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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4일 00시 16분 등록

1. 장례식 전 날의 풍경

왜 이렇게 서럽고 또 슬펐을까. 막상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해보니 하염없이 눈물이 줄줄줄 흘러내렸다. 내 가족, 친구,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들이 눈 앞을 스쳤다. 내가 앞으로 하려고 계획했던 일들도 눈 앞을 스쳤다. 이제야 조금 더 나를 잘 알게 되고 나를 좋아하게 되려고 했는데, 이렇게 미완성된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삼십여 년의 짧은 인생, 즐겁게 살기도 부족한데 왜 이렇게 방금 전까지도 동료들에게 까칠하게 굴다가 왔을까, 왜 이다지도 나는 죽는 순간까지 모자란 짓을 하고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모든 것이 후회스러웠다. 이 모든 순간을 만회할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여한이 없을 텐데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을 하면 무얼 하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간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조직 개편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걸 바라보면서 매일 매 순간이 괴로웠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겨를도 없이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가 펼쳐졌다. 출장 가는 비행기 속에 털썩 주저 앉고 나서야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유언장을 쓸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3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되면서 쏟아지는 일의 홍수 속에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던 차였다. 이 바쁜 와중에 출장을 와야 한다는 것 또한 부담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에 오르자 뭔가 지옥 같은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이 들면서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감사한 마음이 용솟음 쳤다. 즐거운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다. 자신 있게 ‘유언장’ 이라는 세 글자를 치고 났다. 하지만 눈물 만이 흐를 뿐 이후 아무 말도 이을 수가 없었다.

 

사연 있는 여자처럼 입술을 앙다물고 꺽꺽 거리며 우는 나를 주변 승객들이 쳐다본다. 바로 옆자리의 아저씨는 컴퓨터의 ‘유언장’ 세 글자를 보더니 순간 나를 이상한 눈으로 한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스튜어디스에게 말해 다른 빈 자리로 옮겨버렸다. ‘나를 정말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혹시 신고하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스튜어디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티슈를 가져다 준다. 무언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눈물을 꾹 참아보지만 순간 나의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을 남편과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의 울음은 점점 더 오열이 되어간다. 태어나 나의 장례식을 처음 상상해보는데도 바로 겪어본 일인 것 마냥 영정 사진 속 웃고 있을 내 모습, 나의 사진을 부여잡고 혼절 직전까지 울고 있을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온다. 순간 ‘이 사람들이 나의 죽음을 슬퍼하리라는 것도 나의 착각이려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만큼은 나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울어주리라 라고 믿고 싶어진다.

 

결국 출국 길에는 내내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새 눈 앞에 온 귀국 길,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며 슬퍼할 가족들을 떠올려본다. ‘그래. 힘들어도 용기를 내보자. 내 마지막 메시지를 전해보자. 내 유언장이 그들에게 더욱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다면 나는 더 할 나위가 없겠다.’ 라는 생각에 이르자 타이핑이 빨라졌다. 겨우 한 문단을 썼을까. 출국 길 말라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물샘이 다시 터졌다. 역시나 이번에도 좋았던 순간 보다는 후회스럽고 잘못한 순간들이 더 뇌리를 스쳤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살았던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이렇게 빨리 데려가는가 라고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하늘을 붙잡고 제발 나에게 일년이란 시간만 더 달라고,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나 이렇게 가면 이승을 떠도는 새댁 귀신이 되어 버릴 것 같다고 빌고 또 빌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귀국길 내내 인도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담요를 뒤집어 쓰고 울며, 유언장을 썼다. 생각보다 할 말이 많다. 나도 모르게 2장을 훌쩍 넘기고 있다. 10분의 시간을 훌쩍 넘길 것 같아 다시 좀 줄여본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밥은 안 넘어갈 줄 알았는데, 밥을 받아서 또 꿀꺽꿀꺽 잘 먹는 나를 보며 죽는 날을 하루 남기고 이렇게 또 잘 먹는 너라니…라는 생각에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제사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꼭 챙겨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라는 생각에 이르자 웃음보가 터졌다. 나도 모르게 치킨? 떡갈비? 고구마? 막국수? 등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 나는데 매번 울다가 웃는다. 역시 나란 여자 죽음 앞에서도 이런 여자다.

