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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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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5일 21시 49분 등록

신모씨는 얼마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3년 만이었다. 신씨가 다니던 기업은 대학생들이 들어가길 꿈꾸는 선망의 대상 중에 하나였다. 연봉은 물론이고, 직원복지 등이 좋아 인기가 높았다. 김씨는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이 30%정도 줄었다. 하지만, "연봉은 줄었지만, 좀더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한다. "전 회사에서는 새벽까지 야근하기가 일쑤였고, 주말에도 쉰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젠 퇴근 후에 친구들도 만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김모씨도 얼마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곳은 여유로운 근무환경에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다른 곳보다 연봉은 많지 않지만, 치열한 경쟁 없이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항상 정체되어 있고 성장을 멈춘 것 같았다. 여유로움이 오히려 답답함으로 느껴졌다. 김씨는 좀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지금은 여유보다는 기존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분야에 뛰어들어, 이룬 성과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이 바빠지고, 때로는 몸도 힘들지만, 무엇인가를 이루어낸 후 느끼는 성취감과 그로 인해 주어지는 경제적 보상은 오히려 나에게 커다란 힘이다"라고 말한다.

위의 이야기는 신문기사에 나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덧붙여 약간 각색한 내용이다. 위의 예에서 신씨와 같은 사람들을 일컬어 다운시프트족(Downshifter)이라고 한다. 요즘은 성공에 대한 정의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40%가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을 성공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예전에 한 카드회사의 광고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크게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바로 이런 젊은 사람들의 다운시프트 현상을 염두해 두었을 것이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반면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예티족(Yettie)이라 한다. 예티란 ‘젊고(Young)’ ‘기업가적(En-Trepreneurial)’이며 ‘기술에 바탕을 둔(Tech based)’ ‘인터넷 엘리트(Internet Elite)’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이들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신경제 영역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야근이나 주말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성장와 발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이는 단지 여유와 성취감이라는 기준을 가지고서만 본 삶의 모습이다. 이런 삶의 모습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구조가 변함에 따라, 또는 사람들이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일하고 싶은 모습, 살고 싶은 모습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위의 두 사람은 다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 반대의 삶을 살면서도 둘은 모두 만족스럽다.

당신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싶고, 어떠한 모습으로 일하고 싶은가? 무엇인가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스스로가 어떤 것에 만족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일단 무엇이든 해보고 내게 맞는지 안맞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것은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일이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데 몇 년이 시간이 걸릴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크나큰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더 나쁜 경우엔 평생토록 만족스럽지 못한 일을 하며 살아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불행이도 이러한 경우는 아주 많다.

미래 당신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자.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 일주일, 월 단위로 당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그려볼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것이 될지 안될지, 그렇게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이성으로 자기검열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머리의 기능을 잠시 정지시키는 시간이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당신 내면의 원초적인 욕구에 귀기울이는 시간이다. 내가 몇가지 항목을 만들어보았다. 이 중에서 직관적으로 당신이 마음에 드는 단어들을 골라봐라. 그리고 이 것들 외에도 당신의 직업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 이러한 단어들이 모여서 당신이 그리는 꿈의 직업을 구체화 할 것이다. 그것을 마음 속에 항상 그리고 있지 않으면, 그것이 나타나도 알아보지 못하고 놓쳐 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하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당신이 원하는 것일 뿐이다. 그 어떤 것도 좋고 나쁜 것은 없다. 이 항목들에는 없지만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따로 적어두길 바란다.

직장인 or 프리랜서
리더 or 서포터
사무직 or 생산직
권위, 형식 중시 or 자유로움
주간근무 or 야간근무
꼼꼼한 일 or 굵직한 일
정시출퇴근 or 불확실한 일과
내근 or 외근(출장)
단순반복적 or 창의적
월급 or 성과급
혼자서 or 팀단위로
천천히 or 빠르게
평일근무 or 주말근무
전문직 or 일반직
중소기업 or 대기업
똑 같은 일 or 다양한 경험
시키는 일만 묵묵히 or 나서서 적극적으로
안정적 or 도전적
직장을 내집처럼 or 일과 휴식은 별개
연봉, 조건 or 적성, 열정
일 중심 or 가족 중심
평범 or 특별

이것들 만으로는 모자랄 것이다. 모자라야 정상이다. 당신의 꿈의 직업을 떠올리며 그것을 설명하는 키워드들을 더 찾아보길 권한다. 가능하면 많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중에 필요없으면 버리면 그만이다. 너무 많으면 적으니만 못한 것도 있지만, 여기서는 무조건 많아야 한다. 그럴수록 당신의 비전은 더 다음어지고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 사이에 모순되는 것은 없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일을 많이 하면서, 여유로움을 즐겨야 한다던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전문가와 같은 보수를 원한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비전이라기 보다는 망상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단어들을 선택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기준으로 해라. 오로지 좋은 감정 또는 나쁜 감정으로만 구분하면 될 것이다. 그 단어나 표현을 봤을 때 진심으로 좋은 감정이 드는 것들만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지만, 직업이라는 당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들을 구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지 좋은 요리를 만드는 첫번째 조건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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