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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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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5일 11시 17분 등록
살아서, 웃다가 죽었다.


죽음을 직면하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면 인생은 전처럼 다시 즐거워집니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삶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측면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우리는 무조건적인 긍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 신화의 힘 (p275)  -


산다는 것은 생존을 넘어선다는 의미일 것이다. 삶과 죽음은 무엇일까?
 (아...사춘기를 맞이하는 중딩 고딩들의 이 전설적인 질문, 삶과 죽음이여!)


지난 일기장을 뒤적여 보니, 동.서양에 현존하는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의 묘비명에 대해) 언급한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 두 남자는‘파울로 코엘료’와‘조영남’이다.
연금술사로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파울로 코엘료는 ‘그는 살아서 죽었다.’라는 묘비명을 원한다고 했다.(번역의 차이로 다른 책은‘살다가 죽은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코엘료의 메시지는 영감으로 가득하다.


“죽음에게 감사해야 한다.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산송장’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북돋우고,

우리가 늘 꿈꿔왔던 일들을 감행하도록 한다.”


코엘료는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의 입을 빌려 살아가는 일의 특별함을 전한다.


‘삶을 산다는 것은,

왕에게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고

외국으로 파견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그 나라에 가서 수백가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의 화수로 불리며, 스스로 재미니스트라고 얘기하는 조영남은 자신의 묘비명에

웃다가 죽다’라고 쓰고 싶다고 했다. "웃다가 죽는다고? 심플하다."
동 서양의 장점을 차용하여, 난 이렇게 묘비명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살아서, 웃다가 죽었다.’


그리고 구본형 스승님의 말처럼, 자신이 지닌 모습 것을 남김없이 소진하고
우주의 먼지로 날아가 버리면 최고의 삶이 아닐까?


#

캠벨의 책 ‘신화의 힘’을 읽으면서,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자신의 장례식 연설’을 계속 생각했다.
두 개의 영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며, 계속 겹쳐지고 있었다.


첫 번째 영상은 산 정상을 찾아 힘들게 오르는 나의 모습이었다.

한국이 좋은 점은 온 천지에 산이 있다는 것인데, 나는 산에 잘 가지 않는다. 가기 싫어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먼저 정복해야 할 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일이나 행사로 인해 어쩌다 산에 가는 일이 있더라도, 내 안에 있는 산을 생각했다.


그 산은 늘 흐릿했다. 산에 오르기 위한 대로는 보였으나 그 대로로 가는 작은 접근로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흐릿함 속에 빛나는 위엄있는 모습은 더욱 가슴을 떨리게 했다. 그 산은
내가 평생 애써 가야 할 그리워 하는 산이었고, 내 인생의 길을 따라 가는 길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높은 산 정상에서 광대하게 펼쳐진 산 아래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 이었다

조셉 켐벨이라는 위대한 노스승의 어깨에 올라 타, 아직은 시야가 뿌연 안경을 쓰고, 시원한 정상의 바람을 맞으며, 세상의 모습과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산의 정상에서는 인간의 삶과 목표, 그리고 미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저 아래에, 낑낑대며 산을 찾아 정상으로 올라오려는 사람들 중에 내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


캠벨의 책은 인류사의 흐름과, 인간 삶의 총체성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건 높은 산 정상에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삶의 전체를 조망하며, 죽음으로서 다시 살아, 내가 기필코 가야 할 길, 즉 산 아래에서 산 정상을 향해 찾아가는 길이다.


산 정상을 찾아가는 그 길에서

인류의 스승들이 남긴 지혜의 책들과

깊게 멀리 함께 갈 아름다운 벗들과의 만남은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연구원 활동을 통해, 얻고 싶은 것? 있다. 

6기 연구원으로 변화경영연구소에 들어 온 것이,

내 인생의 영화에 어떤 장면을 만들어 낼지 몹시 궁굼해진다.


겨울연가의 아름답고 슬픈 장면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장중하고 호쾌한 추노 같은 사극이 되기엔 
뱃살이 너무 튀어나와서 안 되겠다. 나이가 좀 들긴 했지만, 리얼리티 다큐를 찍기에는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가 아닌가?

 

그래, 시트콤이 좋겠다. 살아서 웃다가 죽을 수 있도록
 내 인생의 영화가

‘유쾌한 시트콤’이면 좋겠다.

