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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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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0일 14시 46분 등록

 

회사에선 일년에 한 두차례 근무평정을 한다.  25년 이상 직장에서 일해 온 나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평가를 해야하는 부담도 갖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인사평가는 조직은 물론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헌데 업적과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를 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피라미드는 위로 올라 갈수록 좁아지고,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많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에 순위를 정해야 하기때문이다.

 

얼마전 내가 참석한 근무평정위원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이제껏 조직에 기여를 많이 한 선배와 조직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능력이 더 뛰어난 후배 중 누구에게 앞선 서열을 줄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었다. 후배에게 추월당한 선배는 앞으로 승진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추월 당하는 선배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 조직을 위해 나름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해왔는데, 이제 나를 승진에서 누락시키고 패배자의 입장을 강요한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후배의 입장에선 조직 발전을 위해  능력있는 사람이 앞서 나가는 게 회사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승진이 걸린 문제는 그래도 양반이다.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회사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면 그 결과는 명예퇴직으로 이어진다. 승진 누락의 좌절감 정도가 아니라 당장 생계 유지의 절박함을 해결해야 한다. 밥을 해결하는 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우선한다.  IMF땐 수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란 이름 하에 회사 밖으로 내몰렸다. 사랑하는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밥줄을 내 놓으라' 는 것은  몰인정하고 처절하기 까지하다.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든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화 < 크림슨 타이드 > 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핵잠수함 부함장인 덴젤 워싱턴은 적의 공격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잠수함 수리를 위해 물이 새는  기관실로 병사들을 보낸다. 헌데 수리가 늦어지면서 그 병사들이 작업하고 있는 공간의 격실을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격실을 막으면 수리하던 병사들은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격실을 막는 게 늦어지면 핵잠수함 병사 전원이 함께 죽을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 기관장은 워싱턴에게 빨리 결정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모두 다 죽일 건가, 일부를 희생 시킬 건가. 워싱턴은 해치를 폐쇄하라고 명한다. 자기가 보낸 병사들을 자기 스스로 죽이는 명령을 내린거다.

 

 

변화 혁신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선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함꼐 죽는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소니를 넘어섰다. 노키아는 죽었다. 현대자동차는 GM과 도요타의 아성을 넘었다. GM도 죽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헌데 이렇게 기적을 일으킨 회사들 내에서의 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잘 나간다는 네이버도 구글도 사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최고를 지향하며 발전해 간다. 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함. 우린 이런 생존 경쟁의 시대를 살고있는 것이다.

 

이 말은 맞는가 틀리는가?....  우리는 '위기가 곧 기회' 고 '성공을 통한 새로운 도약' 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을 갖도록 요구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각박함을 피부로 느끼며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런 곳을 좋은 조직, 좋은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어느 조직이나 사회나 암묵적으로 구분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최상의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 튼실한 허리 역할을 하면서 성공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성공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삶의 자세를 갖는 사람들. 난 이들을 Fast track, Normal track, Slow track 으로 구분해서 생각한다.  Fast track을 달리는 사람들은 경쟁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다. 이들은 경쟁을 통해 최고를 지향하고 개인과 회사, 사회 발전의 동력을 견인한다는 생각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산다. Normal track 사람들은 앞서가는 Fast track 사람들을 따른면서 조직 발전의 중심 세력으로서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는다. Slow track 사람들은 좀 늦게 걷듯이 달리지만 그래도 조직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한다는 일체감을 갖고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사고와 역량이 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이 필요한 사람들일 터이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track을 달리느느냐는 선택의 문제이고 그 선택은 변경될 수 있다. Fast track을 달리다  힘들고 지치면 Normal track으로 갈아 타면 된다. Normal track이 맞지 않는다면 Slow track으로 갈아 탈 수도 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 Normal에 적합한 능력을 갖고 그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Fast의 결과를 원하면 불일치가 발생한다. 여기서 괴로움이 생겨난다. 

 

 

경쟁은 이미 시대의 흐름이 돼 버렸다. 우리는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때론 밀려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 속에서 개인들은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지만, 때론 아프고 좌절하고 상실감을 느낀다. 사람들을 이렇게 치열한 경쟁으로 내모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그런 변화가 현실로 나타날까?  중년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나는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자신의 일에 열과 성을 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선 조금 겸손한 편이 좋을 것 같다. 내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고, 내 능력에 비해 대우를 조금 덜 받는 일자리를 갖으면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력보다 버거운 일을 맏고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내 스스로 괴롭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중년 이후에는 이런 문제로 과도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쓰는 생존 경쟁이란 말은 과장됐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란 말은 사실은 성공을 위한 경쟁이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 행복의 정복 >에서 러셀이 하는 말이다.  공감 가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가 아프고 힘든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성공하지 못해서 일 수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낳은 자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 오늘 노력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승진, 돈, 명예... 이런 것들이 나에게 진정한 성공인지 되돌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을 재정의하고, 경쟁의 틀에서 다른 사람들을 덜어낼 수 있다면 한결 가벼워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P *.97.3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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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20:32:58 *.134.163.197

직장에서 저는 normal track과 slow track 사이에 있는 듯 합니다. normal track 에 대부분이 있고 딱 1개만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서 뛰어났으면 좋겠어요.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을 읽고 밭은 숨이 좀 골라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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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10:12:54 *.196.54.42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좋은 질문이네요. 지금은 우선 책쓰는 것입니다.

정산님께 성공은 무엇입니까?


잘 갈무리된 글 역쉬~ 내공이 보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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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21:35:28 *.235.51.108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건강하게 사는 것.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가꾸는 것.

기쁜 마음으로 많이 웃는 것.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오늘 하루도 나무처럼 조금씩 성장하는 것.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주눅 들거나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힘을 키우는 것.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사는 것.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내가 있음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는 것.

실패를 툭툭 털고 잊을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자신을 낭비하지 않는 것.

 

매일매일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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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About Me Day 때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요즘도 가끔 읽어보곤 합니다.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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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7:37:53 *.196.54.42

구구절절 제게도 적용되는 좌우명입니다 감사^^

 

지금의 제게 한마디로 성공을 묻는다면 "단 한 줄이라도 나의 글을 쓰는 것"이라 하겠는데,

정산님께 동일한 질문을 드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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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21:10:22 *.39.145.84

오늘 일터에서 경쟁때문에 스트레스는 많이 받아서 칼럼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단숨에 읽었네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기어코 골라내고 그걸 여러 사람앞에서 떠벌려서 쿠사리 주고, 옆사람은 자기가 그 사람이 아닌 것이 다행인지 거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경쟁이 곳곳에 너무나 만연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옆사람보다 나은....' 이라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서 거기서 안도하는 상황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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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21:34:42 *.62.180.96
악한 개인을 선한 개인이 이기기 어렵지만 선한 집단은 악한 집단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존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악한 개인이 되기보다는 선한 집단과 함께 어울리는 선한 개인으로 사는 기쁨이 '진짜' 기쁨임을 늘 경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배님 말씀처럼 어제의 자기자신과 경쟁하며 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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