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정야
  • 조회 수 395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9년 10월 5일 09시 38분 등록



짧은 연휴기간을 핑계로 시댁인 제주에 가지 않았다. 그로 인해 동서가 생기고 처음 맞는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지냈다. 한가위를 이렇게 한가하게 보낸 적이 없다. 적적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차가 아무리 막히더라도, 아무리 멀더라도,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명절에는 고향에 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고향은 특히 명절 때의 고향은 더 정겹다. 출가를 했던 좋은 삶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든 명절에는 고향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것은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남에서 나의 존재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세상에서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까지도 주는 것이 고향인 것이다. 무엇보다 고향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한 깊은 관계가 잘 엮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나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명절에는 조상들의 행적이 있고 어른들이 있는 고향집에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것이다. 특히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와야 할 자식들은 와야 행복인 것이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엄마는 객지에 나간 오빠와 언니를 무척 기다리었다. 통신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던 때인지라 올 날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으면 아파 누우셨다. 못 온다는 연락을 미리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선지 나는 명절이면 유난히 집 나간 식구들을 기다렸고 언니, 오빠가 오면 그만큼 행복했다.


어른들은 늘 자식들을 고대한다. 말씀으로는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길모퉁이로 시선을 보내고 긴 한숨을 내쉼을 알기에 맏이인 우리가족이 내려가지 않은 것이 부모님께는 얼마나 큰 상심일지 짐작되었다. 그래서 더욱 무거운 연휴였다.


서울에 정착한 시누이는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남들 다 가는 친정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쉬운지 우리 집에 들르기를 원했다. 우리가 아주 조용히 명절 연휴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미리 초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전화하고 오면 될 것을 이상한 방법을 사용했다. “시골에도 가지 않았는데 오빠는 서울에 사는 동생은 생각도 안 해?”라는 문자가 왔다고 남편이 말했다. 동생이 안쓰러웠는지 답장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아가씨의 방법이 틀렸으니 호통의 메시지가 아니면 보내지 말라고 했다. 이제는 모두 가족을 이루었으니 어리광보다 기본적인 예의가 먼저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여유가 없었다. 숙제를 해야 했고 작문의 소설도 작성 중이었고 아무튼 시간적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초대할 수 없었다. 특히 이렇게 예의가 아닌 문자에는.


나는 시누이의 마음도 안다. 모처럼 명절에 서울에 있는 오빠가 든든한 친정 역할을 하여 미리 초대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조금 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내리사랑을 발휘하여 추석명절 보내고 놀러 오라고 했어야 했다. 나도 시누이의 상황이라면, 내가 시누이라면 당연히 오빠가, 올케언니가 챙겨서 오라고 하길 원했을 것이다. 지금도 시누이로서의 나는 오빠네 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때 올케언니의 수고스러움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 이렇게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입장에서만 이해하고 나를 더 이해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특히 관계의 갈등에서 가장 필요한 마음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왜 그런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첫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역지사지의 마음 씀씀이가 근본이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 수시로 꺼내 쓰기에 얼마나 어려운 도구인지를 깨닫는다.

일찍이 원만한 인간관계의 황금율로 '역지사지'를 들었던 공자와 같은 선인이 아닌 담에야 어찌  실천에 자유로우리오. 


그 역지사지의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전제되는, 먼저 닦아야 하는 것들이 있고 꼭 이것을 거처야만 가능하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이해를 해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이 이루어져야 하며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공감 능력이 충만해야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요, 공감일 진대,  범인인 내가 시누이이면서 올케인 이 상반된 위치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러하니 먼저 시누이이자 올케인 나는 누군지 먼저 봄이 옳을 듯하다.


IP *.12.21.156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09.10.06 15:29:27 *.206.74.156
시누이이자 올케라... 그렇구나...
그러면서 서로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겨나는 거겠지...?

사자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너그러움 만빵 기대할께~! ㅎㅎ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2 [호냥이 1- 꿈을 팝니다! 드림케팅 1] [17] 먼별이 2009.10.06 3501
1231 사자 칼럼 1 - 관계의 기본은 믿음이다. [1] 혜향 2009.10.05 3046
1230 살아남아 기억하는 자의 승리. 단, 예의도 지킬 것 예원 2009.10.05 2925
» [사자1] 관계의 황금률 역지사지 [1] 정야 2009.10.05 3956
1228 <관계 #1> 배려로 관계를 열기 [1] 희산 2009.10.05 2857
1227 선배로부터의 교훈 [2] 백산 2009.10.05 2777
1226 [사자 1- 관계: 삶 그리고 존재의 의미] 수희향 2009.10.04 2774
1225 [사자팀-관계에 대한 칼럼1] 조카와의 일상사 書元 이승호 2009.10.04 3722
1224 창조적인 관계학1 > 관계를 관찰하기 [1] 혁산 2009.10.04 3062
1223 [사자5] 관계의 리듬을 타라 [5] 한명석 2009.10.01 2928
1222 [10개 사랑] 밤 한정화 2009.09.30 3288
1221 [9월결산] 내맘대로 경영자 분석 file [4] 예원 2009.09.28 4549
1220 칼럼 23 - 게시판 글쟁이 [2] 범해 좌경숙 2009.09.28 3166
1219 관계의 기본3 > 긍정의 메세지 [10] 혁산 2009.09.28 3178
1218 [사자4] 네트워크가 없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 [9] 한명석 2009.09.27 3052
1217 이상과 현실 [2] 예원 2009.09.21 3478
1216 관계의 기본2 > 여유로운 마음으로 관계하기 [8] 혁산 2009.09.21 3272
1215 창조성과 개념 [3] 백산 2009.09.21 3052
1214 9월 오프수업 - 나의 10대 풍광 [9] 희산 2009.09.20 2853
1213 칼럼22-뮤즈 불러오기 [6] 범해 좌경숙 2009.09.20 2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