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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4일 20시 39분 등록


산티아고를 아시나요? 남미의 칠레에 있는 도시를 떠올리셨군요. 그곳에 산티아고가 있지요. 안데스 산맥과 해안산맥 사이의 고지대에 있는 도시이고 칠레에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지요. 그 곳 말고도 산티아고는 또 있답니다.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고 하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말하지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가 복음을 전하려 걸었던 길이랍니다. 그 길을 따라 요즘도 사람들이 걷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걷지요. 레저로, 여행으로, 종교적 이유로, 재미로 그리고 묵상을 위해서 걷는답니다.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한달이라는 기간에 걸쳐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것이 어떤 이유에 의한 것이든 말이죠. 그 힘든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은 삶의 전환점을 마주친 사람들 이라고 하더군요.

산티아고는 또 있습니다. 이번엔 지명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브라질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를 아시지요. 코엘료의 작품인 ‘연금술사’의 주인공이 바로 산티아고이지요. 양치기 소년인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칠레도 스페인도 아닌 피라미드를 찾아 가지요. 진정한 보물을 찾아가는 산티아고의 여정은 독자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는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산티아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사람은 ‘연금술사’의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 입니다. 음반회사 임원으로 잘 나가던 그는 어느 날 회사를 때려치우고 카미노로 떠납니다. 카미노가 뭐냐구요? 벌써 잊으셨군요.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고 앞에서 말한 걸 벌써 잊다니 참. 야고보의 순례길을 따라 카미노를 걸은 뒤 코엘료는 소설을 씁니다. 그때 쓴 소설이 ‘순례자’ 이지요. 순례길을 순례자처럼 걷고 ‘순례자’라는 소설을 썼으니 그럴 듯하네요. 그 소설을 쓰고 나서 코엘료는 소설가로 삶의 행로를 바꾸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은 또 한사람의 만족스러운 작가를 만나게 되었지요. 코엘료는 그 뒤에 ‘연금술사’ ‘11분’ ‘오 자히르’같은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써냅니다. 결국 카미노 순례길을 걸었던 그 시간이 코엘료의 삶을 바꾸어 놓은 거지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산티아고’라는 단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야고보가 목숨을 걸고 떠났던 순례의 이야기가 있고, 코엘료가 걸으면서 떠올렸던 삶의 전환이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연금술사’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진정한 보물인 ‘자아의 신화’를 찾으려 길을 떠났지요. 그래서 일까요. 산티아고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들지요. 산티아고 카미노 길을 걸어보겠다고 생각한지가 벌써 3년은 되었을 터인데 길을 밟아보기는커녕 공항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말이죠. 출퇴근에 쫓기고 삶에 허둥대면서 삶의 전환점은 커녕 삶에 치여서 살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내내 지금 나는 삶의 연금술을 익히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익히지 못했던 연금술 말이지요. 절대 이르지 않은 시간이 되어서야 뒤늦게 납을 금으로 만드는 기술을 찾아 나선 것인지 모릅니다. 그 길에서 진정한 보물을 찾을 수도, 아니면 그냥 길 위를 헤매다 말 수도 있겠지요. 쉽지 않은 그 길에서 발길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헤매고는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에메랄드’를 캐는 때가 오겠지요. ‘연금술사’에 나오는 채굴꾼의 이야기가 생각나시나요? 에메랄드 하나를 캐기 위해 5년 동안 강가에서 99만9천9백99개의 돌을 깨뜨린 그는,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순간에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지요. 단지 돌 하나만 더 깨뜨리면 되는 그런 순간에 말입니다. 채굴꾼은 자아의 신화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거지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신도 나도 그런 순간이 언제 앞에 마주 설지 모릅니다. 잇단 실패 끝에 이제 단 한번이 남아있는 것 일수도 있지요. 그런 생각에 또 발길을 옮깁니다. 쉬지 않고 오늘도 변함없이.

IP *.163.6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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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9.01.28 11:37:31 *.244.220.252
변경연의 '김훈'형님~ 칼럼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컨셉의 책을 구상중이신가요? 요즘 칼럼을 읽어서는 도통 방향이 알 수가 없네요.......아직 방황하는 영혼이신가요? 자신의 글빨 썩히지 마시고.......빨리 항해를 서두르시길 새해 소망으로 빌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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