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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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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6일 09시 05분 등록

#7 40대의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은 1900년대 전후에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중요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성장배경과 그 인생의 여정을 따라 어떻게 창조성을 발휘했는지에 대해 서술한 책입니다. 대체로 요약하면, 변두리의 중산층에서 자라고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경계인으로서 삶을 구성하고 창조성을 발휘할 시공간적 장을 맞이하며 지지자 또는 지원자를 통해 창조성이 꽃을 피운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속적인 창조성 발휘를 위해 새로운 환경 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분야를 바꾼다거나 고전을 재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해 내었다고 합니다.

 

<열정과 기질>이 다루고 있는 창조적 인물을 보면,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 입체주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20세기 최고이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황무지의 T.S 엘리엇, 현대무용의 마사 그레이엄, 인도 독립을 위한 비폭력 저항을 실천한 마하트마 간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감히 쳐다보기 어려운 인물들이 이 책에서 다루는 분석대상입니다. 일면 존경스러운 분들이지만 현대의 일상 생활에서 보면 너무 거리가 먼 인물들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창조성 분석을 통해 이분들의 존경스러운 면면을 보게되면서 경외감을 갖게 되지만 오늘의 나의 삶에 참고할 현실적인 실천 방법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하워드 가드너가 하버드 대학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 이름이 제로 프로젝트인데 저에게는 그러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40을 넘은 중년의 나이로서 저는 이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은 이미 지났고, 불타는 20대 청년기도 봄비에 떨어진 벗꽃처럼 어느덧 와르르 지나가버렸습니다. 30대의 열정은 회사 생활을 통해 소진해버렸고 이제 남은 것은 사회와 가족에 대한 책임과 반복되는 일상들 뿐입니다. 이런 나이에 창조성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가족과의 일상 생활에서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딱딱해진 생활 패턴으로 인해 뭔가 새로운 시도 보다는 안전한 일상의 반복을 선택할 경우가 많은 것이 오늘의 제 삶의 방식이고 이로 인해 지루한 아빠가 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회사에서도  젊은 시절 그렇게 부르짖던 회사의 불합리한 구조와 의사 결정에 대해 어느덧 더 큰 범위에서 이해하게 되고 수긍하며 동참하는 입장이 생겼고, 이를 창조적으로 혁신하라는 요구와 현재의 성과를 잘 유지 해나가라는 상호 충돌하는 요구에 직면하며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는 처지입니다.

 

<열정과 기질>에서 언급한 창조성의 10년 규칙과 파우스트 거래에 눈길이 갑니다. 뭔가 새로운 인생을 사는데 꼭 필요한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처럼 보입니다. 저같은 40대의 중년은 이 두 가지 창조성의 기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파우스트의 거래는 어떻게 보면 영혼을 저당잡히고 목적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그런 해서는 안될 거래같이 인식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10년을 매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40대에 10년은 어떤 의미일까요? 10대 때의 10년은 세상을 바꿀 즉, 자신의 세계관과 능력을 바꿀 어마어마한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40대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부터 문제로 떠오릅니다. 영혼을 맡기기에는 가지고 있는 영혼도 없는 처지라 눈은 뜨고 있으되 보이는 것이 없는 현실이기 대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파우스트 거래니 10년 규칙이니 하는 것은 시도하기도 어렵고 결과를 얻기도 참으로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년에서는 관계의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40대 이후의 창조성은 관계의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열정과 기질>에서도 대부분 거장들은 40대 이후에 새로운 인생의 여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전과 같은 불꽃 튀는 창조성은 이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창조에 대한 그 대단했던 문제의식도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단지 이전의 혁신 위에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참신하지는 못하지만 대가의 수준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후기의 창작이나 새로운 작업을 위해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새로운 분야로 이끌어줄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다른 역량을 새로운 장에서 기존의 창조적 결과물과 엮어서 활용하는 사례들이 그것입니다. 이는 그 동안 몸소 겪은 세월을 토대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할 인생 2라운드를 마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거장은 이미 갖고 있는 명성에 기대여 교육 분야나 평론 및 유사 분야의 창작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대부분의 직장인은 시스템화된 조직 사회의 일원으로 특정 분야의 지식만으로 회사 생활을 영위하다 회사를 그만 두게 되는 경우 부속품이 더 이상 홀로 동작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무기력해져 버리고 맙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관계의 힘을 뒷받침할 역량 개발을 시도해야 합니다. 관계의 힘을 뒷받침해줄 이 역량은 독서에서 얻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책에서 소개한 T.S. 엘리엇의 사례를 참고 하고 싶습니다. 엘리엇은 중년 이후에는 시 창작을 거의 하지 못했으나 비평, 후배 양성, 저술을 통해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났으며 그 사람 중에 제프리 파버의 제안으로 파버 앤 파버 출판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활동하면서 유명한 젊은 시인들을 키워낸 이력을 창조해 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역량과 남은 인생을 진전이 없는 시 창작에 매달려 인생을 소진하지 않았습니다. 시 창작 역량이 퇴보하자 자신의 박학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날카로운 평론의 힘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의 일을 받아 들였으며, 이를 토대로 인생 후반기를 새롭게 창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사 그레이엄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계속 개발하여 나이가 들어도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한 산 증인이었습니다. 늦은 밤 침대에서 니체와 같은  당대 철학자들의 책과 다양한 서적들을 통해 새로운 감성과 감각을 터득하여 나갔던 것입니다.

