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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9일 23시 35분 등록

쉼즐녀의 7가지 휴식 습관 II - 함께 쉬면 더 즐겁다.

 

새해 들어 첫 번째 미녀 삼총사의 회합이다. 이번에는 토요일 저녁에 분당의 찜질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이라고 해도 아이가 둘씩 딸린 30 대 후반의 여자 셋이 집을 비우고 나오기란 쉽지 않다. 진희는 현모양처를 바라는 남편에게 저녁 외출을 허락 받느라 갖은 애교를 총동원해야 했을 것이고 착한 남편을 둔 나와 혜숙이도 남편에게 일정을 통보(?)하고 아이들을 부탁하고 나와야 하니 말이다. 10년 무사고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진희를 위해 혜숙이가 용산에서 출발해 과천에서 그녀를 픽업해 우리집으로 오기로 했다. 네비게이션 없이도 분당 지리를 나보다 더 잘 아는 혜숙이 차로 찜질방에 도착하니 벌써 8. 비로소 오늘의 회합이 시작된다.

 

잠깐! 본격적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전에 미녀 삼총사 멤버 소개가 필요하다. 우선 왜 우리가 미녀 삼총사로 불리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누구도 우릴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우릴 미녀 삼총사로 부르기 시작한 건 우리들 자신이다. 아이를 둘씩 낳았지만 여전히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쿨한 여자 팀장 셋, 우리는 우리를 미녀 삼총사라 부르기로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미녀를 빼고 삼총사로만 부르거나 그냥 우르르 몰려 다니는 아줌마 셋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꿋꿋하게 우리를 미녀 삼총사라고 부른다.

 

우리 각자에게는 닉네임도 있다. 닉네임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요 등장인물 이름에서 따왔다. 셋 중 유일하게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캐리다. 극중 캐리는 담배를 꼬나 물고 사랑에 대한 글을 쓰는 대단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칼럼니스트이다. 그녀는 사랑지상주의자로 연상연하의 수많은 남자들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화려하게 산다. (나와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흑흑) 진희는 미국 전문직 여성의 표본을 보여주는 변호사 미란다다. 진희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시크한 뉴욕커 미란다와 닮은 점이 많지만 남편의 바람대로 아이들 돌보고 살림하는 전업주부 역할에 충실하느라 애를 삭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미녀 삼총사에서 유머와 음담패설을 담당하는 혜숙이는 프리 섹스주의자인 홍보 회사 사장 사만다다. 혜숙이에 대해서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그녀는 모 방송국에서 신인상까지 받을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개그우먼 출신이다. 서경석과 조혜련이 나와 인기를 끌었던 <울엄마>라는 코너에서 조혜련의 남편을 쫓아다니던 우마담으로 얼굴을 알렸다. 개그맨 문천식과 동기인 그녀는 개그맨에서 은퇴한 후 제약회사에 입사했고 특유의 유머감각과 끼를 발산하며 우수 영업사원상을 여러 번 거머쥐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개그우먼 박혜숙으로 검색하면 내가 홍보팀에서 피칭했던 그녀의 기사들을 볼 수 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최신 음담패설부터 시작해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흉내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녀는 우리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리고 아가씨다운 외모를 간직하고 있어 아직도 가끔 남자들의 눈길을 받아 나와 진희의 눈총을 받는다.

 

우리는 가끔 여행도 가고 수다도 떨고 함께 모여 논다. 재작년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강화도 석모도로 당일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때 석모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만난 40대 남자가 배에서 빚진 새우과자를 보문사에서 갚으며 수작을 걸기도 했다. (물론 나와 진희가 아닌 혜숙이에게 말이다.) 그 해 겨울에는 혜숙이 집에서 변장을 하고 이태원의 클럽에 놀러 가기도 했다. 일주일의 피로가 싹 풀린다는 혜숙이의 감언이설에 속아 따라간 나는 밤 12시가 지나자 극심한 체력저하를 이기지 못하고 병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다가 나왔다. (기대했던 멋진 오빠들은 별로 없어 큰 실망을 안은 채로 말이다.) 부인을 미성년자 취급하는 남편 덕에 멀리 나올 수 없는 진희를 위해 과천에 모여 데낄라 한 병을 함께 들이키며 밀린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고 청계산 아래 숯가마에서 땀을 흘리며 누군가의 뒷담화에 몰두하기도 했다. 어제 찜질방 회합에서는 때를 밀고 피부 마사지를 받고 라면을 먹으며 혜숙이의 파란만장 중국 여행기를 들었다. 나는 그녀들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 이것이 함께 하는 휴식의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의 기도의 저자 레이첼 나오미 레멘 박사는 유대교 랍비였던 할아버지와 보냈던 금요일 방과후 시간이 완전한 휴식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의사와 간호사로 전문직에 종사했던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지적 성취를 유독 강조했다. 시험에서 98점을 받으면 2점은 어디서 잃어버렸냐고 다그칠 정도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점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인정해주었다. 외할아버지는 그녀를 사랑스러운 작은 영혼이란 뜻의 네쉬메레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레멘 박사의 회고를 들어보자.

