그러나 강물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물 어류의 수가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그 즈음 황무지였던 육지에는 식물들이 자라나 어느덧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고, 민물 어류 중 일부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향하기 위해 아가미를 폐로, 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는 진화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크시오스테거

드디어 3억 6천만년전, 이크시오스테거(ichithiostega)라는 최초의 양서류가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조상들이 진화한 최고의 결과물로 무장한 이 양서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중력의 무게를 이기고 안전한 물 속을 빠져 나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2. 파충류의 뇌

이렇게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살펴보다 보면, 지구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진화의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한 가지 희박한 가능성의 결과물이 바로 현재의 우리인 것이다.

또한 현생 인류의 효시가 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38억년 생명의 역사 중에서 고작 지금으로부터 16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했으니, 짧디 짧은 생을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진화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우리의 조상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을 계속하며 진화를 거듭해왔다. 멸종의 위기를 넘어 번영하는 종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만 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땅으로, 나무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모험을 계속해 온 그야말로 진정한 모험가였다.

그 모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신체의 구조 조정이 필요했다. 피카니아의 척색은 케이롤레피스의 척추로, 케이롤레피스의 지느러미는 이크시오스테거의 발로 발전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새로운 곳을 향한 동경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치열한 마음가짐이다. 찬란한 꿈이다. 치열한 바다의 생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바라보던 평화로운 강 하구의 민물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을까. 민물 속에서 가끔씩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수면을 통해 바라본 초록빛 땅은 얼마나 가슴 떨리는 곳이었을까. 아마 그 신천지에 대한 동경이 우리의 조상을 그 험난한 진화의 지난한 과정으로 이끌었으리라.



우리의 뇌 속에는 이러한 진화와 변화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인간은 3개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the Cortex Brain)이고, 또 하나는 우리의 감정과 연결된 대뇌 변연계(the Limbic Brain)이고, 마지막은 본능과 연결된 파충류 뇌(the Reptilian Brain)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이 지성적으로 이야기하는 말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게 당신 안의 파충류를 보여 달라. 왜냐구? 언제나 파충류가 이기기 때문이다."


#3. 변화의 시작

분명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대뇌피질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본능과 생식을 관장하는 우리 안의 파충류 뇌이다. 우리의 조상은 안전한 바다를 떠나 이 곳까지 왔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 몸 안에 바다를 간직하고 있다. 척추는 바로 칼슘과 마그네슘을 저장하고 있는 우리 몸 안의 바다이다. 또한 우리는 엄마 배 속의 안전한 바다를 빠져 나와 이 세상에 나왔다. 태어난 순간, 이미 모험은 시작된 것이다.

'생명(生命)이란 말 그대로 생(生)에 대한 명령(命)이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최선을 다해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사부님은 말씀하셨다. "변화는 절박한 사람들의 주제다. 절박하지 않은 사람들은 변화에 성공할 수 없다. … 조심해야 할 것은 절박함이 변화를 쉽게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우리는 미래의 절박함을 현재로 가져와야 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동경을 현재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알베르 카뮈에 따르면 "자유는 삶의 순수한 불꽃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이며, "열정은 주어진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불태우며 최대한으로 성실하게 살려는 노력"이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시지프스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 올려야 한다. 그저 그런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반항해야 한다. '그럭저럭 견딜만한' 삶을 살다가는 결국 이미 늦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초라하고 비참하게 사라질 뿐이다.

때론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때론 빈둥거리기도 할 것이다. 때론 친한 벗을 만나 초라한 자신의 직장 생활에 대한 푸념을 털어놓으며 한숨짓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부디 그것만으로 끝내지는 말자.

당신 안에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떠올려라. 당신 안의 생존 본능을 일깨워라. 우리는 38억년의 시간을 거슬려 여기에 태어났다. 우리는 본디 타고난 모험가였다. 다시 시작하자. 누구도 가지 않은 자신의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이다.

당신 안의 파충류를 일깨워라!




IP *.249.1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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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0 23:58:08 *.60.237.51
마지막 사진도, 카뮈의 열정에 대한 정의도 맘을 부추깁니다.
내 안의 파충류도 계속 일깨워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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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12.21 11:40:11 *.249.162.200
마지막 사진은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의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입니다. '언제나 파충류가 승리한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인 이유는 또한 자신 안의 파충류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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