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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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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6일 11시 26분 등록

#24. 폭력에 관한 고찰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지 요즘 따라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의사들간에 행해지는 폭행사건이다. 의사는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인 집단이다. 최고의 인재이자 지성인이 모인 의사들간에 벌어지는 반지성적인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라고 한다. 하긴 하얀 가운을 입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그들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건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된다면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일까. 어느 전문의가 양심고백한 기사에 따르면 본인이 레지던트 1년차일때 지겹게 맞던 야구방망이 때문에 폭행이라면 이가 갈리는 사람이었지만, 몇 년 후 본인도 야구방망이는 아니지만 손찌검 하는 의사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병원이란 공간은 사람의 생명이 좌지우지 되는 곳이다. 이런 현장에서의 실수는 용납될 수가 없으며 항상 최고의 긴장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후배가 어이없는 실수를 했을 때 그래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다음부터 잘하자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때는 정말 눈물 쏙 빼놓게 하는 질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먹은 법보다 가까운 법이고 더군다나 그것이 후배들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상관이라면 더욱 그러한 법이다. 실제 폭행을 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환자가 잘못될 수 있다는 말로 스스로 폭행을 정당화 했으며, 요즘 과거에 비해 구타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폭행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전공의들의 폭행의 제일 큰 원인은 낮은 처우조건과 엄격한 상하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전공의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 같다. 잠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자지 못하는 것은 부지기수요 일년에 집에도 한번 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근무를 한다. 그러니 누구든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는 항상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군대 못지 않은 상하관계이다. 전공의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은 그야말로 제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의사들 세계가 얼마나 좁은가. 한번 낙인 찍히면 어느 병원에 가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폭력이나 구타사건이 나오면 항상 군대와 결부시킨다. 군대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얘기한다. 어떤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수평이 아닌 수직적인 시스템, 일방적인 지시와 소통없는 문화 등을 떠올리면 조건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이 군대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특성일까 아니면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다 그런 것일까?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도 구타 등의 폭행사건이 일어나지 않는건 아니다. 우리가 뉴스에도 자주 보지만 그들도 같은 인간인지라 폭행사건 역시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철저한 신고제도와 신고자들의 보호, 그리고 엄격하고 공정한 처리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건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을 보며 미군의 생각은 미군은 모병제이기 때문에 사정이 좀 다르다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놀랍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군에는 사병부터 장군까지 군 생활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불편사항, 인권침해, 불공정한 처우를 당했을 경우 수시로 털어놓고 해결할 수 있다. 상담자나 고발자는 철저히 보호되고 범죄자는 엄벌에 처해진다. 헌병(MP)이나 군범죄수사당국(CID)은 고도의 수사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군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이번 사건은 군을 범죄 집단으로 증오하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

나는 이런 군대 내의 문제는 단지 군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나라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발생한 문제로 봐야한다. 군대에서의 폭력, 왕따 등의 문제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쉽게 없어질 수는 없다고 본다. 이는 역설적으로 학교 폭력과 왕따와 연계되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폭력과 왕따가 없어진다면 군대에서의 폭력도 없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군의 문화는 이제 군만의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더욱 더 바뀌기 힘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도 온갖 부조리문제에 대한 신고제도가 다양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신고자를 정말 법적으로 보호하나? 오히려 신고자가 누구지? 하는 궁금증을 더 유발하게 되고 끝내는 누군가는 신고자를 찾아 만천하에 누군지를 알게 된다. 그러니 누가 맘놓고 신고하겠나. 신고자가 밝혀지고 난 다음에 그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는 일일이 설명을 안해도 알 것이다. 거의 사회생활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당장은 사건들을 무마할 수는 있겠지만 제 2의 윤일병, 임병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군의 문제는 단순히 군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이런 문제를 진정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군 내부적 문제와 외부적 문제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속의 인간관계의 변화, 가정교육, ‘no’ 문화, 제도적 보완, 일벌백계, 군 제도 개편 등이 있을 것이다.(다음 편)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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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7 11:33:47 *.223.2.87
해결책이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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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14:56:33 *.18.187.152

권력과 폭력.

의사집단과 학교폭력의 시각에서 다시 군대 내의 윤일병, 임병장을 바라보는 흐름 좋네요. 그러게요. 군대는 죄가 없는데. ^^

혹시 윤일병이나 임병장의 내면을 읽으며 그 상황을 간접체험 할 수 있는 설정도 가능할까요? 여하튼 다음 편 기대합니다. 아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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