 

40대의 하루는 힘듭니다. 가족과 사회의 특히 직장의 다양한 요구가 매 순간 충돌하며 그 하루를 소진하고 있습니다. 정작 자신의 본 모습은 어디 갔는지 찾을 길이 없고 매일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그 책임을 다하느라 하루 하루가 힘겹습니다. 하지만 벗어 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를 자신의 인생으로 창조해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다. 저는 다시 자신을 들여다 볼 필요를 느낍니다.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에 노출할 필요를 느낍니다. 우선 책을 읽어 나가려고 합니다. 많은 고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려고 합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 혹은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사람도 좋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좋은 삶을 저 자신의 삶속으로 들여놓고 싶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현재가 보이고 좋은 관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올 것 같은 기대가 생깁니다. <열정과 기질>에서 분석한 7분의 위대한 창조자들고 그러한 길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평범하지만 하루를 지키고 살아가는 저도 그 삶의 방식은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관계를 위한 관계는 이제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막연한 기대를 갇고 빠질 수 없다고 믿고 어쩔 수 없이 찾아가는 모임은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의미 있고 진실된 만남을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진실된 관계를 만들어가면 세상이 그 진실함에 답을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IP *.22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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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09:34:25 *.104.9.216
40대의 일과와 충돌. 거대담론을 생활로로 끌어오려는 노력. 관계의 힘.

그리고 우리 하루의 묘사.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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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9:18:21 *.94.41.89

이제 겨우 다듬었습니다. 표현과 문장을 좀 바꾸었고 독서라는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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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6:19:57 *.196.54.42

"지루한 아빠가 되기 마련이다" 요즈음 내가 나를 보니 지루하군요, 지루박멸을 위하여 난 무얼 어떻게해야 하나? 화두를 던져줍니다^^

 

"부속품이 더 이상 홀로 동작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무기력해져 버린다. 이 시점에 우리는 관계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

핵심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

열정과 기질 책을 요약하는 것보다 훨 가치있고 재미있슴다 ㅎㅎ

인생에 관계 빼면 시체이겠지만.. 이 관계란 것이 고뇌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고.. 어렵군요! 그래서 도전할 가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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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9:19:09 *.94.41.89

지난 주말은 지루한 아빠도 못되었네요. 책읽느라 문을 걸어닫고 의절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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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0:07:44 *.213.30.22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에 견고한 틀이 느껴져 갑갑해 하고 있지요.

유연한 인물인줄 알았는데 수면 밑에 보이지 않는 성을 쌓고 있었어요.

이걸 부수어버려야 뭐래도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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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2:44:28 *.94.41.89

부셔부셔 한봉지 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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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0:27:55 *.23.235.60

실천력 제로. 제로 프로젝트..ㅍㅎㅎㅎ(웃으면 안 되는 건가^^::::; )

진짜 딱 그렇네요.

웨버가 평범하다니요. 슈퍼맨이잖아요!

일상을 전진하게 하는 독서의 세계에서

좋은 것 많이 찾아 퍼뜨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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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2:44:52 *.94.41.89

이 칼럼의 유일한 유머 코드를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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