 

IP *.30.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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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4.05 17:01:48 *.248.235.12
글만 보아도 사람의 얼굴이 그려지는....최우성 씨

새싹같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글과
유쾌한 유끼들과 함께 시작하는 월요일이 참 좋습니다. 

게시판이 환해졌어요.  어디선가 봄의 노래도 들려오는군요.  연두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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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07:57:11 *.142.204.124
ㅋㅋ 시인이 좀 우끼시긴 했지만...뭐 나는 본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떡 싫어한다. 냉동했다가 먹는 것 싫다.. ....

우리 정화스님이 무척 좋아하시고 어디 내어놓아도 사랑받았던 떡을 시인이 싫다셔서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떡 다시 쪄서 소쿠리에 그리 소담하게 담아내시는건 본심이고 또 손속이시네요. 복많은 유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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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우성
2010.04.05 18:24:35 *.30.254.28
시인께서,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불편하다고 말한 것은 솔직한 표현이라고,  그러나 본심은 아니었다고...

'솔직한 표현인데, 본심은 아니라구요? '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더니,
 씨익 웃으며, 본심은 아니라고 다시 말씀하시더군요...ㅎㅎ

떡 감사하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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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05 17:59:42 *.236.3.241
우성 성, 산 타다가 밤에는 가야금 뜯을 거라는 얘기가
허튼 소리가 아니었네요 ㅎㅎ

 정상에서 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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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05 18:25:46 *.30.254.28
그대는 기자 였다며? 워쩐지,  글쓰는 솜씨가 다르더라니....든든한 하체의 힘으로,  나보다 먼저 갈 사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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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선
2010.04.05 23:32:30 *.106.7.10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조지 버나드 쇼

‘괜히 왔다 간다’ 화가 중광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고 김수환 추기경 (시편)

 ‘웃기고 자빠졌네’ 개그우먼 김미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대표팀 단장’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곧 돌아오겠습니다(I’ll be back soon)’ 미국 심야 토크쇼 진행자 자니 카슨

             (I’ll be back soon은 카슨이 토크쇼 중간광고 전에 하던 말이다)

 ‘나, 열렬하게 사랑했고, 열렬하게 상처받았고, 열렬하게 좌절했고, 열렬하게 슬퍼했으나,

모든 것을 열렬한 삶으로 받아들였다’  소설가 공지영

 ‘몽땅 다 쓰고 가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자 여행가인 한비야

언젠가 제 블로그에 정리해 놓은 묘비명 들이네요.

전 한비야님의 묘비명을 젤로 좋아해요. 제 좌우명으로 삼았지요.
으~음, 오빠의 글을 읽고 다시 이것들을 읽어보니, 김미화님의 묘비명도 좋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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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06 22:21:45 *.34.224.87
비야 누나의 묘비명...나도 참 좋다...김미화는 원래부터 좋아했고..
공지영의 묘비명도 맘에 든다.  몽땅 다 쓰고 가다.. 그래 몽땅 다 써야 후회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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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05 23:37:50 *.129.207.200
형의 웃음에서, 주도적인 의지가 보입니다. 열심히 웃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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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4.08 01:28:31 *.68.10.114
"살아서 웃다가 죽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면 절로 웃을 일이 생기겠죠~
아...전 미소짓는 연습만 해서ㅋㅋ...이젠 박장대소 연습도 좀 해야겠어요~
 크게 웃는 만큼 내 삶에 더욱 감동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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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은주
2010.04.08 12:37:56 *.219.109.113
내 가슴 속에 있는 산을 먼저 정복해야겠다는 그말 정말 멋있다.
올해는 열심히 변경연구원의 산을 정복하고 다음에 우리 같이 좋은 산을 물색하는데
머리를 맞대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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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08 23:44:14 *.34.224.87
크로아티아의 사진 다시 보니, 매우 낯익은 얼굴이 있네.. 참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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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4.12 07:53:30 *.72.153.59
장례식 연설을 듣고서는, 나는 당신이 그렇게 죽고 싶다고 한게 싫어졌다.
나는 당신이 죽는 게 싫다.

꿈그림 그려달라고 글을 '그는 살아서, 웃다가 죽었다'라고 보내왔는데...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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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4 21:59:54 *.34.224.87
살아야 겠네요..
열심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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