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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7일 11시 39분 등록
 
어느 형제가 80층 초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는 것을 알았습니다. 밤 12시 이후에는 가동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그들이 아침에 나갈 때는 그 안내문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들은 80층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그리 힘들게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즐겁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20층이 도달하자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등에 진 배낭이 무거워 더 이상 지고 갈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배낭은 여기에다 두고 내일 아침에 가져가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배낭을 내려놓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다시 기운을 내서 계단을 올랐습니다. 40층에 이르자 다리가 뻣뻣해지고 등허리도 뻐근해졌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큰 호흡을 몇 번 하고 계속 계단을 올랐습니다. 60층에 다다르자 숨이 가빠오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떨렸습니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이제껏 힘들여 온 것을 생각하니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없었습니다. 숨을 헐떡여가며 어렵게 계단을 올랐습니다. 드디어 80층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80층 집 대문 앞에 서서 그만 기겁 하듯 놀라고 말았습니다.
“앗! 열쇠....” 20층에 내려놓은 배낭에 열쇠를 두고 왔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이런 것입니다. 20대에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기운이 넘치고 어떤 도전이 닥치더라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대는 또한 이전에 가졌던 ‘푸른 꿈’과 희망을 어느 정도 보류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세상살이가 자신의 꿈대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내 꿈은 잠시 여기 내려놓고 가자.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꿈을 찾아가는 거야.” 꿈을 내려놓고는 다시 재미나게 살아갑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인생인거야.”  마음속으로 혼자 맞장구를 칩니다.

그렇게 40이 되면 점점 더 힘이 들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간도 차도 장만하고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 졌지만 언제까지 이런 풍요가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갑니다. 회사에서는 사업실적이다 인간관계다 압박에 시달립니다. 애들은 이제 한창 학비와 용돈이 많이 들어갈 나이라서 자고일어나면 ‘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주변에 있는 선배와 동료 중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들을 보면 건강도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뒤로 돌아설 수도 가던 걸음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힘은 들지만 계속 걸음을 옮겨야합니다.

이렇게 60에 도달하면 이제 숨을 좀 돌리고 살려고 합니다. 젊을 때의 기세등등함은 이제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즐거움도 있고 아직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돈도 더 벌어야 하고, 인생사는 재미도 더 느껴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이 이전 같지 않습니다. 경제력도 부족합니다. 뭔가를 자주 잊어버리게 되고 머리 회전이 늦어져서인지 돈을 벌기 위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데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이러다가 큰 병이라도 날라치면 어찌될까 걱정입니다. 이렇게 80까지 살아갑니다. 그리고 80이 되어서 보면 어렵사리 인생을 살아왔는데, 막바지에 도달하고 보니 20살에 내려놓은 배낭에 소중한 것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인생의 보물인 ‘푸른 꿈’과 희망을 20살에 남겨두고 왔으니. 난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회한이 몰려오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정신없이 열심히 살아가지만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건지를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때 공자는 인생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바르게 섰으며, 마흔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에 귀로 듣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고, 일흔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에 맞게 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꼭 공자가 말한 그대로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바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나이에서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인생은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이기 때문입니다.

**『장자멘토링』에 나온 우화를 재구성해 봅니다.

IP *.5.9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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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9.01.28 08:06:58 *.244.220.252

우화에 총력을 기울이시는 것 같습니다.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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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2.01 08:28:56 *.160.33.149

이야기를 끌어 온 것은 좋은데, 국민 연금은 어디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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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9.02.01 23:38:45 *.5.98.153

사부님, 연금이가 잠깐 어디 쉬러 간 모양입니다. ㅎㅎㅎ
사실은 국민연금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가 바닥에 깔려 있다고 생각했는 데,
표현이 부족했나 봅니다.
연령대별로 느끼는 세상살이가 국민연금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20대의 자신감, 40대의 피곤함, 60대의 부족감.... 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에 느끼게 되는 후회...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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