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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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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0일 18시 00분 등록
네 달 전 남편의 눈 한쪽에 염증이 생기더니 지금까지 깔끔하게 낫지 않고 매번 재발하는 중이다. 혹시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잘 낫지 않는가 싶어 주변의 추천을 받아 홍삼진액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구매를 위해 먼저 평소와 같이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워낙 용량도 다양하고 비슷한 종류의 제품들이 많아 무척이나 헷갈렸다. 이것과 저것은 무엇이 다른지 설명은 아리송하고 상품평만을 믿기에는 건강 보조제이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함도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쇼핑몰을 들락 날락하며 비슷한 제품들을 비교하고 또 비교해 보며 시간만 보냈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확실히 문의를 하고 구매결정. 구매는 단 10분만에 종료되었다.

얼마 전에는 가방을 구매할 일이 있었다. 1년 동안 줄창 들고 다닌 가방이 낡기도 하였거니와 약간은 무거워 어깨에 부담이 가는 중이었다. 백팩(backpack)을 살까 하고 평소 생각해 둔 브랜드 사이트 상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종류와 색상이 너무 많고 온라인 사이트마다 가격은 왜 그렇게 다양한지. 구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가도 과연 실제 상품의 느낌은 어떨까 싶은 생각에 선뜻 결제 버튼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또 다양한 상품평을 읽다 보니 쉽게 닳는다는 말에 이거 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까지 겹쳐 몇 날 몇 일을 사이트에 접속해 둘러보다 나오고 하는 짓을 무한 반복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큰맘 먹고 짬을 내 매장에 들러 직접 둘러보기에 이르렀는데 인터넷으로 스치듯 보았던 신상품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지 않나. 특히 기존 제품과는 다른 소재를 사용해 이전 제품들보다는 마모가 쉽게 되지 않는다는 점원의 설명까지 듣고 나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또 하나, 쿠션 커버가 여분으로 하나 더 필요해 구매해 볼까 싶은 생각에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사이즈가 꽤나 큰 쿠션이라 과연 맞는 커버가 있을까 싶어 내가 가진 쿠션의 사이즈를 먼저 검색창에 넣고 검색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딱 떨어져 검색되는 사이즈는 없었다. 검색어를 ‘대쿠션 커버’로 바꿔 넣고 내가 가진 쿠션 보다 약간 큰 사이즈의 커버가 보이면 그걸로 사리라 마음 먹고 열심히 클릭을 해댔다. 이리저리 쿠션 커버 서핑을 하다 보다 이케아의 말 무늬 쿠션 커버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대개가 내가 가진 쿠션과는 맞지 않는 작은 사이즈뿐이었다. 말 무늬 쿠션 커버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내가 가진 대쿠션에 맞는 말 무늬 커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일 하다가 틈틈이 다양한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검색하고 또 검색하기를 반복하던 중 결국 일주일 정도 지난 후 다행히 가격도 적당한 쿠션 커버를 손에 쥘 수는 있었다. 하지만 1만 3천원짜리 쿠션 커버를 위해 일주일의 자투리시간을 소비한 것이 못내 한심스럽다.

