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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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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7일 05시 50분 등록

나는 왜 하고 많은 테마 중에 소심에 대해서 쓰려 하는가. 왜 소심에 집착하는가. 한번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는 듯 싶다.

소심이란 일반적 정서상 그다지 장점 혹은 매력으로써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요소는 아니다.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이미지 또한 부정적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단어들을 살펴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쪼잔’, ‘밴댕이 속알딱지’, ‘속좁음’, ‘유약함’, ‘우유부단’, ‘답답함’ 등등. 어떤가? 이 단어들을 보는 순간 가슴 한켠이 화~악 답답해지지 않는가.

일상 속 대화에서 소심을 찾아보자. 친구간의 혹은 아는 사람간의 대화에서 쉽게 이런 말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그. 이런 소심한 놈 같으니라구... 쯧쯧쯧...” 

또는

“그러니 니 속을 ‘밴댕이 속알딱지’라고 부르는거야. 제발 좀 넓게 좀 생각해 봐봐.”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당신 왜 그리 쪼잔해? 왜 얘들처럼 유치하게 그러는데? 원래 그렇게 당신밖에 모르고 살았던거야?”

울컥하지 않는가. 뭔가 머리 위에서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게 있지 않는가. 하지만 위의 말들은 내가 40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다 들었던 말들이다. 정말 정말 듣기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을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다시는 듣기 싫어 꽤나 그렇지 않은 척 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대범한 척, 대담한 척, 속 넓은 척, 통큰 척. 척척척 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내 자신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가면을 쓰고 살려니 얼굴에 땀이 차고, 기름기가 끼며 숨까지 막혀 온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사람’, ‘남을 배려하고 신경써 줄 줄 아는 사람’,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내세워 줄 줄 아는 사람’ 등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정작 스스로에게는 많은 불만과 자책, 좌절감이 심어져 갔다. 

이 치열하고 어려운 사회에서는 결국 자신만의 독특하고 참된 빛을 내기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몰두하는 사람들만이 성공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분야와 그 분야 내에서의 깊은 차별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 자리를 잡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나의 모습은 어떠했던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는커녕 거짓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약 6년전. 나는 회사에서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다소 시끌벅적하며 활기가 있었던 구매부서에서 조용하고 차분, 꼼꼼하게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리부서로 옮기게 된 것이다. 사람들 자체가 달랐다. 이기적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내가 있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양보하고 배려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금방 지쳐버렸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마침내 회사 출근하는 일 조차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끔찍했다. 사람들 얼굴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싫었고, 그들과 나눠야 할 의미없는 껍데기 대화들이 미웠다. 겉으로는 어떻게든 맞출 수 있었지만, 내 안에서는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이렇게 라도 사회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내 처지가 혐오스러웠고, 아무 것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비참스러웠다. 

그러던 와중 어느 출근하는 날, 지하철 안에서였다. 출근 스트레스에 쌓여 아무 생각도 못하던 중 갑자기 머릿 속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소심한 사람들의 성공법>.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자기계발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들을 읽고는 읽었지만 <소심>을 주제로 한 책은 본 기억이 없었다. 나처럼 소심해서 고생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바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 스스로 이런 책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생하고 있으니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나를 위해 이런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아무나 쓰나. 생각은 생각에 그쳤다. 그리고 그 생각은 업무 다이어리에 묻혀 버렸다. 그리고 다시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작년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첫 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행복>이란 키워드가 좋아 그 방면으로 쓰고자 하였으나 구체적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 중 우연히 <소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사부님을 비롯한 모든 연구원들이 좋은 테마라고 강력추천하였다. 결국 나는 6년전 고민했었던 <소심>이란 테마로 첫 책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돌아보면 운명과도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많고 많은 주제 중에 하필이면 6년전 생각했던 그 주제란 말인가.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소심>이란 주제가 지난 6년동안 내 가슴 한켠 어디에선가 계속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것이 현실로 튕겨져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처음 쓰는 글쓰기, 길게 호흡하고 천천히 가려 한다. 이 <소심>이란 주제가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그리고 20년 뒤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는지는 모른다. 내가 <소심전문가>가 되어 수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고, 혹은 다른 분야로 전직하여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게 된 일. 나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가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 소심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자신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체로도 난 내 자신에 대해 조금씩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 여전히 소심하지만, 웬지 다른 느낌, 긍정적이며 밝은 느낌의 새로운 소심을 만들어 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소심>에 대해 쓰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IP *.64.2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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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06.17 09:38:54 *.12.21.21
오빠의 문체에서는 소심이 느껴지지 않아.^^ 소심한 사람들이 가슴 속에 품고 숙성시키는 힘은 매우 크지. 오빠의 소심도 그렇게 숙성되고 발효되고 있으니 새로운 그 무엇으로 재탄생되리라 믿어. 
나도 엄청 소심쟁이 울 그이랑 살고 있잖아. 눈 반짝이며 관심갖고 있는 독자 여기 있어요. 열작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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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10:14:31 *.204.150.153
소심과 이웃 동네인 심한 I 여기있어요! ㅋㅋ
근데 춘희말처럼 글에서는 전~혀 소심이 느껴지지 않아요.
어쩌면 재우 선배로 인해 소심이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은 그 무언가로 탈바꿈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독자 2 여기있으니 계속 홧팅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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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9.06.17 13:32:01 *.122.143.214
독자1, 독자2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앞으로 독자3, 독자4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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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6.18 00:14:01 *.131.127.100
진짜로 소심한 사람은 자신이 소심하다는 말을 안 한다.
과거에 어쨋을지 몰라도 현재는 분명히 아님 ... 소심맨,

