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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일 16시 22분 등록

20140701
J 에게 : 2편의 영화와 해피엔딩

음악이 시끄러운 카페에 앉아서 너에게 말을 건넨다. 난 너를 만나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도 몰라. 예전에 너에게 뭔가를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일거란 얘기를 한 적이 있지. 난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해.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맛을 보았다면 그걸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처음부터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우린 서로를 좀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그것에서 벗어야 할 때도 된 것 같아. 서로의 처지,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갈림길이었던 것 같아.

엊그제 영화를 2편 봤어. 우디 알랜의 인생과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야.

우디 알랜은 5살쯤에 아버지로 부터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는 우울증에 빠졌대.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끝난다는 것을 아주 어렸을 때 알아버린 거지. 우디 알랜이 만든 영화에 그 고민이 담겨 있어서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어. 그는 자신은 죽음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하나의 관점을 가졌다고 얘기했어. 언제나 '맹렬히 거부한다'라고.

죽음 같은 심각한 질문을 평생 갖고 산다는 것은 큰 부담인 것 같아. 그렇지만 그 질문이 그의 멋진 인생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우디 알랜의 지인 중에 그를 칭송하기를 무엇인가를 5년정도 하기도 힘든데, 10년 넘게 그것도 40년이나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이야. 정말 대단하지. 자신의 일생을 그것을 해 온 것이잖아.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가 영화로 유명해졌다가 침체기를 겪을 때였어. 세간에 그저 그런 영화를 계속만든다고 비난을 받을 때,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1년에 1편에 계속 만드는 것은 그만하고 잘 다듬어서 밀도있게 2년에 1편 만드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했지. 우디 알랜을 그 말을 못알 듣는거야. 자신은 계속 영화를 만드러야 한다고. 잘 하고 못하고는 알수 없지만, 영화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야. 최고의 예술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허세는 없는 것 같아. 마치 농부가 해마다 밭을 일구듯이 그는 그렇게 영화를 부지런히 만드는 것 같아.

그렇게 영화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에, 죽음에 대해 답하는 방식이었나봐. 그가 만든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하나 나오더라. 감독이 그 부분을 편집해서 보여줬어. 외계인들이 와서 질문을 하는 장면 같은데, 죽을 건데 지구에 남어서 뭘 해야 하냐고 묻는 것이 나오더라구. 되록이면 사람들을 많이 웃기라고 하는 거야. 그걸 보면서 그가 코미디를 했던 배우라는 점이 떠올랐어. 그 이후의 영화들도 재미있게 만들려고 지금 보면 좀 엉뚱한 일을 하는 우스꽝스런 캐릭터가 등장하더라.

우디 알랜은 어려서 코미디 작가로 유명해졌고, 나이트 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했고, 나중에 영화에 출연하고, 그리고는 영화감독이 되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계속 만들었어. 그런데 그는 왜 그렇게 많은 영화를 만들어야 했을까?

우디 알랜의 지인들은 그가 40여년동안 40여 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듯이, 그가 살아 있는한 계속 영화를 만들것을 믿고 있더라. 다행이도 그의 부모는 아버지는 100세를 넘겨서, 어머니는 95세에 별세하셔서 그도 그럴 거라고. 그가 살아있는 한 그가 고민한 것들을 계속 영화로 만들 거라고 말이야. 우디 알랜이 죽으면 그의 육체는 죽어서 끝이 나지만, 그의 영화는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 남을 것 같아.

인문학 강좌에서 그가 만든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라는 것을 소개 받았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으로 이 영화를 소개해 주셨거든. 영화는 환상이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현실을 산다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이상의 세계와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게 되고, 그래서 영화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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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 하나는 <인생은 아름다워>인데, 우디 알랜의 다큐를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 같이 빌려온 영화야. <인생은 아름다워>를 만든 로베르토 베니니와 우디 알랜은 공통점이 많아 보여. 둘다 코미디 배우였고, 둘 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야. 두명 모두 감독이며, 배우이지. 자신이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공통점인 것 같아.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우디 알랜은 좀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이야. 우디 알랜의 다큐 중에 광대복장을 한 그가 자신의 얼굴을 한 인형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는 좀 멍한 표정이야. 우디 알랜 자신은 웃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데, 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영화를 보는 사람은 웃고, 행복해지지. 어쩌면 그는 진짜 웃지 않을 지도 몰아. 그게에 그 고민은 진지한 것이라서 웃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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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로베르토 베니니는 얼굴이 웃는 상이야. 먼저 웃고 그 얼굴로 같이 하는 사람을 웃기더라구.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찰리 채플린을 오마주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더라. 때때로 어떤 장면에서는 그가 일부러 더 웃는다는 인상도 받았어. 아마 스토리상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야. 아주 심각해질 수 있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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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의 초반부는 즐거웠어. 그리고 계속 보면서 조금 조마조마했어. 미리서 줄거리를 봤거든. 수용소에 끌려가고 거기서 험한 것을 겪을 것을 짐작하니까 보면서 불안했거든. 그런데 로베르토 베니니는 과장되게 큰 소리로 아들에게 버젓이 이건 게임이라고 거짓을 말하고는 먼저 1,000점을 따면 이긴다고 말하지. 그리고 1등상으로는 실제 탱크를 받게 된다고 말이야. 맨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탱크를 보게 되고, 거기에 타게 돼. 그리고는 탱크를 타고 가다서 엄마를 만나서 엄마 품에 안겨서 웃지. 그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야.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사람들은 이것은 너무 민감한 사항이니까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로베르토 베니니를 말렸대. 이 영화가 상도 받고 홀로코스트를 겪은 사람들에게도 칭송을 들었지. DVD에 담겨 있어서 봤어. 나는 왜 이 영화가 그렇게 좋은 영화로 평가를 받았나 의심했었어. 홀로코스트 문제는 그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부채로 남아있어서 인가 하는 의심말이야.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쉰들러 리스트>도 상을 많이 받았잖아. 그런데 DVD에 인터뷰 내용보고서야 알았어. 거기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더라. 자신은 홀로코스트를 겪었지만, 사람들이 그 사건을 알았으면 하고, 또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이야.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은 그 지옥을 겪었지만, 자신의 자식은 그 지옥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영화의 내용이 딱 그러잖아. 아버지는 상황을 알지만 5살 어린 아들은 그것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게임이라고 하면서 아이를 끝까지 보호하고 지키는 것 말이야.

어제까지 나는 두 영화감독의 영화를 본 적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궁금해졌어. 그들이 만든 영화와 환상과 해피엔딩 때문이야.

헤피엔딩이 정말 마음에 들어. 우디 알랜의 다큐도 해피엔딩을 기원하더라. 알랜이 이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 같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이 영화들이 영화에는 무엇을 담아야하나? 이 영화들은 왜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줄지도 모르겠어. 그건 장르만 좀 다를 뿐 많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묻는 게 아닐까 싶어. 왜 이것을 해야 하지, 여기엔 무엇을 담아야 하나 하고 끊임없이 묻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답을 한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 우디 알랜이 궁금하다. 그는 자신이 진지하게 고민한 것을 매년 1편의 영화로 계속 만들어왔으니까 그가 낸 고민과 답을 좀 보고 싶어. 40년을 넘게 하고도 계속할 수 있는 게 뭔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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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8 21:27:29 *.175.14.49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 우디 앨런. 참 대단해요.

1년에 한 권씩 좋은 책을 써내는 작가,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

그것도 40년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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