 

! 그런데 이것이 왠일인가.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나와 바쁜 걸음으로 집에 도착했던 나는 프린터 앞에

앉아 망연자실했다. 파일이 에러가 났다며 안 열리는 것이다. 남편을 다급하게 불러 구조 요청을 청했지만 주인의 장례식 전에 먼저 전사한 워드 파일은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죽기 전날 까지도 나의 명랑만화 같은 허당 인생은 계속 되는구나!’ 라며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다시 쓰는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빨리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기계적으로 타이핑을 시작했지만 신기하게도 바로 몇 시간 전 쓴 유언장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감정을 몰입하지 못해 한 2시간여를 멍하니 컴퓨터 화면만 바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장례식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시계의 땡 소리가 울렸고, 다시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죽음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었으므로, 유언장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으로 가득 채운다면 이것이야 말로 죽기 전 가장 후회 없는 결정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 남편에게 쓰는 글은 다시 써도 눈물이 절로 흐른다. 엄마, 아빠를 떠올리니 더욱 죄스럽다.

모두에게 편지를 쓴 후 후회와 회한으로만 가득찬 내 인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잘살았노라. 조금 격려해주고 싶었다. 이런 기분으로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금 떠올려보니 그닥 나쁜 인생도 아니었던 것만 같았다. 감사할 일들이, 즐거웠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울음을 참아가며 유언장을 마무리했다. 다시 읽으면 고치고 싶은 내용이 많아질까봐 미련 없이 컴퓨터를 덮었다.

 

2) 그리고 장례식 날

면접 여행이 그러했듯이 입학 여행의 아침도 우리 데카상스 동기들의 카톡 메시지로 시작한다. 벌써 길을 나섰다니 다들 정말 부지런하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인데 이렇게 황천길을 같이 걸어갈 동지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곁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니 다시 또 눈물이 쏟아 질 것만 같아 급하게 냉수 한 컵을 들이켰다.

거울 속 나는 눈이 퉁퉁 부어있다. 예쁜 모습으로 하늘 나라에 가고 싶었는데..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어 혼자 또 웃는다. 공연용으로

꼭 가져오라던 준비물 썬글라스로 급하게 부은 눈을 가려본 .


압구정에서 달려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죽전 버스정류장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한다. 처음 뵙는 선배님들도 격의 없이 대해주심이

감사하다. 이것이 변경연의 힘인가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번번이 느끼는 시간이다.

30분의 긴 기다림 끝에 버스에 올랐다. 모두가 활짝 웃으며  맞아준다. 지난 며칠간 너무 울어서 그런지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는데 선배님들 과 우리 데카상스 동기들을 보니 다시 용기 백배한다. ‘그래 나의 장례식을 축제로 만들어 보자!

죽음을 대면하는 시간을 씩씩하게 맞서보자!’ 속으로 다짐 또 다짐한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며 강릉에 도착한 기쁨에도 잠시, 이제 장례식 시작이다. 하얀 국화 꽃 한다발을 보며 향 냄새를 맡으니

왠지 다리가 후들거리고, 목이 컥컥 막혀온다. 누가 먼저 유언장 을 읽을래?라는 교장선생님의 질문에 왠지 손을 들 수가 없다.

이 상황을 회피할 수 있다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데카상스 동기들의 유언장을 들으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하늘 이여! 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왜 데려가시나이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진지하게 죽음을 준비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오자 손발, 그리고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유언장을 시작하기도 전에 목이 메어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죽는 것이 서럽고 억울하구나. 싶어 더욱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꾹 참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한동안 읽다 보니 재미있게도 눈물이 쏙 들어갔다. 간밤에 정신없이 써서 그런지

무언가 두서없어 보이기도 하고 자뻑에 취해있는 유언장 내용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과 퇴고를 하지 못한 후회

가 스쳤다. 그래도 유언장을 쓰던 그 순간의 나의 마음은 진실했었노라. 라며 스스로 위로를 해보며 나의 장례식은 끝났다.