ㅍ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소심을 숨기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고
그냥 누구나 잇는거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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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9.06.19 16:07:10 *.122.143.214
백산형, 고마워여~!!
형 댓글에 큰 힘을 얻어여...
그러고 보니 형도 나처럼 차카구나...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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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6.18 22:06:02 *.131.127.100

 소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이미 소심은 극복한 것이라는 야그여...
 강을 이미 건넌 거제...  

 만약에 재우가 아직도 소심이라면 세상 사람 절반이상은 소심이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
 나를 포함해서.  ( 깽.. 솔직이 나는 허풍이 시거든...^^)

 그리고,  아직 못 건넌 사람들을 위해서 배려하겠다는 건데,     그거야 당근 이지..
참 좋네.. 나는 사람들이 혼돈하는 개념들과 태도들을 재우가 정리해서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믄 어쩔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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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9.06.18 14:58:09 *.122.143.214
백산형, 그럼 진짜 소심한 사람은 책 써서도 안된다는 말씀인가염? +++ --;

누구나 소심한 면은 있는 것 맞아요. 하지만 의외로 소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저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정말 소심했구요.
이 주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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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9.06.18 10:52:50 *.165.140.205
문제는 소심이라는 말 자체에 있는 것 같아요. 그저 대심, 소심 등 마음가짐이 다를뿐인데, 왠지 '소심'이라는 말 자체에는 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멸, 약간의 모자람, 등을 포함하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소심이라는 그런 선입견에 일격을 가하는 그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 나 소심하다 어쩔래? 라면서 한대 퍽! 하고 갈겨 줄 수 있는 그런 통쾌한 책....! 캬.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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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9.06.19 07:04:11 *.122.143.214
그래. 나 소심하다, 어쩔래?

이게 정말 소심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일까?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또는 혼잣말로는 수십, 수백번도 더 하는 말이지?
그래, 통쾌한 거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자신도 모르는 소심이란 것에 대해 정리할 수 있고,
정리를 바탕으로 좀 더 자신을 잘 알게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책으로써의 역할은 얼추 하게되는 것 아닐까?
물론 지금 말한 정도도 풀어가기는 쉽지 않을테지만 말이야. ㅎㅎ
조언, 고마워~!! 썬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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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9.06.19 09:53:04 *.229.130.55
소심에 대한 내면의 치열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네요...
그럼 이제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주셔야죠?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4기 연구원 중에도 빨리 첫 옥동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형님이 먼저 첫테이프를 끊으시죠? ^^ 저도 뒤따라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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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9.06.19 12:48:20 *.122.143.214
아예 뒤에서 떠다 미는구나... --;
앞에 가는 넘 빨리 치워버리고, 쫙 트인 길 여유있게 걸어보겠단 말씀? --;
오우 노~!! 최대한 여유있게 가련다... 남 좋은 꼴 못 보지... ㅋㅋ

.......
쓰고 보니 넘 못됐나...
에잇, 차칸양 모드 변신~!!! '펑~야!!'...

고맙다... 거암아... 너의 따스한 마음 받아 들여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마... 너도 열심히 쓰려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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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9.06.24 04:22:14 *.248.75.8
재우 홧팅!
꾸준히, 줄을 놓지않고 가는 힘은 그대의 장기 아닌가.
우리 성실맨, 차칸양이 4기 첫 책 테이프를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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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00:13:25 *.71.76.251
난 불도저로 밀어 줄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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