 

외할아버지께서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가 끝나면 나를 향해 몸을 돌리시고 어서 와라, 네쉬메레야하고 부르셨다. 외할아버지는 두 손을 내 머리에 가볍게 얹으시고 축복의 기도를 해주셨다. 나와, 당신이 나의 외할아버지라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시작하셨다. 특별히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외할아버지는 항상 나에 대한 무엇인가를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나는 금요일의 기도 때마다 외할아버지가 모슨 말씀을 하시는지 기다려졌다.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정직성에 대해 언급하셨다. 내가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에 대해 말씀하셨다. 내가 한밤중에 등불 없이 잠을 잤을 때에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칭찬하셨다. 그런 후에 나에게 축복을 주시고 성서에 나오는 사라, 레베카, 레아 등의 여인들에게 나를 보호해주기를 청하셨다.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충전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휴식의 시간을 함께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녀 삼총사와 함께 한 시간과 레멘 박사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다. 함께하면 즐거움은 배가 되고 삶의 활력이 증가한다. 반면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아버리는 에너지 뱀파이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만 만나고 나면 기분이 다운되고 기운이 없다. 우울한 구름이 나를 쫓아다니며 비를 뿌리고 자신이 하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1 10분 에너지 스쿨의 저자 존 고든은 에너지 뱀파이어들에게는 선행과 따뜻한 마음이 특효약이라고 조언한다. 착한 일을 하면 에너지 뱀파이어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전직장에서 그의 조언에 따라 나의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작은 선물을 전한 적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 내복을 사면서 그 딸아이의 내복을 함께 사서 전해주기도 했고, 아내와 함께 마시면 좋을 만한 와인을 골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나를 물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저속한 인간으로 몰아붙였다. 그래서 나는 에너지 뱀파이어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 좋은데 이유가 없듯이 사람이 싫은데도 이유가 없다. 케미스트리라는 것은 억지로 만들기 어렵다. 물론 에너지 뱀파이어와 피할 수 없는 관계일 때는 상당히 괴롭다. 직장 상사거나 시어머니나 장모일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그런 경우 뱀파이어에게 최소한의 시간만을 허락해라. 그리고 당신에게 휴식을 주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늘려라. 그것이 최선이다.

 

함께 쉬면 더 즐겁다. 당신의 휴식을 함께할 사람을 찾아 보라. 그리고 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 당신의 에너지가 충전되고 삶의 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쉼을 즐길 줄 아는 여자의 휴식 습관은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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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3:54:27 *.143.156.74

제 책의 마지막 장을 '쉼즐녀(쉼을 즐기는 여자)의 7가지 휴식 습관'으로 구성해 보려 합니다.

이번 주 칼럼은 그 중 두번째 습관인 '함께 쉬면 더 즐겁다'의 꼭지글로 써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지난 주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휴식이 되셨기를 바라며

아래 다른 꼭지글 제목 보시고 의견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아직 7번째 습관을 못 찾았어요.)

 

1.남편자식 소용없어_내가 제일 소중해

2.미녀삼총사 모여라_함께 쉬어야 즐겁다

3.닥치고 휴식_쉬고 나서 일한다

4.딱 한가지 사치_휴식에 투자한다

5.만만한 사람 있어?_휴식 서포터즈가 있다

6.나만의 휴게실_휴식을 위한 장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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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09:20:07 *.166.205.132

'쉼즐녀~ㅋ'

마지막 장에 대한 고민이 깊으셨군요.

미루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해나가는 모습에서 배워요.

 

전 몸을 움직이면서 마음과 머리를 정리하는 휴식법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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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7:11:24 *.143.156.74

경수야, 너야말로 부지런히 댓글을 달아주는구나.

고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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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0 10:00:09 *.163.164.178
제동, 고민과 함께 책의 내용들이 얼굴을 드러내는 구나.

재미있게 잘 읽었다.

휴식의 7번째 습관 중에 이런 것은 어떤가?

가령 우리가 북리뷰와 칼럼을 올리고 마음이 편해지는 월요일 오후의 휴식 같은것....

스스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그 이후의 달콤한 휴식...그런 것은 어디에 끼워넣을 수 있을까?

그리고 칼럼 내용에서 조금 보완하였으면 하는 부분은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충전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왜 그럴까?

함께 있으면서 어떠하길래 우리는 즐거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함께 있으면 어떠하길래 뱀파이어와 같은 쉐이로 느껴지는지...

그런 저자의 결론과 같은 부분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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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17:10:56 *.143.156.74

오라버니, 항상 좋은 의견 고마워요.

7번째 습관으로 '나만의 휴식법이 있다'가 어떨까 싶어요.

거기에 오라버니가 말한 것도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충전되거나 빼앗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저는 서로간의 존재를 인정해주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좀 더 고민해볼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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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0:22:05 *.35.224.132

왓칭이란 책을 보면 혹시 힌트가 되실 듯.....혹시 이미 보셨다면......<상호 미립자의 공감>이 이루어지는 사람과는 편안한 듯 보이더라구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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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5:15:08 *.143.156.74

왓칭이란 책 방송 기자가 쓴 책 아닌가요?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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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2:55:45 *.169.218.205

언니.

쉼즐녀 마지막 장만 봤을 때. 궁금한게. 왜 일곱가지예요? ;;;

그냥 쓰다 보니까? ^^; ㅋ

 

하고싶은 말은,

이 일곱가지가 서로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상호배타적이었으면 해요.

그러면 마지막 일곱번째를 찾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그게 잘 안보여서. 딱 집기가 애매하네요.

예를들면 2. 관계가 휴식이다. 6. 공간이 휴식이다... 이렇게 바꿔봤을 때.

뭔가 하나 비는게 있을 것 같아요. 그걸로 채워넣으면 될듯요.

언니가 여섯가지를 뽑아냈던 규칙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답이 나올듯.

 

꼭 일곱가지가 아니어도 된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육하원칙으로 써 보는 것도 좋을것 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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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15:14:34 *.143.156.74

나는 왜 5가지 오해와 진실, 10계명, 7가지 습관이 익숙하지? ㅎㅎ

6가지 뽑아낸 규칙은 쩝 없는데.... ㅜㅜ

그냥 떠오르는대로 써봤지.

육하원칙도 괜찮을것 같네.

조언 고마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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