최근 인터넷 쇼핑의 생활화로 굳이 시간을 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수고가 많이 사라졌다. 경우에 따라 사이트 내 다양한 상품평을 참고 할 수도 있게 되었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갖가지 신기하고 특이한 제품들도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원하는 제품군만 검색창에 넣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브랜드와 옵션들을 가진 제품 리스트가 펼쳐지는지.. 조그만 내 집 한 구석에서 수 많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과연 판타스틱 한 세상이 된 것이다.
과거 같았으면 기껏해야 몇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고 선택할 수 있었던 것들을 지금은 한 자리 앉아서 모든 상품들을 검색, 비교해 가며 선택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이런 온라인 쇼핑의 발달은 제품 생산의 사슬과 속도도 변형시켜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지 않은, 유통 구조가 비교적 간단한 온라인 전용 제품들도 만들어 지게 되고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제품이 더더욱 빨리 선보여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쇼핑 환경을 위의 나의 제품구매 이야기에 비춰보자면 더 이상 반갑지 만은 않다.
온라인 쇼핑몰의 장점이라는 것들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이득을 주었는가?
따져보자면 일단, 시간 절약을 명목으로 시작한 인터넷 쇼핑은 나에게 되려 쇼핑에 소요되는 시간을 배 이상으로 요구하게 된 것 같다. 보통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통한 나의 구매 결정력은 꽤나 빠른 편이다. 다시 나올 기회가 언제일지 모르고 즉시 제품을 손에 넣고 싶은 마음에 어느 정도 눈에 들어 오는 제품이 있을 경우 바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결정해서 구매한 제품을 두고 그다지 후회를 해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나는 전혀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본 것이 아니여서 선뜻 결정하기 그렇고, 저렴하고 더 좋은 물건이 바로 내일 온라인 매장에 나타날지 모르는 구매 결정의 다양한 요소들의 가능성 때문에 최종 선택을 미루고 또 미루기 때문이다. 정작 온라인에서 실컷 제품 서핑을 하다가 구매하지 못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번에 바로 구매하게 되는 삽질의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게 된 이후에 집중력도 많이 저하가 된 듯하다. 왠 집중력 타령인고 하니, 하나의 제품에도 다양한 종류의 선택 옵션이 주어지다 보니 MBTI에서 인식형의 기질을 가진 나 같은 사람은 계속 구매 판단을 미루고 더 좋은 게 나타날까 싶어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고 몇 날 몇 일을 제품을 살지 말지, 새로운 제품이 나온 것은 없는지 계속 검색하며 망설이게 된다. 그로 인해 엉뚱하게도 정작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도 '그래 A를 사는거야. 아니야 오래 쓰려면 비싸도 B가 낫겠지'라는 식의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미끼 상품들까지 구매할지 말지를 불필요하게 고민하게 된 것도 쓸데없는 덤이라면 덤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과연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데 많은 이점이 있다는 온라인 쇼핑이, 또 많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오히려 평소 구매 목록을 적어두고 외출할 때쯤 구매 목록을 꺼내 들고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지 싶다. 상품 선택의 좁은 폭, 약간은 비싸게 주고 살수도 있는 것이 수시로 온라인 쇼핑몰 검색을 해가며 구매할 상품에 대해 이리저리 고민하며 판단하는 것보다 정신 건강 및 금쪽 같은 시간 절약에 더욱 이롭지 않을까 싶다.
이쯤 되면 인간의 편리, 선택의 자유를 위한 발전과 빠른 변화들이 되려 나를 옭아매는 족쇄처럼 느껴진다. 나를 더욱더 정신 없고 복잡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에 집중할 기회와 시간을 빼앗는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에도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할 때 같다. 먼저, 온라인 쇼핑 이용은 “7일 이내 사용할 필요가 반드시 있고 그 사이 방문해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이 마땅치 않을 경우” 라는 기준을 일단 세워볼까 한다. 그나저나 구매하기로 한 이후 몇 일째 머리 속에만 둥둥 떠다니는 스피커도 이젠 온라인 검색은 그만두고 용산전자 상가 가서 한, 두 시간 내에 처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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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10 21:43:40 *.36.210.157
비가 내려 거리를 말끔하게 씻어주고 난 후의 깨끗한 길가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의 글이네.

더불어 지혜의 정갈한 글솜씨가 어찌나 말끔하고 상큼한지 그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매력 만큼이나 빛나는 모습으로 눈길을 더욱 끈다.

왠지 오늘 저녁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힘이 팍팍 솟는 듯한 느낌으로 좋은 걸. 귀하에게 금메달을 하나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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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1 22:36:40 *.123.204.118
남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내 고생시키는구먼.ㅋㅋ
날 더운데 몸 조심, 체력 먼저 챙기삼.
홍삼진액 필요하면 내가 괴안은거 알려줄게.
(커미션 20% 내가 먹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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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8.12 07:08:17 *.213.88.196
지혜는 신중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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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양
2008.08.12 10:08:14 *.122.143.151
지혜야, 난 홍삼진액 10%만 먹을께,
아니 까짓거 5%만 챙길께,
내가 소개하는 걸루 해주라, 응?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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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8.12 10:22:57 *.152.235.217
나는 너무 확 질러서 걱정이야...그런 거 보면 Judging타입 인가도 싶은 게, 걱정 좀 하다가 한 번에 확 질러 버려...근데 나두 MBTI에서 Perceiving 티입인데...나두 날 잘 몰라..

나의 경우에 온라인 쇼핑의 단점은 사실 그것을 돈주고 산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부재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지불하는 돈에 대한 관념이 없어진다는 거지..

나같은 인간은 신중한 지혜한테 배워야 할 판이야...ㅋㅋ 얼굴 본 지 오래됐다..지혜야..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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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2 21:29:36 *.228.146.136


맞아, 다른거 검색하다 낚시 상품에 낚여서 원래 하던일 잊어 버리고.
하염없이 딴 짓하다 뭘했었나. ㅠㅠㅠ
물건 구입할때 나도 꼼꼼히 비교사이트에 할거 다해보고 구입하는 편이라. 동감. 더운데 당기는 거 없니? 물국수나 한그릇 어때?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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