 

모두의 유언장을 들으며 우리 데카상스 사람들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우리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것만 같아 더욱 끈끈히 엮인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었던 치부를 다 드러내도 두렵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도 감사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정말 죽음을 앞둔 것처럼 유언장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부활을 했다. 내가 어젯밤 제발 1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마지않던 그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 정말로 감사했다. 나의 얼굴이 바뀐 것도, 내가 서있는 장소가 바뀐 것도 아니지만 나의 인생은 조금 더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녁을 먹으며 광란의 밤을 펼쳤다. 부활을 했지만 저질체력은 여전했다. 온몸이 노곤하고 술이 잘 받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만은 즐거웠다. 너무 많이 웃어서 광대뼈가 아파왔다. 모두가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웃는다는 여고생이 된 것처럼 까르르르 웃는다. 처음 뵙는 선배님들도 나를 보면서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날리신다. 내 가슴도 벅차오르면서 이렇게 변경연 식구가 된 것이 감사했다. 모두가 가수가 된 듯 온 열정을 다하는 밤, 나는 노래방 기계 앞에서 또 이 노래할까 저 노래할까 하며 주저주저 했다. 다음 여행 때는 십팔번 노래들을 정하여 마음껏 펼쳐보리라! 보약을 지어먹고 회춘하여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잠자리로 향했다.

 

지난 주 내내 독감으로 앓아 누었던 남편은 출장 전에는 야근을 한다며 신경을 써주지도 않고,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바로 책상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유언장 쓰는 일에 골몰하고 다시 엠티에 와서 연락한 번 없자 속상한가 보았다. 틈틈이 연락을 해 애교를 부려보기도 했지만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내가 알던 남편의 모습이 아닌 것만 같아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언제는 적극적으로 밀어줄 테니 열심히 해보라더니 이제와서 왜 이러나 하며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유언장을 쓰면서 남편 때문에 울고불고 했는데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몰라주나 하며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몸살로 몸져누었을 때는 배꿀찜까지 만들어 나를 간호하던 남편의 모습이 생각나 남편을 우선시 하기 보다는 일에만 집중했던 내 모습이 죄스러웠다. 앞으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남편을 또 서운하게 만들 일이 생겨날까 봐 어떻게 하면 더욱 지혜로운 부인이자 연구원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왠지 뒤척뒤척 거리면서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던지 마음과는 달리 일출을 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방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에 내 마음까지 상쾌했다. 교감선생님 이하 우리 언니들은 역시 대단하다. 제일 늦게 일어난 나는 나갈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일찍 나가서 짐을 나르는 것을 돕고 싶은데 내 가방도 아직 못싸서 부끄럽기 그지 없다. 죽었다가 되살아나 체력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서로 배려하고 먼저 봉사하는 데카상스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 감동을 받는다. 언제쯤이면 저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배우고 또 본받고 싶다. 함께하는 2년동안 더욱 닮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드디어 시작된 총회. 아차! 또 실수를 했다. 10기 소개 영상의 글씨체가 다 깨져 우리 데카상스 소개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특이한 글씨체로 멋진 영상을 선보이고 싶어 글씨체도 함께 담아왔는데 왠걸, 걱정하지 않던 다른 글씨체가 깨져버렸다. 미리 영상 돌려보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런 대실수가! 부활하고 또 실수를 하다니 정말 속상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실수를 만회할 다음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이렇게 실수하며 다른 기회를 기약하고, 또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평생 never ending improvement를 달성해보자! 라며 내 인생의 모토를 다시 설정했다. 부활의 시작이 산뜻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나는 유언장을 쓰면서 깜짝 놀랐다. 첫번째는 후회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죽음을 앞두고 나니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실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말 잘했다! 라는 일보다는 후회스럽고 되돌리고 싶은 일들이 더욱 많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나 자신과 새로운 약속을 하나 하게 되었다. 바로 되도록이면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부활 이후 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모든 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내가 내일 죽는다면? 이라고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의사 결정에 두려움이 많고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기 어렵던 나였지만 죽는다면?을 떠올리고 나니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도 쉬워졌다.

 

또한 그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심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도 많은 나였는데 죽음을 앞두고 있자니 못다한 꿈보다 더욱 가슴절절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내가 그동안 한스럽게 생각하던 유학에의 미련이나 가지고 싶던 물건 등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동안 나의 사람들과 더욱 많이 웃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자! 라는 또 다른 약속도 나 자신과 하게 되었다. 이번 주말 갑작스럽게 우리 집을 방문하신 부모님. 처음에는 과제도 하나도 못했는데..라며 부모님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이내 나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과제 때문에 밤을 새야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다다랐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뻥을 조금 보태면 지금 죽어도 한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나는 장례식을 경험하며, 새로운 삶의 모토와 또 나와의 약속들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의 강한 다짐들이 약해질 무렵 나는

강릉 바닷가를 거닐며 시원하게 몰아치는 파도들에게 남기고온 지난 30년간의 후회들과 유언장을 쓰던 그 눈물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더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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